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지만 "출제위원 부적절 행위 여부 조사"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실시된 공인회계사(CPA) 2차시험 문제를 둘러싸고 부정 출제 의혹이 제기된 데 따라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앞서 2차시험 회계감사 과목의 일부 문제가 서울 시내 한 사립대 CPA 시험 고시반의 특강과 모의고사를 통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수사를 촉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금감원은 10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대학 CPA 시험 고시반의 모의고사와 실제로 출제된 2차 시험 간 유사성이 지적된 2개 문제에 대해 "해당 출제위원의 출제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부정 출제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문제의 유사성이 있다는 지적을 고려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유사성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2개 문제는 외부감사인 선임과 관련된 것으로, 고시반 모의고사에서는 '선임 절차'와 '상법상 감사가 있는지 여부'를 물었고 2차시험에서는 '선정 주체'와 '감사위원회 설치 여부'에 대해 출제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논란이 제기된 2개 문제는 묻는 내용과 출제 형태 측면에서 유사하나 기출문제 및 관련 교재들에서도 보편적으로 다루는 일반적인 내용이고 질문과 표현 방식도 일부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논란이 제기된 특강은 2차시험 출제위원이 확정되기 전인 4월 19일에 특정 대학 고시반에서 외부 강사를 초청해 진행된 것이고 당시 특강 자료를 입수한 결과 'CPA 2차시험 답안지 작성 특강'이라는 제목의 PPT 자료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부분이 답안지 작성 요령을 설명하고 회계감사 관련 내용은 '2019년 중점정리 사항' 1쪽으로 이는 최근 변경된 제도나 감사기준 위주로 단순히 제목만 나열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공인회계사시험 출제 관리를 할 때에도 출제위원들에게 보안 관련 서약서를 징구하고 외부와의 통신차단 등 출제기간에 보안요원 관리하에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유출 논란을 계기로 시험 관리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점검해 미비점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권추 금감원 전문심의위원은 "재무회계, 세법 등 다른 시험 과목은 여러 분야에서 시험을 치르고 출제 교수 폭도 넓지만 회계감사 과목은 회계사 시험에서만 실시하고 출제 교수 폭도 좁다"며 "그러다 보니 유사 패턴의 문제가 계속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공인회계사 시험문제 유출 의혹 수사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지난달 말 실시된 제54회 CPA 2차시험 문제 중 일부 과목의 문제가 특정 대학 고시반 학생들에게 사전에 모의고사와 특강 형식으로 배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번 의혹은 현직 회계사와 시험 준비생들이 모이는 인터넷카페를 중심으로 처음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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