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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포트] ‘심판청구 인용액 1조, 심사청구는 90억’ 100배 차이…왜?

유일지 기자l승인2019.07.22 09: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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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증가하던 국세청 심사청구 인용률 `17년 27.8%→`18년 21.1%

“심판‧소송대응 기구 보강보다 과세시스템(조사요원) 보강이 급선무”
 

지난달 김현준 국세청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조세심판 인용률 및 행정소송 패소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심판청구 인용률은 25.6%로 전년 27.3%보다 1.7%p 감소했다. 또한 심사청구 인용률은 21.1%로 전년 27.8%보다 6.7%p 줄었다. 반면 조세소송의 국세청 패소율은 지난해 11.5%로 전년 11.4%보다 0.1%p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청구를 하는 ‘심판청구 인용률’을 살펴보면 2014년 21.9%에서 2015년 26%, 2016년 24.1%, 2017년 27.3%에서 지난해 25.6%를 기록했다. 특히 심사청구의 경우 2014년 21.8%에서 2015년 22.4%, 2016년 24.1%, 2017년 27.8%로 매년 증가하다가 지난해 21.1%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인용률을 기록했다.

이를 금액으로 살펴보면 심판청구의 인용금액은 연간 약 1조원규모이나, 심사청구 인용금액은 지난해 90억원으로 약 10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조세소송 패소율은 2014년 13.4%, 2015년 11.6%, 2016년 11.5%, 2017년 11.4%, 지난해 11.5%로 11%대를 유지 중이다. 법원에서 과세잘못으로 국세청이 패소하는 금액은 지난 `17년 1조960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1조624억원이었다. `15년 6266억원, `16년 5458억원이었던 것이 최근들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심판청구는 납세자권리제기관인 조세심판원에서 처리하는 것이고, 심사청구는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국세청 내부의 권리구제제도이다. 그리고 소송은 심사청구나 심판청구에서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과세관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더 이상 과세관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심판청구나 사법심에서 국세청의 패소율이 점점 높아지자 국세청에서는 대안으로 법률전문가를 채용하기도 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심판청구와 사법심에서의 국세청 패소율은 높아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부실과세’ 비율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세청은 실제로 재판전문가인 판사를 채용하는 등 나름대로 철저한 대비를 해왔다. 최근 취임한 김현준 국세청장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서 “부실과세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과세품질혁신추진단을 통해 특단의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특별한 대응책이 나올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전 국세청이 시도했던 심사‧심판청구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업계의 시각을 간단히 정리해 봤다.

◆ “심사·심판청구 통합하라”고?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부과받고 억울하거나, 이의가 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큰 틀에서 보면 총 4가지 방법으로 납세자는 구제를 받을 기회가 있다. 세금 고지 전 국세청에 하는 ‘과세전적부심’이 있으며, 처분 후에는 세무서·지방청장에게 ‘이의신청’ 혹은 국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 또한 그리고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에 하는 ‘심판청구’가 존재한다. 감사원 심사청구를 통하는 길도 있다. 이후로는 행정소송 등을 통해 사법적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납세자 권리구제 방안이 존재하다보니, 세금에 대해 잘 모르는 납세자에게는 혼란이 있을 수 있고 각기 다른 인용율과 처리기간으로 인해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국세청은 적법한 과세처분 유지를 통해 국가 재정수요를 확보한다는 목표가 있으나 인용률로 따져봤을 때 10건 중 2건 이상이 잘못된 과세였고, 갈수록 고액·전문화되는 조세소송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측면도 존재했다.

심판청구 인용액과 심사청구 인용액율 놓고 납세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심사청구제도는 무용지물이다. ‘국세청에 자리를 늘리기 위한 제도일 뿐’ 이라는 극단적 비판까지도 나온다.

심판청구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납세자권리구제기관이고, 심사청구는 국세청 내에 설치된 과세후심사제도이다. 인용액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내 식구들이 과세한 내용을 뒤집어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것도 과세전적부심 등을 거쳐 최종 과세 판단한 내용을 사후구제제도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국세청 사람들은 심사청구에서의 인용액과 심판청구에서의 인용액이 크게 차이나는 부분에 대해 완전히 생각이 다르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공격적 세무대리인들의 논리에 밀리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 딱 잘라 말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인식할 수 있는 결정이 없지 않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국세청 사람들의 심판원 결정에 대한 이런 불신이 깊어지면서 실제로 국세청은 납세자권리구제제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공감대속에서 외부에 용역을 의뢰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국세행정개혁위원회가 주최한 국세행정포럼에서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세전적부심과 이의신청을 통합(사전적 권리구제)하고, 심사·심판청구를 통합(사후적 권리구제)할 것 등을 제안했다.

과세전적부심이 유일한 사전적 권리구제 수단이며 이의신청과 심사, 심판청구는 중복적인 특성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과세전적부심과 이의신청의 경우 과세전적부심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동일기능의 중복절차를 간소화하고 납세자의 재결기관 선택에 따른 공평성 저해 문제 해소 및 동일쟁점에 대해 일관성 있는 행정심 결정을 위해 심사·심판청구를 통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세심판원의 변화도 주문했다. 조세심판원의 책임성·전문성 제고를 위해 현행 비상임심판관제도를 상임심판관제도로 전환하고, 심판관의 자격요건을 법관에 준하는 정도로 엄격화하며, 현행 심판관회의·합동회의 등 위원회 운영방식을 개선해 1인 단독심제를 도입함으로써 심의결정의 신속성·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지금의 조세심판원 체계를 확 바꾸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국세청 사람들을 제외한 외부인들에게는 그닥 크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 박 교수의 연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부족일 수도 있겠지만 당장 보기엔 과세측면 즉 국세행정의 정당성을 부각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였다. 실제로 당시 국회에서는 “국세청이 조세불복제도 합리화를 이유로 심사청구와 심판청구를 통합해, ‘자기가 조사하고 자기가 과세하고 자기가 판결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완일 전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과세전적부심은 형사소송절차법상 구속적부심을 벤치마킹해 공정과세를 위한 과세관청의 자기시정조치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권리구제제도로 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상의 효율의 필요에 따라 통합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는 인력의 부족으로 일시에 많은 건수를 심사함에 따라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진행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양 제도를 통합할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적으로 납세자 권리가 구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세금문제 전문가는 “심사청구든 심판청구든 인용율(액)이 적다고 해서 불신하고, 인용율이 많다고 해서 신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판단해 청구의 결과에 대해 납세자가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써 심사청구(국세청)도 큰 금액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지 말아야 하며, 심판청구(조세심판원)도 납세자가 아닌 대리인들의 논리보다는 납세자가 신뢰할 수 있는 명판관으로서의 결정을 내려야 두 제도는 양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의 노(老) 전문가는 “심사청구든 심판청구든 납세자가 패할 경우엔 행정소송으로 제2의 구제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과세관청(국세청)이 패할 경우에는 행정소송도 제기할 수 없는 막다른 길로 몰리는 게 두 제도의 단점이다”면서 “결국 3심제인 소송과 달리 두 행정심에서는 국세청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판청구와 심사청구제도를 국세청 소속으로 통합하자는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심판청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듯한 문제제기는 세금구제제도 전체를 불신케 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심판청구 인용액이 1조원, 소송 패소액이 1조원을 넘는다면 행정소송도 납세자가 심판청구에서 인용결정을 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써 실제는 심판청구 인용액이 2조원인 셈이라면서 국세청이 심판이나 소송대응 기구를 보강할 것이 아니라 과세시스템, 조사요원들의 자질 향상부터 보강하는 것이 급한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유일지 기자  salix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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