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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포트] ‘규제인가 정의인가’…너무 불편한 ‘업무용차량 운행일지’ 작성의무

채흥기, 유일지 기자l승인2019.07.24 08: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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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기록 작성못한 사유로 필요경비 불산입은 실질과세원칙 위배”

국회, “소기업, 운행기록 작성 않더라도 필요경비 산입 허용” 추진
 

정부가 지난 2016년 ‘업무용차량 운행일지 작성’으로 업무용 차량에 대한 비용 통제를 강화하자 ‘무늬만 업무용차’들이었던 법인명의 수입차 비중이 떨어지며 효과를 보는가 싶더니, 제도 시행 3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법인명의 수입차 비중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늘어나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업무용차량 운행일지와 관련한 세법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업무용차량에 대한 규제완화 내용이 포함될지 주목되고 있다.

업무용승용차에 대한 운행일지 작성은 고가의 차량을 회사명의로 구입하거나 임차해 자녀 통학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며 비용을 회사의 손금으로 처리해 세금을 탈루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정부가 이를 잡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운전기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 등은 문제되지 않더라도, 운전기사를 따로 둘 형편이 안 되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들은 업무용차량 운행일지 작성의무가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이에 세무업계에서는 영세사업자 등에 대한 차량운행일지 작성의무를 면제해달라고 건의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차량운행일지의 허위작성 시 이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제도의 허점이 많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 업무용차량 운행일지 3년째…‘논란’의 시작은 ‘세금 혜택’이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법인명의로 구입하면 차량 구입비용부터 유지비까지 회사에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실제로 업무용승용차 운행일지 의무도입 이전인 2014년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1억원 초과 차량의 경우 일반인 판매비중은 15.8%에 불과한 반면, 사업자 판매비중은 84.2%에 이르렀다. 업무용으로 사용한다고 구매하여 사실상 개인이 사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세금 혜택을 받아왔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16년부터 ‘업무용승용차 관련비용의 손금불산입 등 특례’를 두고 업무용승용차별로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운행기록 등을 작성·비치하지 않아도 관련 비용의 일정금액(1000만원, 부동산 임대업일 경우 500만원)은 손금으로 인정하고 운행기록을 작성한 경우에는 업무사용 비율만큼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운행일지를 작성해야만 비용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일지를 작성해야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규제 중의 규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무용차량이 필요한 영세사업자들이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 매일 매일 운행일지마저 작성하게 되면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 특히 운행일지 작성이 허위로 작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이를 작성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또다른 업무부담이자 직접적 납세협력의무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 불편한 세무대리업계…“작성 면제 혹은 한도금액을 없애라”

상황이 이렇게되자 사업자들의 세무업무를 대리하는 세무대리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3월 한국세무사회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개최된 ‘2019년 제1차 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 참석해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를 위해 차량운행일지 작성 의무를 면제해주는 등 방안을 정식으로 건의했다.

당시 이창규 세무사회장은 “운전기사를 따로 둘 형편이 안 되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에게는 차량운행일지 작성을 면제하거나 대안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입금액 등 비용이 다 노출된 상황에서 사업상 필요해서 지출된 비용도 한도를 정해 전액 공제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영세사업자는 실질소득 측면에서 다른 규모의 사업자보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도금액을 폐지하거나 한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소기업의 세무대리를 맡고 있는 한 세무사는 “어느 기준의 중소기업에 대해 차량운행일지를 면제해줄 것인지가 어렵고, 면제의 기준을 정하다 보면 법의 형평성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차량운행일지는 가짜로 써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보다 촘촘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2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세제세정 이용 및 애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회계세무업무의 외부위탁비율이 87.1%로 대다수 중소기업이 회계·세무 전문인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운전 인력 등이 부족해 실제 업무용 차량을 사용했음에도 운행기록을 작성하지 못해 업무용 승용차 관련비용을 필요경비에 산입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업무용승용차 관련비용 규제가 중소기업 경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72.6%)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세무사회는 “고가의 차량의 사적용도 제한은 현행 감가상각비 제한과 처분손실 비용처리 제한 등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운행기록작성의 의무화는 운전전담 직원 및 조직을 두어 운행기록 작성이 용이한 대규모 법인에 비해 운행기록 작성이 어려운 소기업에게 불리한 제도로써 오히려 과다한 납세협력비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경우처럼 차량운행기록부 작성없이 마일당 53센트를 적용하는 기준거리율법 선택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그러면서 소기업 중 수입금액 10억원 이하 법인 48만개 면제(총 69만개 법인의 63%)해주고 개인은 성실신고확인사업자(15만개) 아닌 복식부기의무자는 면제(136만명의 89%)해 주는 것이 맞다는 건의서를 내기도 했다.

◆ 빈대 잡으려다 중소기업 잡는 업무용차 운행일지…해결책은?

운행일지 작성으로 머리가 지끈지끈한 중소기업과 세무대리업계의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말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득세 및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고, 소기업에 대해서는 운행기록을 작성하지 않더라도 필요경비를 산입을 허용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의 소기업 기준은 업종별 평균매출액이 120억원(예:가구.식품제조업 등), 80억원, 50억원, 30억원, 10억원 이하인 곳을 소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상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회계·세무전담 인력과 운전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의 경우 운행기록 작성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를 면제해 경영여건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으며, 업무용 차량임에도 운행기록을 작성하지 못했다는 사유만으로 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을 필요경비에 불산입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업무일지나 출장명령서 등 다른 증빙서류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경우 운행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1000만원 초과한 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의 필요경비 산입이 부인돼 소득세 부담이 증대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운전전담 직원 및 조직을 둔 대규모 법인에 비해 운행기록 작성이 어려운 영세 소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세형평성 관점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고, 운행기록을 작성해도 해당 승용차가 실제 업무용으로 사용됐는지 여부가 바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운행기록 작성 의무화가 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 중 업무용 비용만을 필요경비에 산입하려는 특례의 취지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문위원은 그러나 “소기업에 대해 업무용승용차의 운행기록 작성의무를 면제할 경우 전체 기업의 97.5%가 제외돼 업무용승용차의 사적사용을 방지하려는 제도의 취지가 과도하게 퇴색할 수 있고, 국세청이 고시한 차량운행기록부를 기록해도 납세자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측면, 2017년 신고 결과 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이 1000만원 이하인 경우 전액 산입해 주고 있는데, 이 경우 66%를 차지하고 있어 소기업에 과도한 납세협력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 힘든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함께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업무용차’는 문제…“강화해야 한다”

세무업계의 이같은 건의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이 구매하는 비율이 급증해 소위 ‘가짜 업무용차’가 활개를 치고 있어 선진국처럼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입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판매된 수입차는 26만705대가 팔렸으며, 1억원 이상 고가 차량은 2만6314대이고, 이중 1만8758대가 법인이 구매해 무려 71.3%로 2017년 기준 11.4%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국내에 2억원~4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한 외제차의 경우 11대가 팔린 가운데 이중 10대가 법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인구매 비율이 지난 2015년 80.4%에 이르던 것이 2016년 법인세 및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업무용차량의 보험 의무화와 차량운행일지 기록 의무화 등으로 급격히 줄었다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해 명의는 법인에 등록해놓고 절세효과를 누리면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편법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항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차량의 감가상각 한도 800만원 초과 시 다음해에 이월할 수 있는데다 과거 5년의 지출비용을 10년~15년에 걸쳐 비용처리 하면 되고, 차량운행일지를 의무화해도 수기로 작성하기 때문에 허위로 작성한다고 해도 확인할 수 없는 등 가짜 법인차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의 허술함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진국처럼 감가상각액을 대폭 높이는 등 보다 촘촘하게 규정을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채흥기, 유일지 기자  chai92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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