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소기업을 운영하는 A업체는 최근 관할세무서로부터 2017년 매출분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은 후 6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부과 받고 한숨이 나왔다. 기업을 하는 사람치고 세무조사를 받아 600만원의 세금을 추징 받았다면 솔직히 그렇게 큰 돈도 아닌데 왠 한숨일까.

A업체는 기자가 최근 <세무서의 무리한 세무조사 시도 납세자보호위가 ‘제동’>(본지 6월4일자) 제하로 보도한 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후 A업체의 사정이 어떤지를 들어보기 위해 최근 경기도에 소재한 사업체 현장을 직접 찾아봤다. 현장에 도착하니 공장은 넓은데 직원이라고는 달랑 3명이 덕트를 만들고 있었다. 직원도 정규직이 아닌 일용직이라고 했다. 덕트는 건물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배관 구조물이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4년 이곳(경기00)에서 가족기업으로 출발해 기업을 일궈왔다. 정말 열심히 일해 집도 사고 현재의 공장부지를 사서 이전도 했다. 하지만 3년 전 공사비로 받은 어음 5억3000여만원과 1억2000여만원을 받았는데, 원청업체가 부도나면서 6억5000여만원 어음이 휴지조각이 됐다. 이미 일부 자재비와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인건비는 미리 지급했기 때문에 부도어음은 그대로 회사의 부채로 남았다.”

B대표는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3년 동안 부채를 갚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했다.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했던가. 지난 5월초 관할 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 통보를 받았다.

관할 세무서는 ‘인건비 부분에 대해 명백한 세금탈루 혐의가 있다’면서 2017년 1년간, 세무조사 기간은 2019년 4월 29일부터 5월 18일까지라고 통보했다. 세무조사란 내가 낸 세금에 대한 세무서의 합당한 검증절차이기에 거기까지는 수긍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세무조사팀은 “특정 항목의 명백한 세금탈루 혐의 또는 세법적용 착오 등이 다른 과세기간으로 연결되어 그 항목에 대한 다른 과세기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통지를 재차 보내면서 2014년, 2015년, 2016년 3개년을 더해 2017년까지 4회계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거 뭐야. 세금에 문외한이어도 명백한 과잉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B대표는 세무전문가가 아니어서 관내 세무대리인의 조력을 받았다. 그리고 세무조사 확대는 ‘무리한 조사’라면서 서울지방국세청에 이전 3개년에 대한 세무조사 확대를 중지해 달라는 내용의 납세자 권리보호를 신청했고, 서울국세청은 지난 5월 24일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열어 ‘세무조사 확대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을 수용한 관할 세무서는 2017년분에 대한 세무조사만 실시해 소득세를 신고하지 않는 인건비 부분에 대해 600여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현장 기업인으로서 돈을 떠나 현실을 인정해 주지 않는 세법과 세정에 대해 B대표의 불만은 여전했다. 그는 “덕트 공사 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시공을 한다. 현재 평균 일당 15만원을 지급하는데, 조장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고 소득세를 따로 떼지 않는다. 다른 작업장 역시 일용직 노동자에게 소득세를 떼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 공사를 수주하면 비정기적으로 나와 일을 하는 일용근로자들에게 소득세를 떼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서 “특히 이미 지급한 인건비에서 세금을 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무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일용직을 고용하는 현장 중소기업인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쉽지 않는 세법인데도 세무서측에서는 이런 현장의 사정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들렸다.

그러나 B대표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세무서측에 그닥 크게 미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3개년 세무조사를 중지토록 받아 준 서울국세청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리고 B대표는 세무조사 대리를 의뢰한 세무사부터 ‘눈이 번쩍뜨이는’ 말을 들었다. ‘3년전 부도난 어음 6억5000여만원에 대한 부가세 6000여만원이 환급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그는 가뭄에 단비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차제에 B대표는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누적된 7억여원의 회사 빚을 모두 청산키로 했다고 했다. 그리고 8월 18일까지 납부기한인 세무조사 부과분 종합소득세 600여만원도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마음으로 재기할 수 있을까.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 해봐야죠”라고 했다.

기자는 최근 몇 달새 B대표의 사연을 취재하면서 오늘 대한민국 중소기업인의 삶의 현장을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세청 등에서는 세금에 목을 메지만 우리네 중소기업인들은 ‘삶에 목을 멘다’는 사실을 생생히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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