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표-직원간 조직적 밀수 혐의 포착…조사, 윗선 향할 가능성

면세점 측, 내년도 특허 갱신 심사 부정적 영향 끼칠까 '노심초사'
 

내년도 면세점 특허 갱신 심사를 앞두고 있는 HDC신라면세점이 전 대표이사 재직 당시 고가의 면세품을 국내로 밀수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세관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회사는 경영 전반의 능력을 인정받던 이부진 사장의 명성에 흠집은 물론 갱신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분을 절반씩 공동 출자해 2015년 12월 오픈한 HDC신라면세점은 문을 연지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이후 급성장을 거듭해왔던 터라 면세품 밀반입 혐의에 대한 이번 관세청 압수수색으로 면세점은 매출하락 뿐 아니라 향후 특허 심사에서 감점 요인을 자초한 셈이 된다.

인천본부세관은 지난 19일 HDC신라면세점 이모 전 대표가 고가의 면세품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포착해 면세점 본부와 이 전 대표의 자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세관은 구체적인 밀반입 정황을 확인하고 HDC신라면세점과 사무실, 자택 등에서 증거물품 확보에 초점을 맞춰 동시다발적 조사를 벌였다.

이 전 대표는 HDC신라면세점 대표로 재직할 당시 중국 도매상에게 명품 시계를 부하 직원이 대신 구매하도록 지시해 면세 물품을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직원은 중국인들과 함께 홍콩으로 건너가 시계를 건네 받은 뒤 국내로 밀반입해 이 전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표와 직원 간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전 대표는 호텔신라의 면세점 사업부 임원 출신 인사로 HDC신라면세점 뿐만 아니라 호텔신라가 운영하고 있는 신라면세점에서도 밀수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어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신라면세점 내부 인사들과 어떻게 연루돼 있는지 관세청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면세점 직원이 밀반입에 개입돼 있다는 증거가 확보된 만큼 향후 이들의 소환조사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호텔신라 면세점 부문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는 점 외에는 어떤 내용도 확인된 바 없다”며 언론의 보도를 극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천본부세관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부서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있어 경영진과 직원들 간 조직적인 밀수 행위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조사를 통해 회사 측의 조직적인 밀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게 될 경우 이 전 대표를 경영진으로 선임을 주도한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윗선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밀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표 등을 통해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액 6517억원을 올려 영업이익 108억원, 당기순이익 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매출액 6819억원보다 302억원 감소했지만, 전년도 영업이익 53억원과 당기순이익 41억원에 비해 각각 104%, 4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8억원의 법인세를 지불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부문 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겨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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