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장 선거는 끝났다. 원경희 세무사가 1만3천여 조세전문가 단체인 새 한국세무사회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많은 세무사들은 민선 여주시장이라는 후광이 이번 당선의 가장 큰 보탬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 충격적인 것은 2년 전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현 회장의 낙마’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한국세무사회원들은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기대는 회장이 우리의 업역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갈아치우는 것이 세무사들의 민심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냈다.

2년 전 백모 당시 회장의 재선은 따논 당상처럼 이야기 됐었다. 세무사업계에서 감투를 쓴 사람들치고 어느 누구하나 낙선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일반회원들의 표심은 냉정했다. 차관급이자 현 회장임에도 국세청 사무관 출신인 이창규 세무사에게 큰 표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2년간 신물나는 회무에 치친 회원들의 심판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졌었다.

이번 선거결과도 비슷했다. 현 회장이 얼마나 일을 못했으면 세 사람이 치른 선거에서 현회장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겨우 21%의 득표에 그쳐 3등을 했을까라는 게 회원들의 반응이다. 역시 세무사들의 회장에 대한 기대는 크고, 평가 또한 냉정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당선된 원경희 회장이 당선의 기쁨보다 무거움을 먼저 느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원경희 새 회장의 득표율이 세정일보가 세무사회 선거결과를 집계해온 1997년 이후 가장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97년 이후 치러진 열번의 선거에서 2명이 치렀던 3명이 치렀던 당선자의 득표율은 50%에 가깝거나, 50%를 넘었지지만 이번 원 회장은 44%에 그쳤다.(표 참조) 득표율로만 따지면 그만큼 아우러야 할 반대파 회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무사회 선거전 후보들의 첫 번째 구호는 ‘소통과 화합’이었다. 민선시장이라는 남다른 경험을 가진 원 회장이 회원의 통합을 위해 어떤 지혜의 보따리를 내놓을지 궁금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내우(內憂)라면 원 회장이 풀어가야 할 외환(外患)도 만만찮다. 당장 그가 공약한 세무사법의 헌법불합치에 따른 변호사의 기장대행 등 변호사들이 세무사업무를 못하도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이다. 그는 이를 금년 정기국회에서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그는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당선을 위한 제스처가 아니라 결기로 읽혔다.

그리고 세무사업계는 법무법인도 세무조정업무를 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 회계사회의 외부회계감사 확대 추진, 세무컨설팅 업무의 경영지도사 독점 추진, 지방세 세무대리인제도 도입 추진 등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외부의 도전들과도 직면해 있다. 이 모두 그가 맞닥뜨려야 할 과제다.

그는 선거전 홍보물을 통해 이런 도전을 막아낼 적임자는 자신뿐이라고 큰소리 쳤다. 그가 공약을 실현해 낸다면 그는 국회로도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약(公約) 이 공약(空約)에 그친다면 그는 또 하나의 단명 회장으로 2년 뒤 자리에서 쓸쓸히 내려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또한 항간에 떠도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당선된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회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역대 세무사회장 선거 결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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