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어 자리를 비켜

어차피 산다는 것은

한번 화려하게 터트리고

기꺼이 사라져 갈 목숨이라지만

예술은 더 이상 미학이 아니야

그딴 짓은 필요 없어 집어치워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노래하고 시를 읊고 조각을 하고 사진을 찍은 행위 그건 바보짓이여

한 줌 미련 따위 버려

헤픈 어둠 몰아낸 대지 위

하늘 높이 그 꼭대기까지 빌딩이 들어서고

우리에게 자본이 재개발 지역 프리미엄이

절대적인 신앙이고 우리의 신이야

너희 따윈 우리가 세운 우주 속 어두운 공간

싸구려 그림을 그리고, 국적 없는 춤을 추고, 소리 없는
노래를 부르고, 독자 없는 시를 읊고, 썩은 나무를 깎아

배고프다는 소리조차 하지 마, 쉿

작아서 더 작아질 수밖에 없는 곳으로 도망쳐

발목까지 어둠이 적시는 한 평 방구석에 엎드려

아득 아득히 멀어진 별을 바라봐

살점 하나 없이 앙상히 드러나는 가슴 속

얼굴을 깊숙이 묻고 내일을 꿈꿔

아니, 일어나지 마, 절대

결코, 내일은 더는 보장할 수 없어


* 젠트리피케이션 : 경제적 용어로 “ 값싼 작업공간을 찾아 예술가들이 어떤 장소에 정착하고 그들의 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 가치가 상승하면, 개발업자이 들어와 이윤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홍대 부근, 신사동 가로수길 등

[김정호 시인 프로필]

△ 김정호 (金正浩) 1961년 전남 화순 출생

△ 2002년 시의나라 신인상으로 시, 2010년 문학광장 신인상 수필 등단

△ 시집 「빈집에 우물 하나」「부처를 죽이다」실크홀」등 8권의 시집을 발간하였다

△ 18회 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 기획재정부장관상

△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바다문학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 국제펜클럽 부산지역 이사, 부산시인협회 이사, 한국바다문학이사 및 국세청 문우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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