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협상에 오염 정화까지 과제 산적…각종 개발계획에 주민들은 '기대감'

서울 한가운데, 남산과 한강을 잇는 녹지 축에 자리 잡은 용산 미군기지는 1904년 러일전쟁 중 일제가 군 주둔지로 사용한 이래 100년 넘게 우리 국민에게 닫힌 땅이었다.

지난해 6월 29일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주한미군의 용산 주둔이 막을 내렸다. 이후 1년이 지났으나 이 땅은 여전히 시민 품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기지 일부를 아직 미군이 사용하는 등 반환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국방부와 미군이 SOFA 시설구역분과위원회의 시설 및 면적 조사, SOFA 환경분과위원회(환경부)의 환경평가, SOFA 특별합동위원회(외교부)의 협의 등을 거쳐야 반환승인이 완료된다.

정부는 이렇게 반환된 땅에 대규모 국가공원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은 2003년 한미 정상이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하고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용산기지 국가공원 추진을 발표하면서 세워졌다.

용산 국가공원 계획이 나온 지 벌써 14년이 됐지만, 이곳이 일반인에게 완전히 열리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단 부지 반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평가다.

미군이 오랫동안 이 땅을 군사시설로 사용한 결과 일반인에게 개방하기 어려울 만큼 오염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환경부와 서울시 조사를 통해 용산기지 내·외부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오염물질이 수차례 검출됐다.

오염된 기지 부지를 놓고 한미 양국 정부가 부지 오염 평가부터 누가 어떻게 정화하느냐를 합의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반환에 합의를 해도 환경 정화에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환경부는 일단 환경오염 조사가 끝나야 정화 계획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토양오염 등 내부 오염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까지 나온 오염사고와 과거 반환된 다른 기지 사례를 봤을 때 용산기지의 오염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2019년부터 용산기지 일대 토양 정화작업을 시작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공원 조성에 들어가 2027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24일 "아직 조사도 시작 못 했는데 언제 정화작업을 끝내고 공원 조성을 시작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2027년에 공원 완공이 아니라 착공만 해도 정말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공원화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1년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공원 조성계획을 세웠지만 여러 차례 수정됐으며 지난해 11월 5차 계획을 마무리했다.

정부는 이 계획을 올해 4분기 중 공식 발표하고 공론화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서울시도 지난해 용산공원을 포함한 '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려 했지만, 부동산 가격 불안을 이유로 잠정 보류된 상태다.

이처럼 용산공원 조성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용산구민들은 벌써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공원화만 된다면 지역 한가운데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대형 공원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남재정비사업과 용산 국제업무단지 조성, 경부선 지하화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주민들은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이태원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각종 개발 사업만 잘 마무리되면 용산의 값어치는 강남을 추월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죽어 있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지금을 기회로 보고 싸게 나온 매물들을 열심히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이촌동에서 30년을 살았다는 강모(39)씨는 "미군기지가 공원으로 바뀔 것이란 이야기는 중학생 때부터 들었는데 아직도 안 되고 있다"며 "미군기지는 어릴 때부터 담벼락만 보고 안에는 들어갈 수 없는 성이었는데 빨리 개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