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국세청장이 취임 후, 첫 국세청 과장급(세무서장 포함) 전보인사를 15일자로 10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고위직부터 직하위직으로 순차적으로 단행했던 그동안의 인사패턴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신선한 감을 주고 있다. 지방청 과장들의 직무대리 형태로 운영되는 등 일선 기관장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는 불가피한 점도 있었지만 김현준 청장 특유의 유연성과 스타일을 잘 보여주었다는 게 일선의 평가다.

여기에 고위공무원단(고공단) 승진인사를 뒤로 하고, 먼저 단행된 국세청 과장급 인사내용도 ‘전반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물 흐르듯이’ 편안하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 서울·중부청 등 수도권 청에서 3년 넘게 대기중인 복수직 서기관(4.5급)들의 애환을 해소해 주기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

그동안에는 ‘국세청(본청) 근무자들은 무조건 고생하는 곳이다’라는 프레임에 갇혀 본청을 과다하게 배려하면서 수도권 청에서 나름대로 수고하면서도 서기관으로 승진하고도 심지어 3년6개월을 넘도록 앉은뱅이 서기관으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청에서 승진한 복수직 서기관(팀장)보다 늦게 승진한 본청의 복수직 서기관이 윗선관리자(과장직위)로 내려오는 등 본청 근무자의 우대는 수도권청 서기관 승진자들을 주눅들게 한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국세청 사람들은 본청에 대한 인사우대 정책을 납득한다. 하지만, 늦게 승진한 서기관이 지방청의 과장으로 발령되어 오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납득불가’라는 게 지방청 서기관들의 푸념이상의 한숨으로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어렵게 서기관으로 승진하고도 세무서장 한번 못하고 국세청의 ‘명퇴’라는 관행에 걸려 퇴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근무하는 경우도 작지 않았다. 어떤 경우는 “차라리, 사무관으로 있을 걸...뭣 하러 서기관으로 승진했나”하는 ‘후회 아닌 후회’도 술자리 안주감 이상으로 자신을 짓누를 때도 있었다.

그러나 ‘보다나은 국세청’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김현준 국세청장 시대의 첫 인사에서는 지방청 복수직서기관들의 이런 응어리진 마음을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주고, 남몰래 흘린 눈물을 닦아주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서기관 인사의 한 대목(초임세무서장 18명)을 살펴보자. ▶국세청 복수직서기관이 초임 세무서장으로 4명 ▶서울청 5명 ▶중부청 4명 ▶부산청 1명 ▶광주청 1명 ▶대전청 1명 등 모두 18명의 복수직 서기관이 ‘초임 세무서장’으로 부임했다.

앞선 청장시대에는 본청비율이 50~60%를 차지하고, 6개 지방청이 나머지 비율을 가지고 어렵게 짜 맞추었던 것을 과감히 탈피하고, 1급 지방청의 인사적체 현상을 해소하려 한 것은 지방청 자원들의 수고로움을 몸소 체험한 김 청장의 결단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처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몇 사람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사에 불만을 가진다면 그 인사는 실패한 것이다. 모두가 만족할 순 없어도 불만보다 수긍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 그 인사는 ‘보다나은 인사’가 될 것이다. 김현준 청장의 첫 인사는 일단 수긍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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