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8.21 수 18:27

기재부 고위공직자의 심판원 ‘전화청탁’ 파문…기재부 “문제없다”

유일지 기자l승인2019.08.13 18:01:5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기획재정부 고위공직자 A, 고교후배의 세무조사 심판청구 전화로 ‘잘 봐달라’ 청탁

조세심판원 관계자들, 심판원 고위직과 관계형성하고 있는 A의 요구에 압박 느껴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국세청 세무조사로 고액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고등학교 후배의 청탁을 받고 조세심판원에 전화해 사건을 잘 검토하라고 청탁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고교동문의 청탁을 들어준 공무원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기재부 측 주장에 따르면 고교동문의 청탁을 받고 유리한 예규를 내리거나 조세심판원에 전화해 사건을 잘 봐달라고 청탁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기획재정부 및 조세심판원 관련 감사제보 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중앙부처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에 부당하게 간여했다는 감사제보가 들어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감사에 착수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벤처기업을 영위 중인 모 회사의 B대표이사는 2017년 주식 변동과 관련해 증여세 신고누락 혐의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사유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증여세 예상 고지세액 487억원을 통지받았다.

이에 B대표는 자신의 고등학교 선배인 기획재정부 A실장에게 연락해 이번 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부당하다고 호소했고, A실장은 자신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기재부 세법해석 질의신청을 하도록 알려줬다.

그렇게 A실장은 세법해석 질의신청 안건의 쟁점사항에 대해 법령 소관과 차원에서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추후 예규심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후 A실장은 B대표의 세법해석 질의신청에 대해 예규심 위원장으로 예규심을 개최하고 B대표에 유리하게 예규심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B대표는 국세청 과세처분과는 달리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예규 주장의 근거를 삼을 수 있게 됐고, B대표는 국세청 과세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진행했다.

이에 A실장은 조세심판원 관계자 3명에게 전화해 자신의 직위를 밝히면서 B대표가 자신의 고교후배라는 말과 함께 B의 주장대로 인용된 예규를 기재부로부터 수령해 사건을 잘 검토하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A실장과 B대표가 고교동문임을 전해 듣고 두 사람의 관계가 고교동문인지를 확인하고, A실장이 말한 예규를 조세심판관회의 사건조사서에 기재하지 않을 경우 조세심판원 고위직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자신의 평판을 나쁘게 하거나 퇴직 후 로펌이나 세무법인에 재취업하는데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실장의 질책 등 직간접적인 불이익에 대한 걱정과 압박으로 B대표의 심판청구 답변서에 유리한 예규를 첨부키도 했으나, 결국 조세심판원은 처분청의 과세처분에 잘못이 없다며 B대표의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A실장은 고교후배인 B대표로부터 국세청 과세처분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전화를 받은 사실과, 조세심판원 관계자 3명에게 전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예규심에서 자신은 별도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직위를 사적으로 이용해 청탁전화를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술개발 전 수익이 나지 않아 초기 사업 자금을 외부로부터 조달할 수 없는 등 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벤처기업이 향후 성공 가능성이 커져 이에 따른 주가상승으로 과세를 당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돼 벤처기업을 도와주려는 취지에서 심판원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A실장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면서 벤처기업과 혁신적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A의 평소 소신이 지나쳐 고교동문과 관련된 조세심판 청구사건에 부적절하고 신중하지 못한 행위를 했지만,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감사원은 고액의 조세심판 청구사건의 조사와 심리결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실장의 부당한 행위는 청탁으로 인해 조세심판원의 공정하고 독립적인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행위로, 청탁한 사항의 실현 여부와 관계 없이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이 성립될 뿐만 아니라, 특정 조세심판 청구사건에 개입하는 행위로 인해 민원을 야기하는 등 고위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봤다.

이에 감사원은 기재부에 A실장을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경징계 이상의 징계처분을 내릴 것을 통보했다.


유일지 기자  salixy@hanmail.net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정일보는 공평한 세상을 꿈꿉니다."

최신기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4214) 서울 마포구 만리재로 15 (공덕동) 제일빌딩 606호
대표전화:02) 6352-6331  |  팩스번호:02)6352-6333  |  이메일:sejungilbo@naver.com 
신문사업등록번호:서울,아02809  |  제호:세정일보  |  등록일자:2013.09.10  |  발행일자:2013.03.29  |  대표/편집인:서주영  |  발행인/청소년보호책임자:임영옥
사업자등록번호:105-20-75949  |  통신판매업신고번호:제2018-서울마포-1851호
Copyright © 세정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