김현준 국세청장 내정자가 다주택자 꼬리표를 떼어냈다. 서울 압구정과 성남시 분당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 중 분당의 아파트를 지난 5월 초 팔아버린 것. 시세보다 싸게 팔아버린 급매였다.

그리고 곧바로 국세청장 후보자로 내정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동안 다주택자들에 대한 압박과 규제를 계속해 왔는데, 1가구2주택이라는 점은 국세청장까지 올라서는 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정 직전까지 국세청장 후보자로 경합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진 김대지 부산국세청장은 보유한 아파트가 한 채도 없는 무주택자였다는 것과 대비되기도 했다.

물론 김현준 후보자는 국세청장이 되기 위해 내정 직전에 아파트를 급매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2017년(기획조정관, 조사국장 근무시절)부터 분당 아파트를 팔아버리려 했으나, 팔리지 않자 2018년 처분신탁을 맡겼다. 그러나 그마저도 11차례 유찰이 되는 등 좀처럼 매도가 되지 않았다. 이후 올해 5월 말 청와대가 내정자로 지명하기 직전에 시세보다 싸게 매매가 되면서, 결국 1가구1주택자가 됐다.

김현준 후보자 측에 따르면 분당에 아파트를 구매한 이유는 투기목적이 아닌 퇴직 후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해 2006년 경 사둔 집이다. 약 60평에 달하는 분당 아파트는 압구정 아파트보다 넓고 주변에는 율동공원과 분당중앙공원이 있는 등 녹지도 풍부하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압구정 아파트가 좁아서 자녀들이 크면 넓은 집에 살기 위해 구입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1가구2주택을 피하고자 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큰 평수의 아파트에서 퇴직 후 살기 위해서라면 분당 아파트가 아닌 압구정동의 아파트를 팔고 1세대1주택이 돼야 김 후보자 측의 설명이 사실이 된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 측에서는 퇴직 후에 살기 위해 구매한 것은 맞지만, 현재 가족들의 생활반경이 서울에 있어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한 분당 아파트를 매도하게 된 것이며, 투기 목적의 다주택이 아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 지역의 부동산 투기 등 집값 잡기에 나선 문재인 정부에서 강남권 부동산을 가진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획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했던 장본인이 김현준 후보자였기에 청장 내정 직전 압구정이 아닌 원해서 사 두고 10년이 넘게 보유하고 있었던 좀 더 넓은 평수의 분당 아파트를 신탁회사를 통해서까지 급매한 것이 일반인의 눈높이에 어떻게 비춰질지 의문이 남는다.

후보자는 일반 서민도 국세청의 일개 직원도 아닌 세금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상징인 ‘국세청장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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