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내용 포함…국민혈세 9억원 투입된 보고서는 ‘휴지 조각’으로
 

국세청 개혁. 국세청장이 바뀔 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 국세청 조직의 통폐합을 꾀한 국세청 제2의 개청, 정치적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 하에 국세청장의 임기를 법으로 정한 국세청법 제정안, 법과 원칙에 따르지 않았던 정치적 세무조사를 없애겠다며 발족한 국세행정개혁TF 등 그동안 국세청은 수많은 개혁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폐쇄적이고 똘똘 뭉친 조직내부,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로 인해 개혁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처음으로 외부에 용역을 맡겨서까지 국세청을 개혁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기획재정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세청 개혁을 위해 별도의 외부용역을 실시해 국세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보고했다. 당시 세풍사건 외에도 국세청장이 뇌물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시키는 등 잇따라 국세청의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와 이미지 쇄신이 필요했던 것.

당시 외부용역을 맡은 곳은 BAH(Booz Allen Hamilton)코리아로 미국 국세청(IRS)에 대한 조직진단을 맡은 컨설팅기관이다. 실제로 검토보고서에는 IRS 개혁방안과 유사한 내용이 담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정가를 뜨겁게 달구었다.

당시 9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투입해 연구용역을 받았음에도 국민 앞에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보고서 내용이 비공개로 부쳐진 이유에 대해서는 6개 지방청 조직을 없애고 권역별 광역세무서를 두도록 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기에 국세청의 반대로 공개하지 못했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물론 실제로 지방청이 사라진다면 해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위직 TO도 함께 사라지는 등의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에 국세청 내부에서는 강력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개혁움직임은 공정거래위원장 출신의 백용호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임명되면서 사라졌다. 부즈알렌 보고서 내용의 개혁이 아닌, 백용호 청장이 내세운 변화 과제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 결국 국민혈세 9억원을 투자해 만든 보고서는 휴지 조각이 되어 공개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이에 세정일보는 개혁과 적폐청산을 화두로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2기 새 국세청장의 취임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실시한 국세행정개혁TF의 ‘국세청 개혁안’과는 어떤 다른 내용이 있는지, 부즈알렌 보고서를 다시 짚어보면서 새 국세청장 시대의 국세청의 개혁과 변화를 주문하고자 한다.

부즈알렌 보고서의 국세청 조직진단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고객의 입장에서 공정하고 효율적인 세정을 펼쳐 신뢰 받는 국세기관’을 비전으로 고객섬김, 창의개혁, 성과지향, 책임관리의 네 가지를 핵심가치로 삼았다. 국세청 임무로는 ‘세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함으로써 국민의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을 지원하고, 국세수입을 원활하게 확보하며,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로 원활한 국세수입확보와 납세지원 수준향상, 경제선진화 기여가 그 목표다.

고객섬김은 고객을 존중하는 마음과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고 고객의 참여를 도모해 납세의무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 편하게 이행하도록 도와주는 것, 창의개혁은 세정 과제를 집행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업무수행 방식과 첨단 기술의 활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을 뜻한다.

성과지향은 최대한의 세정성과 달성을 위해 최소한의 기회비용으로 집행하고, 결과를 다각도로 측정해 지속적으로 수준을 향상하는 것을 뜻하며, 책임관리는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세정을 집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며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을 뜻한다.

부즈알렌은 이같은 핵심가치를 두고 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해 지식 및 기술기반의 고객중심적 세정을 펼쳐 성과를 낸 후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최종적으로 제시했다. 당시 제시한 프로그램은 장기 개혁 프로그램으로, 5년 이내(2012년까지) 조직구조 및 제반 제도 수정을 완료토록 했다.

만약 그 당시 부즈알렌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세청을 개혁했다면 10년이 흐른 지금의 국세청의 모습은 꽤나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개혁보다 변화를 택한 국세청은 9가지의 대책을 내놓고 이를 이행했다. 국세행정위원회 신설, 인사시스템 개선, 감사·감찰의 독립성 제고, 세무조사 체계 개선, 납세자권익보호 강화, 납세서비스 개선, 기능조정 및 조직변화, 직원만족도제고를 위한 신 국세청 문화 조성, 중점세정 과제추진 등이었다.

그렇게 변화를 택한 국세청이었으나 10년 후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TF인 ‘국세행정개혁TF’는 비슷한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TF가 권고한 내용은 세무조사 개선, 조세정의 실현, 국세행정 일반 등 크게 세 부분이었다. 세무조사의 엄격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탈루혐의 분석 고도화 등 지능적 탈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조직개편 및 전문인력 확충 등 대응역량 강화가 주요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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