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 조사 착수…"이전가격 조작 감시망 확대"

한국타이어·삼성전자 이미 수천억대 추징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 외국 생산법인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1천억원대의 소득을 누락한 내용이 포착돼 세무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총수일가의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 등 기존에 알려진 조사와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조사 규모도 훨씬 큰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 해외 생산법인으로부터 정당히 받아야 할 기술 사용료 등 무형자산 이용 대가를 과소 계상하는 식으로 '이전가격'을 조작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혐의금액은 1천억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30~40%의 세금을 물리면 수백억원대 추징이 가능하다.

보통 해외 현지 생산법인은 단순 생산 기능만 수행하고 있어 제품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은 본사의 조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해외 생산법인은 마땅히 본사에 기술 사용료나 관련 인력 활용에 따른 인건비 등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효성그룹은 이런 비용을 실제보다 매우 적게 계산해 해외법인이 본사에 지불해야 할 무형자산 사용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한국 본사도 세금을 적게 냈다는 것이 세무당국의 판단이다.

효성그룹은 베트남에 섬유, 산업자재 등을 생산하는 다양한 현지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세청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있는 효성[004800]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세청은 효성그룹이 오너 일가의 변호사 비용 대납이나 회장 사저 설비 설치 등에 회삿돈 수백억원을 쓴 사실을 적발하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여온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변호사 비용 대납도 조사 대상이지만 세무당국은 해외법인의 이전가격 조작 사건을 더욱 집중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당국은 비단 효성그룹만 아니라 해외 생산법인을 운영하는 다른 대기업에 대해서도 탈세 의혹이 있는지 보기 위해 감시망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작년에는 한국타이어가 헝가리 등지에 있는 현지 생산법인에서 기술료 등을 제대로 받지 않아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수천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2017년에는 삼성전자[005930]가 베트남 생산법인으로부터 무형자산 이전에 따른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조사돼 역시 수천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세무당국의 조치를 수긍하고 세금을 납부했으나 한국타이어는 불복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이 세무당국이 글로벌 생산법인을 운영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탈세 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들 기업이 무형자산 이전에 대한 이용료를 과소 계상해 세금을 탈루하는 현상이 널리 퍼져 있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외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베트남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탈세가 벌어지고 있는지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한국 본사는 현지 생산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무형자산 이용 대가를 받지 않아 국내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해외 법인도 세금을 감면받기에 그룹 전체적으로 결국 어디에서도 납세를 제대로 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사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무형자산 이전에 대해 글로벌 과세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이와 관련한 조사도 활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다국적 기업이 각국의 조세제도 차이나 허점 등을 이용해 조세 부담을 줄이는 행위인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에 대한 조치나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

국세청도 최근 역외탈세 조사 차원에서 이같은 해외 현지법인과의 이전가격 조작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서 지난달 지능적 역외탈세 조사 방침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무형자산 해외이전과 관련한 탈세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포함한 신종 역외탈세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조사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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