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자리에 가지 못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있는 자리를 빛내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공직은 물길을 따라 흘러가는 강물과 같아 앞길을 막는 장애물도 결국은 지나쳐가게 됩니다.”

▲ 이은항 차장

지난 12일(금) 정든 국세청을 떠나면서 이은항 전 국세청 차장이 국세청 직원들에게 남긴 퇴임사가 많은 직원들의 공감을 일으키면서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이은항 전 차장은 퇴임사에서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는 남들이 기피하고 고생하는 자리에서 생기는 듯 하다”면서 항상 공부하는 자세와 습관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국세공무원은 세법지식 외에도 경제의 흐름을 아는 경제부처 공무원으로 스스로를 레벨업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차장의 퇴임사를 접한 한 국세공무원은 간부들이 퇴직하면서 ‘대과없이’ 공직을 마무리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표현하는데 대한 궁금증을 이 전 차장 나름의 경험으로 풀어놓아 직원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차장은 “공직 초년생이었을 때는 선배님들이 왜 대과없이 공직을 마무리함에 감사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깨닫게 된 것은 그 선배님들의 업적이라는 것도 결국은 당시의 상사, 동료, 직원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기에, 작은 과오도 그분들의 배려로 묻힐 수 있었기에 ‘대과 없음에 감사드린다’는 한마디로 그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이 전 차장의 국세청 동료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 이상으로 읽히면서 퇴임사를 접한 직원들에게 진한 여운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음은 이은항 전 차장의 퇴임사 전문이다.

국세청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정들었던 국세청을 떠납니다. 1992년 4월 27일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입교했습니다.

어느새 27년 2개월여의 세월이 흘렀고, 목포세무서 부가가치세 과장으로 첫 발령받은 1993년 7월 5일부터는 26년입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입니다.

공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나름대로는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자’고 되새기면서 열심히 그리고 명예롭게 살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좌절도 있었고 성취도 있었습니다.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대과 없이 이렇게 국세청을 떠나게 된 것은 전적으로 국세청 가족 여러분의 사랑과 배려, 이해와 협조 덕분입니다. 공직 초년생이었을 때는 선배님들이 왜 대과 없이 공직을 마무리함에 감사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깨닫게 된 것은 그 선배님들의 업적이라는 것도 결국은 당시의 상사, 동료, 직원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기에, 작은 과오도 그분들의 배려로 묻힐 수 있었기에 ‘대과 없음에 감사드린다’는 한마디로 그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국세청에서 근무한 이후로 국세청은 세정환경 변화에 맞추어 많은 변화와 발전을 해 왔습니다. 국세청이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국세청을 떠나서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달과 같이 오직 ‘국민을 위한 국세청’으로 은은하게 빛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국세청을 떠나면서 당부말씀 한마디 드리겠습니다.

공무원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겸손하고 바르고 당당한 국세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어느 자리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빛나는 자리에 가지 못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있는 자리를 빛내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공직은 물길을 따라 흘러가는 강물과 같아 앞길을 막는 장애물도 결국은 지나쳐가게 됩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는 남들이 기피하고 고생하는 자리에서 생기는 듯합니다. 항상 공부하는 자세와 습관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국세공무원은 세법지식 외에도 경제의 흐름을 아는 경제부처 공무원으로 스스로를 레벨업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직생활을 다시 시작한다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할 것 같습니다. 성실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정진하시어 국세청의 새 역사를 써 나가시길 바랍니다.

제가 좋아하는 찬송가 중에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고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저의 시험합격, 국세청 입문, 국세청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좋은 분들, 그리고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하는 공직자의 아내, 세 아이의 어머니, 법무법인 대표의 1인 3역을 해내준 아내와 밝게 자라준 두 딸과 아들, 모두 저에게는 과분한 복이었고, 하나님의 은총이었습니다.

그 은혜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국세청 공무원이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

정든 국세청 가족 여러분!

여러분들이 맡겨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고 감당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와 건강을 허락해주시기를 한 분 한 분 가정위에도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진정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7. 12. 國稅廳 次長 李 殷 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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