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욕망의 광풍이 휘몰아 치는 몽정기(사춘기), 청춘 시절과 치명적 팜무파탈의 여인을 통해 보편적 인간 본성을 그린 영화.

말레나!!

▲ 석호영 세무사

그녀가 거리를 지나가면 마을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그녀를 바라보았고 사춘기 소년들은 그녀의 뒤를 따라 다녔다. 또 그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녀를 탐색 하였다. 그녀는 출중한 미모에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인이었다.

"이 여인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단지 그녀가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었고 칠흙같은 어두운 밤에 의지하거나 기댈 수 있는 사람없이 홀로 서있는 듯한 황량한 외로움과 치명적 팜무파탈의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것 뿐이다. 그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오직 한길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애타는 처지의 상황에 처한 한 여인이 살아남기 위한 길일뿐이었다!!"라고 변호사는 그녀를 변론한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칠리아의 지중해 인근 햇빛 찬란한 작은 마을, 아름다우며 매혹적인 치명적 팜무파탈의 여인 '말레나'가 길을 나서면 어른부터 아이까지 음흉하고 갈망하는 욕정이 넘치는 눈빛으로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그녀를 훌터 보며 시선을 놓지 못한다.

질투를 느낀 마을 여성들은 자신의 남편과 그녀가 혹시 눈을 마주 치지나 않을까 조바심 하며 말레나에 대해 험담을 해댄다. 그러나 그녀 곁에는 13세의 순수한 사춘기 소년 '레나토'가 연모의 정을 키우며 그녀를 집요하게 따라 다닌다. 늘 그녀를 상상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지켜보고 있다. 전형적인 스토커다. 아니 몽정기 사춘기 소년의 짝 사랑이다.

밤에는 창문을 뛰어 넘어 그녀의 집 나무에 올라 창가에 비쳐지는 그녀의 몸. 목선, 젖은 머리카락, 아름 다운 선의 가슴, 어깨, 엉덩이, 쭉 뻗은 다리, 눈, 코, 입 등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행동을 염탐하며 훔쳐본다. 낮에는 학교를 결석 하면서까지 그녀를 따라 다닌다.

그녀의 팬티를 훔쳐와 머리에 쓰고 자위 하는가 하면 멀리 아스라히 수평선이 보이는 바닷가 바위 위에서 벌거벗은 친구들과 자위하는가 하면 말레나를 상상하며 그녀에게 수많은 편지를 쓰고 또 써보나 구겨서 던져 버린다. 쓰다 버린 그 수많은 구겨진 편지는 마치 레나토가 쏟아 낸 정액이 바닷물에 씻겨 가듯 파도에 휩싸여 포말속에 묻힌다.

천진난만하며 순수한 사춘기 소년, 레나토의 영혼을 탈탈 털어 가고 뒤죽박죽 뒤흔든 여인 '말레나'는 2차 세계대전에 공군 비행사로 참전한 남편, 스코디아의 유부녀다. 그녀는 미모 때문에 뭇 남성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남편을 기다리며 외롭게 지내던 그녀에게 남편의 사망 소식이 날아든다. 남편이 전사했다는 것이다.

남편 사망 소식과 함께 매혹적인 그녀는 더욱 뭇 남성들의 욕망과 여성들의 질투와 분노의 대상이 된다.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반면 여성들의 경계 대상이 된 것이다. 남성으로부터는 찬사를, 여성으로부터는 저주를 동시에 받는 몸이 된 것이다.

남편이 사망하고 부족한 연금으로 삶을 지탱해야 하는 그녀다. 전쟁 물자 지원으로 가끔 연금 지급도 끊기거나 감액되어 지급되는 상황이다. 수많은 남성들은 마치 자석에 빨려 들어가는 쇠붙이같이 그녀에게 줄을 잇는다. 전쟁 중에 미망인이 되어 막막한 그녀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녀가 선택 할 수 있는 수단도 외길 밖에 없는 듯하다.

남편이 전사한 말레나는 고육지책으로 생존을 위해 생활 전선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남자들은 자신들의 부인이 두려워 그녀를 그들 가까이 일자리를 주지 않았다. 여자들은 "저년을 발가벗기고 싶어, 구역질 나네, 직업이 창녀래"라는 등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험담과 욕설을 내뱉으며 질투에 눈이 멀어 그녀를 모함하기 시작한다. 미모가 되었든 권력이 되었든 강자는 언제나 경쟁자와 적이 나타나게 되고 질투의 대상이 되는가 보다.

어쩔 수 없이 마을을 점령한 독인군에게 웃음을 팔수 밖에 없었던 말레나, 아니 그녀에게는 웃음은 없었고 무표정인 채 시선은 늘 땅바닥을 향했다. 급기야 마을 여성들은 그녀를 창녀라는 죄목으로 군중 심리를 발동하여 그녀에게 집단 폭행을 가한다.

머리를 자르고 옷을 벗기고, 찟고 온 몸이 만신창이의 피투성이가 되도록 집단 린치를 가하였다. 그녀는 결국 야밤에 쫓기듯 피난 열차에 몸을 싣고 레나토와의 쓸쓸한 눈빛만 교환한채 마을을 떠난다.

말레나가 경험한 모든 일의 진실은 그동안 그녀를 가까운 발치에서 지켜보며 연정을 키워 왔던 풋풋한 13세의 맑고 순수한 사춘기 소년 레나토만이 알고 있다.

전쟁터에서 죽은 줄 알았던 그녀의 남편은 한쪽 손이 잘려나가 불구의 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레나토는 말레나를 찾는 그녀의 남편에게 편지를 써서 말레나의 행방과 그동안의 진실들을 알려준다.

"말레나는 당신이 전사한 줄 알고 미망인으로서 혼자 살아가기 위해 천신만고를 겪었고 어쩔수 없는 길을 택한 순간이 있었지만 스테파니 당신만을 그리워하며 사랑했노라, 그리고 메시나를 향한 기차를 타고 떠났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건네주고 획 돌아간다.

일년 후 남편과 다정하게 팔장을 끼고 마을에 다시 나타난 말레나에게 동네 아낙들은 그녀의 입장을 이해 못하고 분노하고 질투하고 경계했던 점에 대해 사과와 화해의 따뜻한 눈빛을 보내고 호의를 배푼다. "타인을 이해 한다는 것은 기적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당사자가 아닌 이상 타인을 온전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모양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늦게나마 그녀를 이해하려는 듯 했다. 시칠리아 사람들의 격정과 따뜻함이 동시에 잘 묻어난 영화였다. 이 순간에는 격렬함 보다는 따뜻한 인간애가 강조되는 듯 하다.

최고의 영화 음악 작곡가인 '엔리오 모리코네'의 가슴 저리도록 아련한 향수를 불러오는 오케스트라 음악과 시칠리아 바닷가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광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영화가 될 것같다. 한번 그곳으로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을 정도로 멋진 바닷가였다.

사춘기 시절에 나도 저랬나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낭만적인 '레나토'의 연기가 귀엽다. 아마 말레나같은 미모와 매혹적인 여성이 내 주위에 있었다면 나도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랬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뭔가 DNA상의 문제가 있던지 태생적 절제와 금욕을 갖고 태어난 사람일 것이다.

초봄의 연녹색처럼 순진한 레나토가 원숙하고 농염한 진초록의 여인과의 이룰 수 없는 짝 사랑은 가슴 아프지만 황홀했던 과거 나의 사춘기 시절에 상상하고 열병을 알았던 상황과 오버랩되어 장면 장면이 여전히 아릅답게 다가왔다. 그의 시선과 그의 동선에 따라 가노라니 나의 13세 시절과 맞닿아 있었다. 영화 감상의 묘미이고 기쁨이다.

가슴 시리지만 아름다운 옛 청춘시절 욕망을 태우며 보낸 사람들은 말레나의 주제 음악이기도 한 male'na(by Enio morricone)를 감상하며 추억 속으로 빠져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를 늘 희구하고 부르며 누군가를 갈망하던 청춘의 그 시절!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되고 반추될 것이다. 청춘보다 더 아름답게 반추 될 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영화 시네마 천국을 히트시킨 감독 주세페 토르나 토레는 영화 음악의 천재 엔니오 모레꼬네와 합작으로 제작한 말레나는 애상적이며 아련한 추억을 반추하게 하는 묘한 음악과 함께 마치 청춘시절의 가슴 저미는 한편의 애잔한 연애편지 같은 영화였다. 여 주인공, 말레나역의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의 농염한 자태와 눈빛 연기, 그리고 침묵과 표정 연기가 압도적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청춘, 그 순수와 판타지, 갈망으로부터의 탈출" 그 것은 세속적 삶의 경험과 세상 풍파에 파묻혀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 끝자락에서 기다리는 행복한 깨달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질풍 노도와 격정으로부터의 탈출은 순수함을 지우는 세속적이고 속물적 과정이었다.

말레나가 남편을 만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레나토도 그녀와의 일장춘몽을 접고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그녀와 멀어지는 순간, 갈망과 순수로부터 탈출하여 해방 되는 듯했다. 감성과 열망에서 이성으로의 전환인 듯 했다.

"나는 많은 여성과 사랑을 나눴다. 수많은 여성이 본인을 기억해 주겠냐고 물어 봤지만 그녀들을 기억에 없고 아무 말도 묻지 않고 하지 않은 그녀 말레나만이 내 가슴 속에 아련히 남아 있다"라는 레나토의 독백이 여운으로 남아 나의 귓전에 윙윙 거린다. 말레나가 아름다워서 그럴수도 있지만 레나토의 순수함일 더 클 것이다.

영화 "시민 케인 Citizn kane"이나 "그레이트 뷰티 great beauty"에서도 최고의 순간과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기억하고 반추하는 것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세상의 권력과 부를 거머쥐었던 언론 재벌 케인은 죽기 전에 어릴적 고향에서 타던 썰매를 연상하며 썰매의 브랜드였던 "로즈버드"라고 중얼 거리며 삶을 마감했다. 죽기 직전에 가장 아름답게 기억 된 것이 어릴적 썰매타던 순간이었던 듯하다.

그레이트 뷰티에서의 잽 갬브리엘라는 어릴적 나폴리 항구에서 한번 데이트했던 여인을 늘 그리워했다,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아내는 35년 동안 나하고 살기는 했지만 한 순간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당신, 잽만을 사랑했었다"라며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잽은 눈물을 줄줄 흘린다.

얼마나 사무치고 강렬하도록 그녀를 사랑했으면 그랬을까 생각되었다. 아니 사춘기 시절의 기억의 파편들, 그것이 첫사랑의 조각이라면 더욱 그런 모양이다. 그 만큼 청춘은 순수하고 감격스럽고 감동으로 충만된 된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시기임에 틀림없다.

영화 말레나!

전쟁의 아픔, 인간의 심리와 본성, 인간의 성장, 아름다운 자연 풍치 그리고 여성의 속옷만 봐도 가슴이 뛰는 사춘기 몽정기의 사랑을 잘 그린 여운이 오래오래 남을 만한 영화였다. 어릴적 추억을 마구 소환하는 영화였다. 그리고 주인공 말레나 역, 모니카 벨루치의 웃음이 없고 대화가 거의 없는 독특한 영화이기도 하였다.

정신적 격랑과 격정의 10대 사춘기 시절, 다가 설수 없고 구체적으로 행동 할 수도 없는 이성에 대한 설레임과 호기심이 정상적 성장 발달한 소년이라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 치고 용솟음 쳤던 순간이 없지 않을 것이다. 수없이 썼다가 구겨서 바닷가에 버린 레나토의 편지만큼이나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 레나토와 같이 분출하는 욕정을 지혜롭게 조절하며 금욕의 사춘기를 통과한 자 만이 진하게, 그리고 아련하나 아름답게 공감할 수 있는 선물과 같은 영화였다. 사춘기의 성과 성인의 성이 겹치고 인계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였다.

결국 성인이 된 레나토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말레나와 닮은 여인과 성인식을 하게 된다. 어른이 된 것이다. 사춘기 소년 레나토의 성장통이었다. 그리고 말레나는 법정에서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미망인이다. 내가 총통의 주치의이며 치과 의사인 카데이 중위와 어떤 관계를 갖던 그것은 나의 사생활이다. 법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곧바로 쳐들고 강력한 시선을 법관에게 보내며 스스로를 강변한다.

늘 눈을 깔고 풀죽은 표정으로 무표정하게 거리를 다니던 그녀는 그 후부터는 내가 잘못한 것이 뭐냐는 태도로 당당하게 주위에 맑은 시선을 주며 거리를 활보했다. 생활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찾은 모습이다.

철없고 순수했던 사춘기 소년 레나토가 호기심과 욕정에 불타 여성의 몸을 구석구석 염탐하여 보든, 성년 말레나가 미망인으로서 선택의 여지없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했던 그 외로운 길, 그렇다. 인간 본성에 이끌려 살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수 있겠는가?

레나토라는 사춘기 소년이 성인 되어 가고 말레나라는 성인 여성이 자신의 삶에 정당성을 부여 하며 깨달아가는 의미소가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팜무파탈의 치명적 미인 말레나이나 나에게는 천진스럽게 말레나의 몸, 곳곳을 염탐하고 탐닉하던 레나토가 더욱 순수한 인간적 모습으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말레나라는 여인은 미모로서 뭇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사춘기 소년의 맑은 영혼을 꿈틀 거리게 한 것만으로도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있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사연을 실어 나르며 면면히 흐르는 와룡천변에서 풀벌레 소리만 들릴 뿐 수천 초간의 어둠속 침묵으로 공간을 이어가고, 쪼그려 앉아 이슬에 젖으며 뜬 눈으로 밤을 지키던 그 순간, 아담하나 의구하고 의연한 병암산에 오르며 달빛 속 솔잎에 추억을 새기며 거닐었던 아름다운 순간들이 꿈꾸듯 아련하게, 주마등 같이, 파노라마처럼 뇌리에 스치게 하는 영화였다.

"인간은 정말 오묘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말레나, 이 영화가 던져 주는 메시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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