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의 지성과 감성,그리고 지나친 사색벽이 사태를 악화 시키고, 선(善)의 낭비, waste of good가 되어 비극적 상황을 불러 올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준 영화 햄릿!

▲ 석호영 세무사

햄릿의 저자 월리암 세익스피어는 중세 신중심 사회에서 인본주의로 기조와 주제가 이행되는 르네상스 시대에 영국의 시골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1564년)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대상의 인물일 것이다.

그는 천부적인 극작술로 수많은 문학 작품들을 글로 담아낸 바, 아마도 그가 틀에 박힌 교육을 받지 않아 상상력에 의해 세계사에 빛날 문학 작품을 쏟아낸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와 함께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는 일정한 룰과 규칙도 필요 하지만 천재성을 발휘하는 데에는 엉뚱함도 용인되는 분위기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가 18세 되던 해에 8세 연상인 아내, 수잔과 결혼 후 7개월 만에 딸을 출산 하였다니 결혼한 이유를 미루어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연상의 여인과 결혼하고 그것도 혼전 임신을 하였다니 요즘과 달리 당시로서는 일반적이지 않던 상황으로 결혼과 자식 출산도 극적으로 이뤄낸 듯 하여 세익스피어 답다는 생각이 든다.

"세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꿀수 없다"는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카알라일의 말처럼 세이스피어는 영국 문학의 자존심이고 시공을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다양한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21세기 글로벌 문화 컨텐츠로써 대중 예술 창작과 상품 마케팅에도 활용 되어 "세익스피어를 알면 세계 문화가 보인다"고 할 정도이다.

이렇게 세익스피어는 지성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성격과 신분의 인물과 희극, 비극, 희비극, 사극 등 다양한 문학을 창조하여 성별, 연령, 신분, 계층 자격 수준에 구애됨이 없이 다양한 구독층과 관객을 확보함으로서 인간의 운명, 죽음과 삶, 악의 본질, 사랑과 증오, 배신과 복수 등에 대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냈다.

오래전부터 세익스피에의 작품 중 4대 비극인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드를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접하고 싶은 욕망과 갈망이 있었으나 워낙 방대하여 엄두를 못 내다가 근래 영화를 가까이 하게 되면서 4대 비극을 접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만시지탄이 없지는 않으나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네 작품 모두 편당 런닝 타임이 네시간 내외 동안 상영되기 때문에 영화 감상에 도전하는 것도 말처럼 녹녹한 것만도 아니었다. 모두 한번 씩은 감상하였으나 한번 감상을 통해서 감상 후기를 쓴다는 것도 경솔한 생각이다. 그러나 리어 왕에 이어 햄릿에도 기어이 도전장을 내고 말았다. 이런 마음이 일게 되어 스스로 대견하고 감사 하다는 생각이 든다.

"펜대 잡고 먼저 쓰는 자가 권력"이라 하지 않던가?

영화 햄릿,Hamlet,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햄릿 작품에서 가장 대표적인 말을 끄집어 내라면 누구나 선듯 이 말을 애기 할 것이다. 또 세익스피어나 문학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이 글귀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햄릿은 세익스피어의 사대 비극중 아마도 가장 잘 알려져 회자 되는 작품이고 또 감상 결과 가장 문학성과 예술성이 뛰어 나며 유명한 작품이다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장 네시간 동안 몰입하여 감상한 바, 눈 한번 떼기 아까울 정도로 모든 대사들이 알토란같은 금과옥조, 명언들의 향연이었으며, 사백 여년 전에 쓴 작품이 어떻게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잘 담아 냈을까를 생각하며 감상하였다.

영화 햄릿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인공 햄릿과 그의 삼촌이며 선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된 클라우디우스,어머니 거투르드, 그리고 재상 폴로니우스, 그의 아들 레어티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딸 오필리아가 등장하며 햄릿의 친구 버나드와 호레이쇼, 노르웨이의 왕자 포틴 브라스가 대표적인 등장 인물들이며 이들의 성격을 자세히 연출함으로써 스토리를 이끌어 가게 된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햄릿의 아버지이자 선왕은 덴마크의 오랜 앙숙인 노르웨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많은 땅을 차지하여 덴마크의 영토를 확장하게 된다. 매우 용맹스런 왕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르웨이의 왕자 포틴브라스는 실토를 회복하기 위해 호시탐탐 덴마크의 국경 주변을 위협하며 이에 대해 덴마크는 청동 대포 등 군비와 국경경비를 가일층 물샐틈없이 강화하게 된다.

국경을 경비하던 경비병, 햄릿의 친구이자 햄릿을 가장 잘 이해해 주고 지원해 주는 호레이쇼는 밤마다 자정쯤이면 북극성 근처에 죽은 선왕의 모습을 한 유령이 출몰하여 무슨 말인 듯 할까 말까하고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이 사실을 햄릿에게 알리게 된다.

햄릿 또한 유령을 목격하게 되며 그 유령의 모습이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그 아버지는 현재의 왕이며 자신의 어머니, 거투르드와 재혼하여 함께 사는 햄릿의 삼촌, 클로디어스로부터 독살 당했음을 알리고 다음과 같이 복수 해줄 것을 말한다.

"그 비열하고 험악한 암살에 대해 복수를 해다오. 네가 이 말을 듣고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넌 망각의 강변에 무성한 잡초보다도 쓸모없는 인간일 것이다 .네 아비를 죽인 바로 그 독사가 지금 아비의 왕관을 쓰고 있다"라고 유령은 햄릿에게 말한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 햄릿이 지고 가야할 가혹한 운명에 맞닿은 순간인 것 같았다.

햄릿은 유령을 혼자 따라 가면서 독백한다. "운명이 나를 부른다. 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었구나, 빌어먹을 운명이군, 지금은 모든 것이 어긋나 있는 상황의 시대, 그걸 내가 바로 잡아야 하다니"라며 햄릿은 좋건 싫건 운명을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유령의 출몰 사실과 그 유령이 햄릿의 아버지이고 삼촌 클로디어스에게 독살 당했다는 유령의 말은 장차 햄릿 왕가와 덴마크에 큰 사건이 발생할 징조와 비극적 흉조의 조짐을 암시라도 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선왕 사후 햄릿의 삼촌인 클로디어스는 햄릿 어머니와 재혼을 하게 되는데 햄릿은 이 사실에 격분하며 지조를 버리고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를 향해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Your weakness, your name is a woman" 독백을 한다. 결국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햄릿은 염세주의와 심지어 여성 혐오증, 자살충동까지 유발되게 되는 것 같다.

햄릿은 선왕인 부친이 정원에서 휴식중 독사에 물려 사망했다는 사실과 삼촌이 어머니와 결혼하여 사는 것에도 늘 의심과 불만을 품고 있던 차에 삼촌인 클로디어스에게 아버지가 독살 당했다는 유령의 말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삼촌에 대해서 복수 하겠다는 결심을 점점 굳혀 가게 된다.

한편 햄릿은 재상 폴로니어스가 애지중지하는 순진하고 아름다운 딸 오필리아에게 깊은 연정을 품고 접근하게 되는데 오필리아 역시 햄릿을 사랑하는 듯했다. 폴로니어스와 그의 아들 레어티스는 딸과 동생에게 햄릿의 접근에 경계할 것을 말한다.

"약속을 하지마라, 남자란 음탕한 욕망을 채우려고 성스런 혼인 약속을 지껄이고 피가 끓으면 영혼이 혀로 하여금 맹세를 남발하게 하지, 정조와 명예가 얼마나 소중 한지를 알아야 한다. 호락호락 하지 말고 비싸게 굴어라, 몸가짐을 잘해라"라는 명령조의 말로 딸을 단속한다. 아름답고 순진한 오필리아는 아버지의 말에 순종한다.

그러나 서로는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사랑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 오른 상태,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오필리아는 아버지의 명령대로 애정으로 접근해 오는 햄릿과 거리를 두게 된다. 요즘 같아서는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가부장적 사회에서 딸의 애정 전선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또 순종하는 오필리아도 착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스는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

아버지의 독살 정보에 접하게 된 햄릿은 자신의 삼촌, 클로디어스에 대해서 자신의 복수 의중을 숨기기 위해 미친 듯이 행동을 하나 폴로니어스는 이런 행동을 "격정이 발동하면 파멸로 떨어 지게 된다며 오필리아와의 사랑 때문에 이성을 잃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현재 왕인 클로디어스에게 보고한다. 거투르드는 "선왕의 승하와 자신의 재혼때문에 실성한 것"이라고 말한다.

재상 폴로니어스는 "미친 짓 하는 햄릿이 실연이 이유가 아니라면 소신은 관복을 벗고 농사나 짓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한다. 아마 그 점도 햄릿이 미친 짓에 한몫을 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분명, 미친 짓 하는 것은 선왕의 독살에 의한 죽음에서 기인 된 것이었다. 한편, 복수를 감행하기 전에 유령의 말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그러는 듯 하기도 했다.

햄릿하면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 행동을 곧바로 옮기지 못하는 과도한 사색벽과 우유부단한 성격 인물의 대명사처럼 불려지는 바, 여기에서 그 일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았다. 아버지를 독살한 사실을 알고도 이런 저런 이유로 복수를 지연 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햄릿은 또 짜여진 극본에 숙부가 아버지를 살해한 장면과 어머니의 재혼을 풍자한 대사를 삽입하여 궁중에 유랑극단을 초빙하여 연극을 하게 된다. 극을 통해 클로디어스의 표정을 통해 나타나게 될 양심을 떠보고 찔러 보는 것이다. 선왕의 죽음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인듯 하다.

"잔인하고 음탕한 악당, 잔악하고 음흉하여 호색 무치한 악당, 죄진 놈들이 연극을 구경하다가 자기 죄와 똑같은 장면을 보고 놀라서 죄를 고백 했다지 않는가, 살인은 혀가 없어도 스스로 말을 하기 때문이다. 아! 복수다" 햄릿은 피맺힌 원한을 품은 듯 절규한다.

극중 죽음 장면에서 삼촌 클로디어스가 심각하게 놀라는 표정을 보고 밤에 가끔 나타나는 유령의 말대로 삼촌이 아버지를 독살했다는 심중을 굳힌다. 그러나 햄릿은 복수를 해야 한다는 인간적 의무와 용서를 해야 하느냐의 종교적 계율 사이에서 또 번뇌한다.'도덕적 딜레마'에 빠져 가는 것 같았다.

충분히 복수를 감행할 수 있는 상황이나 햄릿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사색에 사색만을 거듭함으로서 행동으로 할 수 있는 복수의 기회를 상실 하곤 했다. 사색의 벽은 햄릿의 지성이나 통찰력의 미덕이 쓸모없게 되는 "선의 낭비,the waste of good"가 아닐까 생각 되었다. 인간에게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누구나 그런 점이 있을 것 같다.

철두철미하고 완전한 복수를 위해 현재의 복수를 지연 시키는 생각과 행동의 불균형을 나타내는 듯 했다. 자신의 의중을 캐묻는 친구에게 "자네들은 내 마음 속의 비밀,the heart of my mystery 을 절대로 캐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서 햄릿의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면이 드러나는 장면 같았다. 불가사의한 심리를 잘 표출하는 듯 했다.

한편, 왕 클로디어스는 연극을 통해 자신의 형,즉 선왕을 독살한 사실을 햄릿이 알고 있다는 직감으로 햄릿을 영국에 사신 자격으로 파견을 결심한다. 그러면서 그는 편지에 햄릿이 영국에 도착하는 즉시 살해 하라는 내용을 보낸다.

또한 클로디어스는 햄릿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어머니와 햄릿의 대화를 재상 폴로니어스로 하여금 커튼 뒤에서 엿듣도록 하며 이때 햄릿은 어머니와 클로디어스의 재혼을 격렬하게 비난하게 된다.

“더럽고 역겨운 땀내가 진동하는 이불 속에 들어가 여인의 정절과 정숙함을 팽개치고 더러운 놈과 욕정을 나누는 것이 고작이겠죠, 부부간 약속의 혼을 빼버렸으며, 어머니 연세엔 욕정도 분별력이 있거늘 욕정은 살아 있으데 감각이 마비된 거죠.” "백주에 악마에게 홀려 눈뜬장님이라도 되셨나요. 감각의 일부라도 있었으면 재혼 하지 않았을 겁니다. 늙은 여체에도 욕정의 불씨를 당긴 다면 젊은 청춘이야 충동적으로 행동한들 어찌 부끄럽다 할 것인가"라며 열변을 토한다.

커튼 뒤에서의 인기척을 삼촌인 클로디어스로 착각하여 폴로니어를 칼로 찔러 죽이게 된다."가련하고 경망스럽고 아무데나 끼어드는 바보"라며 연민한다. 복수의 결행이나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 사건 등으로 클로디어스는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게 되나 편지 내용을 훔쳐보게 된 햄릿은 영국에서 돌아오게 되며 햄릿에 의해 아버지 폴로니어스의 죽임을 알게된 레어티스는 복수심에 불타 급거 프랑스에서 귀국하게 된다.

죽은 폴로니어스의 딸 오필리아는 "눈물의 애도도 못 받고 무덤으로 가버렸다오, 차디찬 땅속에 누워 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울 수밖에 없는걸요"라며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의 죽음에 정신을 잃어 물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다.

귄모술수에 능한 클로디어스는 햄릿과 레어티즈로 하여금 검술 시합에 임하게 한다.손 끝에 피 한방을 안 묻히고 햄릿을 제거할 계략을 세운다. 레어티스의 칼끝에 치명적인 독약을 바르고 검술 시합 도중에 쉬는 틈에 햄릿이 마실수도 있는 물에는 독약을 넣어 둔다. 결국 선왕을 독살 시켰듯이 햄릿도 철저하게 독살을 시키려 한 것이다.

햄릿은 레어티스와 검술 시합전에 독백을 한다. "참새 한마리가 떨어지는 데에도 신의 특별한 섭리가 있는 법이니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늘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말함으로서 비극적 사태를 암시하는 듯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만사는 때에 따라서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듯 햄릿에게 마시라고 준비해둔 물을 왕비이며 햄릿의 어머니인 거투르드가 마심으로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을 목전에서 목격한 햄릿은 눈이 뒤집혀 급기야 왕 클로디오스를 단칼에 살해한다.

그리고 햄릿과 레어티스도 독에 중독되어 검술 중에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야 말로 슈퍼 싸이즈의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이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는 비극 중의 비극이 전개 된 것이다.

햄릿을 통해서 우리는 몇가지 시사점을 알 수있다.

햄릿이라는 영화나 뮤직컬이나 소설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화두, 가장 유명한 귀절을 하나 골라내라면 앞에서 언급 했듯, 누구나 햄릿의 고백을 들것이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g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는 햄릿의 내면적 갈등과 성격을 집약적으로 나타낸 표현으로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사실을 알고 죽느냐 살것이냐, 아니면 복수를 할 것이냐 용서를 할 것이냐의 원한에 불타 고민하며 내밷고 탄식하는 햄릿의 심오한 독백이다.

햄릿은 자살이란 "인간이 가혹한 운명에 대항하는 유일한 길, 운명을 이길 수 없으니 살아서 비굴하게 당하느니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당당하게 벗어나는 것이 낫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신이 금한 자살 후 사후 세계에서 받게 될 처벌이 두려워 강행하지 못한다.

어쩌면 동서고금, 시공을 초월한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적 고민을 잘 담아내고 삶에 대한 근원적 대변을 해주는 말이기 때문에 사백여년이 지난 오늘 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 되고 햄릿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 된다.

"성난 운명의 화살과 돌팔매를 가슴 속에 깊숙히 묻어 두고 꾹 누르고 있는 것이 고귀한 삶이냐, 아니면 고해의 바다에 맞서 끝장을 내는 것이 고귀한 삶인가"의 햄릿의 고민은 곧 우리 모두의 고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수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파고에 순응할 것인가 맞서 대적할 것인가는 어느 누구의 인생 여정에도 언제나 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명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영화는 거물급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이 죽음이라는 비극적 극단주의의 결말에 이름으로서 비극의 극대화로 마무리 된다. 결국 세익스피어는 이를 통해 인생의 허무와 비극을 부각 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클로디어스에 의해 선왕이 독살되고 그로 인해 햄릿의 집안은 물론 재상 폴로니어스의 가정도 한 순간에 모두가 죽음을 당하고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왕위를 노르웨이의 왕자 포틴브라스에게 넘겨줘야 되는 큰 재앙에 닥치게 되었으니 이보다 큰 비극과 불행이 또 어데 있겠는가.

햄릿은 영국에서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편지를 훔쳐보아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게 되며 돌아오면서 햄릿은 무덤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거기에서 극도의 인생무상과 허무감을 절감한다.

그는 무덤 앞에서 말하기를 해골을 보며 "지금은 두더지 아가씨의 소유가 되어 턱도 없이 골통을 삽으로 얻어맞고 있군, 이거야말로 훌륭한 변화야, 우리에게 이것을 알아볼 수 있는 재주가 있었으면"하며 독백을 한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고 영웅호걸과 부귀영화도 무로 돌아간다"라고 외친다. 또한 폴로니어스 살해 후 "인간은 동물을 잡아먹고 자신은 구더기한테 먹힌다." "살찐 왕이나 여원 거지나 같은 구더기 식탁에 오른다. 그 구더기는 새가 먹고 그 새는 거지가 먹을 수 있으니 왕도 거지 뱃속에 들어 갈수 있다"는 햄릿의 이 대사야말로 인생무상과 허무에 대해 정곡을 찌른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햄릿의 불타는 원한과 복수심, 클로디어스와 거투르드의 야망, 오필리아의 아름다움 까지도 결국은 허무한 것으로 인간의 감정과 행동의 발단과 전개가 어떻든, 지나고 나면 결국 해골로 상징 되는 죽음이라는 것에 이른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고 진정 비극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 된다.

햄릿은 끝내 삼촌인 클로디어스와는 진실한 대화 한마디 할수 없었음을 영화가 끝나면서 느낄수 있었다. 상호 솔직한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의 폭과 깊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런 정도의 비극까지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를 나름 추론해 본다.

그러나 햄릿의 어머니인 거투르드는 햄릿에게 추궁 당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하다.

"죄의 본성이 그러하듯이 아무리 사소 하드라도 죄로 물든 내 영혼에는 큰 불행의 서곡으로 비치는구나, 죄란 속수무책의 의심으로 가득 차서 부수어질까 두려워하나 스스로를 부수는 구나"라고 그녀는 말한다.

또한, 햄릿이 클로디어스와의 재혼을 격렬하게 비난하자"네 말이 비수처럼 내 귀를 찌르는 구나, 너의 말을 듣고 보니 내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시커멓게 더럽혀진 오점이 보이는 구나"라며 아들 햄릿에 대해서는"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심을 찾아라"며 아들 걱정과 함께 반성한다.

물론, 클로디어스도 독살한 것에 혼자 참회를 한다.

"내 죄의 악취가 하늘까지 찌르는구나. 기도하려 하나 기도할 수가 없다. 강한 죄책감이 나의 결심을 허무는구나. 형의 피가 엉겨붙어 더 두꺼워진 이 저주받은 손에 하늘의 은총을 담은 비로 눈처럼 희게 씻어 줄 수는 없는가, 죄인을 구제해 주는게 자비아닌가." "비열한 살인으로 나는 왕관과 야망 그리고 왕비, 아직도 이득을 움켜쥐고 있지 않은가, 죄지은 손도 황금으로 정의를 밀쳐 내고 사악한 재물로 국법을 좌지 우지 하는데 천국에선 기만은 안통한다."

"자신의 죄를 대면하면 저지른 죄과를 실토해야 하는법, 이 비참한 심정 죽음같이 어두운 이가슴, 덫에 걸린 영혼이 빠져 나오려 몸부림 칠수록 죄어드는구나 강철같은 실로 묶은 심장아 간난 아기 힘줄처럼 부드러워 다워"라며 참회한다.

클로디어스와 거투르드가 이렇게 상이한 양태를 보이는 것은 그들의 도덕적 인식의 차이가 있어서 일수도 있고 햄릿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결과 일수도 있으나 햄릿과 클로디어스의 관계에선 대면하여 진지한 대화없이 독백으로 일관하는 장면들이 아쉬움이 남는 대목 이었다.

또한, 인간에게 있어서 의지와 운명은 언제든지 상황 변화에 따라 상반되게 엇갈릴 수가 있으며 의도한 대로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역설해 줌으로써 자유의지와 운명이 병행 할 수 없음을 간파해 주는 듯하다.

즉, 왕 클로디우스가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어 살해하려 했지만 햄릿이 자신을 살해 하라는 내용을 훔쳐봄으로서 살아 돌아오게 되었고 클로디어스는 레어티스와 검술 시합을 통해 햄릿을 제거 하려 했으나 결국 시합도중 햄릿의 어머니와 클로디어스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또한 오필리어도 아버지에 의해 햄릿과의 사랑을 경계하여 멀어지게 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 하도록 하고 보호 하려 하였으나 결국 자살에 이르는 극한적 불행에 처하고 말았으니 말이다."의지와 운명은 상극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인생여정에서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난히, 몰입(Immersion)과 카타르시스(Katharsis )가 되는 영화, 햄릿이었다.

햄릿에 대한 감상 후기를 작성 했으나 햄릿이 함축하고 있는 내용의 일부 조각에도 미치지 못한 듯 하여 세익스피어에게 미안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코끼리 다리 정도 만지고 코끼리를 말한 것 같아 낯이 붉어진다는 심정이 솔직한 고백이다. 바로 이 느낌이 얼마나 햄릿이라는 작품이 심오하고 장대한 것인가를 대변 하는 말인 듯 하기도 하다. 정말 대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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