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제10차 조세정책세미나 개최

권형기 변호사, “위반행위의 목적 등에 따라 차등 제재 입법 필요”

단순 과실로 계약 당사자를 달리 판단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대한 매입세액 불공제는 지나친 제재로써 위반행위의 목적, 결과 등에 따라 차등규제하는 입법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순히 계약 당사자를 달리 판단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 가공거래를 통한 ‘가공세금계산서’ 수취를 한 자의 제재 수준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는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제10차 조세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권형기(법무법인 평안 변호사‧세무학 박사‧공인회계사) 변호사는 ‘세금계산서 관련 제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는 “부가가치세법은 부가가치의 창출에 대해 과세하는 것으로 과실 등에 의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의 경우 본래 매입세액 공제를 받아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의해 본래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는 가공 세금계산서와 같은 제재를 받고 있다”며 “이는 지나친 제재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부가가치세법은 매입세액 불공제 제도를 두고 세금계산서를 미수취‧미제출하거나 사업과 관련 없는 지출 등에 대해서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은 사업자의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고 있다.

권 변호사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는 재화와 용역의 공급은 있지만 세금계산서의 필요 기재사항이 잘못 기재된 경우로 재화와 용역의 공급 없이 가공 세금계산서를 교부 및 수취한 ‘가공세금계산서’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라며 “본래 납부할 부가가치세액을 납부하지 않은 가공세금계산서는 당연히 불공제해야 하지만 과실로 계약 당사자를 달리 판단한 경우까지 동일한 수준으로 제재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거래 징수 구조상 매입세액은 공급받는 자가 납부를 위해 이미 지급한 세액에 해당하며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것은 납부한 세액 상당액을 다시 납부하는 것과 같다”며 “위반행위가 과실인 경우나 조세포탈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의도나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두 가공거래 수준의 제재는 위헌적인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헌재는 2000헌바50 결정에서 이 같은 제재방법은 지나치게 가혹해 납세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국민의 재산을 완전히 박탈한다거나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 불공제 규정은 합헌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권 변호사는 “행정상 의무를 위반하는 태양이나 의도, 결과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행정질서벌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행정질서벌은 의무위반에 대해 제재하기 위한 것으로 위반행위의 태양, 의도, 결과에 따라 차등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태화(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 가공세금계산서를 구분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 가공세금계산서는 공급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와 부가가치세 거래질서에 대한 영향의 정도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가공세금계산서의 경우 매입세액 불공제와 가산세를 부과하되, 공급자가 사실과 다른 경우라 할지라도 실제 공급이 이뤄졌고 공급자가 부가가치세를 적법하게 신고 납부하는 등 정당한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면책이 될 기준들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정일(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세무학 박사) 공인회계사 역시 위반정도나 세금계산서의 진실성 및 거래질서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 따라 제재 내용에 차등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가 90원의 재화를 매입해 100원에 판매하는 사업자의 경우, 해당 사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인 10원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부가가치세 제도의 본질이나 기본구조에 부합하다고 할 것인데, 만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았다는 이유로 매입세액이 전액 불공제된다면 결과적으로 매출액인 100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게 되는 너무도 과중한 제재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주정일 공인회계사는 “결국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의 경우 일률적으로 매입세액 전부를 불공제할 것이 아니라 그 위반정도나 세금계산서의 진실성과 거래질서에 영향을 주는 정도 등에 따라 세분해 그 제재의 내용에 차등을 두는 것이 합리이다”며 “위반정도가 가벼운 경우에는 매입세액을 불공제하기 보다는 부가가치세의 근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적정률의 가산세만 부과하는 것으로도 제재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김용민(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절차적 요건이 일부 미비되는 경우 전액 매입세액 불공제는 부가가치세의 기본원리 및 헌법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입세액 공제는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액을 결정하는 기본 원리에 따른 것으로 실지 거래가 있는 경우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세금계산서 여부를 떠나 당연히 공제해야 한다”며 “공급시기나 작성기준 등에 맞지 않는 세금계산서에 대한 매입세액 불공제는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거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계산서 기재 차이를 이유로 납세자에게 거액의 매입세액 자체를 붕공제 처분하는 제재는 가혹한 조치로 법인세나 소득세 등 직접세는 무신고 또는 과소신고 등의 경우 관련 경비에 대한 지출 증빙이 확인되면 비용으로 인정하고 있음과 비교할 때 세목간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송상우(법무법인 율촌) 공인회계사 역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제재에 대한 문제는 원활한 거래를 방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가가치세는 재화 또는 용역의 거래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으로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는데 부가가치세가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가 수수되면 발생하는 제재는 발표자가 말씀하신 바와 같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세금계산서가 거래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변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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