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호영 세무사

우선, 영화 오셀로는 월리엄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작품 중에서 영웅적 인물이 앙심 품은 부하의 표리부동한 악행으로 불운한 추락을 겪게 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미 감상한 리어왕이나 햄릿 등의 영화와는 다소 다른 색깔의 작품이다.

커다란 야망이나 야심 때문이 아닌 누구나 겪을수 있는 사소한 감정, 즉 ‘질투와 시기, 분노와 열등감 등이 원인이 되어 상상을 초월한 비극이 초래 될 수 있다’는 줄거리의 영화였다.

베니스의 장군이며 주인공 오셀로는 무어인(아랍계)의 유색인종으로서 전쟁에 능하고 용맹스러울 뿐만 아니라 노예시절 특유의 친화력과 근면성으로 베니스 사이프러스의 총사령관이 되어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고 있었다.

또한 그는 베니스의 유력한 귀족의 딸, 아름답고 정결한 데스데모나를 사랑했고 그녀도 오셀로가 흑인이지만 그의 인생역정과 영웅적 무용담에 매료되어 사랑에 빠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유색 인종인 오셀로와 사랑에 빠진 딸에게 "그와 결혼 하려면 차라리 뱃사공과 결혼하는 것이 낫다"라며 극력 반대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고 착한 데스데모나는 결국 한밤 중에 집을 빠져 나와 아버지와 결별하고 오셀로와 서둘러 결혼했다. 오셀로는 부와 명예, 거기에 젊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까지 거머쥐었으니 유색인종인 그는 백인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흑인으로서의 늘 열등감에 싸여 있었다.

오셀로 장군이 이끄는 군대에는 이아고라는 기수가 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충성스럽지만 사실 내면은 매우 교활하고 사악한 인물이었다. 그는 "전에도 말했고 앞으로도 계속 말하겠지만 난 무어인이 무조건 싫다. 그에 대한 나뿐 소문을 퍼뜨려 기어이 놈이 행복하게 사는 것에 찬물을 끼얹겠다. 나는 겉으로는 충직한 듯 하나 새들이 내 심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열어 보인다면 나는 보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라고 이아고는 자신 스스로 표리부동한 심정을 독백한다.

그는 10여년 동안 오로지 장군 오셀로에게 충성하여 부관 자리에 승진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 자리에 캐시오라는 인물이 승진한데 대하여 앙심을 품게 되어 오셀로에게 악행을 도모하게 된다. 이아고가 대망하던 부관 자리에 승진한 캐시오라는 인물은 잘생기기도 하였지만 똑똑하고 매너도 좋은 인간이었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를 짝사랑 하며 연정을 품고있던 로더리고에게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은 갑자기 타올라 금방 식을 것이며 오셀로도 그녀가 실증나면 금방 차버릴 것이며 그녀도 젊은 남자를 찾게 될 것이다. 남자는 위장이고 여자는 음식이니 배가 부르면 곧 뱉어 내게 될 것이다"라며 로더리고에게 희망을 주고 위로하며 자기편으로 끌어 들인다.

그리고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부라맨쇼에게 "음탕한 무어인, 오셀로에게 아름답고 순진한 데스데모나가 농락당하고 결국 검은 양과 흰양 사이에서 괴물이 태어날 것이다"라고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악담으로 시기하며 충동질하며 악의를 부추긴다.

오셀로가 이끄는 군대가 베니스령 사이프러스에 침공한 터키군을 물리치고 그는 승전파티와 오셀로 부부의 신혼파티를 겸해서 열게 된다. 이아고는 그 자리에서 오셀로에 접근하여 캐시오와 데스데모나가 특별한 관계임을 은근히 흘리고 아울러 캐시오가 잘 생기고 똑똑하여 데스데모나가 그에게 눈독을 드리고 있음을 거짓 조작하여 말한다.

거기에 더하여 그녀,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의 손바닥을 주무르고 있었음은 물론 두 사람이 숨이 막힐 정도로 입술을 가깝게 맞대고 있었다고 말하며 추잡하고 음탕한 불륜의 서곡이라고 거짓을 조작하여 로더리고에게도 흘린다.

또한 이아고는 파티 석상에서 음주에 약한 캐시오에게 술을 과하게 마시게 하고 로더리고로 하여금 그를 건드려 폭동 수준의 심한 난동과 술 주정을 유도한 후 오셀로가 이를 목격하게 하여 캐시오를 전격 부관에서 해임 조치토록 술책 한다.

이아고는 오셀로에게는 난동을 부린 캐시오에게 아무 잘못이 없는 양 연기를 하고 캐시오에게 태연 자약하게 다가가 오셀로의 부인 데스데모나에게 간절히 복직을 간청하면 오셀로는 사랑하는 데스데모나의 청을 거절 못할 것이라고 충고를 해준다.

이아고는 또 오셀로에게 접근하여 "캐시오와 데스데모나가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였냐"라고질문하며 은근히 의구심을 심어주어 오셀로에게 아내에 대한 '의심의 불씨'를 지핀다. 그리고 이아고는 또 "명예란 영혼 다음으로 소중한 것으로 겉과 속이 같아야 하며 캐시오는 정직한 사람이다"라고 마음에도 없이 두둔한다. 속마음을 숨기기 위한 술책인 듯 했다.

또한 그는 오셀로에게 "의심은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고 심장을 갉아먹는 괴물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곁들여 충성스러운 부하임을 은근히 자처한다.

한편 그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나뿐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 하겠지만 한 여자에게 푹빠져 그녀를 의심하며 서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남자는 얼마나 불행할까요"라며 은연중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와의 생활이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는 듯 오셀로를 조롱하듯 가지고 논다.

이아고는 계속해서 "베니스에서는 남편만 속이면 하늘이 내려다 보는걸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쁜 짓을 안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쁜 짓을 안들키려는 것이 이들의 양심이다"라고 빛깔 좋게 하자 오셀로는 정말이냐고 반문한다. 이아고의 구변은 정말 휘황찬란하다.

이아고는 또한"장군님의 부인은 아버지를 속이고 장군과 결혼하였고 따라서 장군님도 충분히 속일 수 있으며 장군님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라는 말에 오셀로는 심리적으로 조정되어 이아고의 현란한 수사에 "고맙다"라고 까지 응수해 준다.

이렇게 이아고는 캐시오와 데스데모나의 연정 관계가 있는 양 오셀로의 심장에 의심의 씨앗을 잔뜩 뿌려 놓고 그 씨앗을 점점 발아시켜 나간다. 또 캐시오는 좋은 친구라고 은근히 캐시오를 오셀로에게 두둔하는 척하며 그를 오셀로의 기억에 각인시켜 준다.

그러나 오셀로는 이아고의 말을 아직 반신반의 하면서도 "데스데모나가 정결하고 정직한 여자로 불륜을 저지를 사람이 아님을 확신한다"고 이아고에게 말해 주며 자신을 추스르려한다. 그러나 이아고는 여기에 "타지 사람과 결혼은 어색하고 추잡스럽다"는 말로 은근히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결혼을 조롱하면서도 "더이상 캐묻지 않으면 시간이 해결 해줄 것이다"라며 위로 해주는 척한다.

이런 상황에 심경이 불편하여 머리가 아프다는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는 그녀의 손수건으로 오셀로의 이마에 대주려 하나 오셀로는 이미 데스데모나의 마음에서 멀어진 듯 손수건을 뿌리친다. 그 순간 인근에 있던 이아고의 부인이며 오셀로의 시종인 에밀리아가 땅에 떨어진 손수건을 주워서 남편에게 준다. 그 손수건은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준 선물로 가장 귀하게 여기는 물건이었다.

오셀로는 이아고에게 "아내는 행실이 단정한 것 같기도 하고 부정한 것 같기도 하고 옳은 것 같기도 하고 거짓말 하는 것 같기도 하다"라며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인다. 이아고에게 "아내가 간통을 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대라, 증거를 않되면 너를 죽일 것이다"라고 닦달한다.

이에 이아고는 "진실을 말하는 자는 항상 위험에 빠진다"라고 자신을 변호하며 "캐시오와 장군님의 부인 두 사람이 암소나 원숭이처럼 난장판을 벌인다 해도 그 장면을 직접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놈이 부인을 올라탄 것을 보여 달란 말입니까?"라고 받아 친다.

그러면서 이아고는 한술 더떠 얼마 전에 자신과 캐시오는 잠을 자고 있었고 나는 치통 땜에 깊은 잠을 못들었는데 캐시오 그가 "데스데모나, 우리의 사랑이 들키지 않도록 조심합시다"라고 하지도 않은 잠꼬대를 했다고 말한다. 완전 조작이요 권모술수다.

이에 단순하고 격정적인 오셀로는 질투심과 분노가 치미는 듯"간통을 해, 그년을 내가 갈기 갈기 찢어 죽이리라"라며 경기를 한다. 이아고가 의도 하는 대로 오셀로는 캐시오와 아내에 대한 의심과 질투심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이아고와 오셀로는 일심동체 인듯 이아고의 조종에 오셀로는 술술 잘 말려든다.

이에 이아고는 오셀로에게 "부인께서 딸기 무늬의 손수건을 소지하고 계신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만 그 손수건으로 캐시오가 땀을 닦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하여 오셀로의 질투심에 기름을 퍼부어 활활 타게 한다. 그러면서 "캐시오는 자기가 해치울 테니 부인은 죽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사실 그 손수건은 데스데모나가 땅에 떨어뜨린 것을 에밀리아가 주어 이아고에게 건넸고 받은 손수건을 캐시오의 방에 이아고가 슬쩍 떨어 뜨려 마치 오셀로의 부인 데스데모나와 캐시오가 특별한 관계의 증표 인양하는 이아고의 사악한 음모이고 조작한 것이었다.

내심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고 질투와 분노가 만땅 충전된 오셀로에게 다가간 데스데모나는 설상가상으로 "캐시오 보다 유능한 사람이 없고 충성스러운 부하인데 복직을 해달라"라고 순진하게 간청하며 두둔한다.

간청은 귀담아 듣지 않고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떠보기 위해 "손수건을 빌려 달라 하나 데스데모나는 없다, 잃어버렸느냐,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오셀로가 캐시오와 자신과의 불륜을 의심하는 속도 모르고 데스데모나는 캐시오를 두둔하며 복직만 계속 간청하니 귀찮다는 듯이 물러나라 한다.

이아고는 또 오셀로에게 캐시오와 저쪽에서 떨어져 데스데모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대화를 할테니 멀리서 엿보라고 한다. 오셀로에게 소리가 안들리는 곳에서 캐시오는 이아고의 질문에 목을 확 끌어않는 행동을 한다. 이를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캐시오가 끌어 않는 제스처로 인정한다. 그때 캐시오의 친구 비앙카가 손수건을 캐시오에게 전한다.

캐시오와 대화 후 돌아온 이아고는 "그 손수건이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에게 주고 캐시오가 또 창녀 비앙카에게 줬던 것"이라고 또 조작한다. 이에 오셀로는 "오셀로의 모든 직분은 현재부로 사라졌다"며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와 간통을 하다니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라고 질투심과 분노에 불타 죽일 것임을 거듭 되뇌인다.

오셀로는 "말라가는 그녀의 옹달샘에서 추방당하여 그 샘을 저 더러운 두꺼비가 알을 낳는 웅덩이로 만들었구나"라며 캐시오와 데스데모나의 불륜을 연상하며 자조적으로 탄식한다.이젠 그들의 불륜을 간통으로 확신하는 것 같았다.

급기야 오셀로는 아내가 죽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며 침실에 있는 데스데모나에게 "죽음을 준비 되지 않은 영혼을 죽이는 것은 사나이의 도리가 아니라며 마지막 기도를 하라"한다. 간통한 사실이 전혀 없고 정결함을 주장하는 데스데모나의 살려 달라는 간청을 뿌리치고 잠에 들려는 순수하고 착한 데스데모나를 침대에서 얼굴에 이불을 덮고 목졸라 죽인다.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는 "만약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와 간통하지 않았다면 하늘이 티하나 없는 완벽한 황금석으로 다른 세계를 만들어 아내와 바꾸자고 했어도 자기는 거절했을 것이다"라고 절규한다.

오셀로는 아내를 죽여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시종 에밀리아에게 "캐시오는 불륜에 대해 자백을 했고 그 증표로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캐시오에게 줬다"고 말하며 이아고에게 들어 보라고 말한다.

듣고 있던 에밀리아는 어이가 없고 황당무개한 표정으로 "그 손수건은 우연히 자기가 땅 바닥에서 주어서 남편인 이아고에게 건네준 것"이라는 결정적 증언과 함께 자기 남편 이아고의 음모를 북풍처럼 거침없이 낱낱히 폭로 한다. 불륜의 증거이며 오셀로로 하여금 불륜을 확신하게 한 '손수건 사건'은 그야말로 이아고의 조작이었다.

또 시종이며 이아고의 아내인 에밀리아는 "마님은 장군님을 진심으로 극진하게 사랑했고 정결하고 정숙한 여인이었다" 라고 일러 주며 "분에 넘치는 아내를 얻은 것을 모르고 오해로 아내를 죽이는 얼간이 짓을 했다"고 오셀로에게 사자후를 토한다.

순간, 오셀로는 자신이 무고한 아내를 살해한 엄청난 과오를 저질렀음을 깨닫고 차디찬 시신으로 변한 데스데모나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여기가 내 인생의 배가 마지막 닿는 항구"라며 처연한 모습으로 독백한다. 그리고 이아고를 바라보며 "저 악마가 자기의 육체와 영혼을 파멸 시켰다"고 절규하며 자괴감과 수치심에 칼로 자결한다.

그리고 오셀로는 죽어 가면서 "아내를 너무 사랑했지만 현명하지 못했던 사나이, 쉽게 질투하지 않았으나 간계에 넘어가 이성과 판단력을 잃었던 사나이, 자기의 부족을 몽땅 팔아도 살수없는 진주를 제 손으로 버린 미개하고 어리석은 사나이 였다" 라며 아무것도 덧붙이거나 빼지도 말고 위의 사항을 세상에 전해 달라는 말과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오셀로!

이 영화에서 이아고는 전형적인 악인의 대표적인 인물로 영화의 전체 줄거리를 장악하고 진행해 나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했다. 가히 '악인과 표리부동의 대명사요, 악행의 기술자, 악행의 달인, 악행의 예술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철저히 악인으로서 활동하고 계획을 치밀하게 전개해 나갔다. 그 대국관 (Big picture)의 정교하고 빈틈없음에 솔직히 찬란하고 경이롭기까지 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승진 하리라고 예상했던 부관 자리에 동료 캐시오가 중용되자 오셀로와 캐시오에게 앙심을 품고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와 캐시오와의 존재하지 않는 불륜을 조작하여 질투와 시기심을 유발케 함으로서 오셀로로 하여금 판단력을 마비케 하여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 데스데모나를 결국 목 졸라 죽이게 했다.

데스데모나를 비극적 죽음에 이르게 한 불륜의 결정적 증거라는 것은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가 땅바닥에 떨어진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주어 이아고에게 건넸고 이아고는 그 손수건을 캐시오의 방에 떨어 뜨려 캐시오의 수중에 들어가게 한 것 뿐인데 그 '손수건이 불륜의 결정적 증거'가 되어 어이없고 어처구니 없는 ‘죽음의 단초’가 되어 엄청난 비극이 초래 된 것이다.

사실, 그 손수건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개인과 개인 더 나아가서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수 있는 ‘조작과 허위, 위계와 사기, 왜곡된 투서’등을 상징할 수 있는 것으로 개인과 집단, 혹은 그 이상의 조직까지도 언제든지 파멸로 몰아 넣을 수 있는 ‘악의 씨’요 '권모술수와 음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아고는 이르기를, "오셀로, 즉 이 무어인을 지독한 멍청이로 만들고 그가 미칠 지경에 이를 때까지 마음과 영혼의 안정을 교란 시키고 그 댓가로 원망이 아니라 내게 감사와 사랑으로 보답하도록 만들 것이다. 계략은 여기에 있지만 아직은 흐릿하다. 인간은 악행의 전모를 범행 전에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한다.

이아고는 또 "데스데모나의 순수한 마음과 미덕을 시커먼 역청으로 바꾸고 그녀의 친절로 그물을 만들어서 그들 모두를 곤경에 얽혀 넣겠다"고 말하며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의 착한 성격까지 악용 하려 하는바, 그의 구변 좋고 유혹에 능하며 교활하고 사악함이 소름 돋게 하는 그의 독백이었다.

또한, 악인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비극을 초래한 오셀로의 경우 그가 용맹하고 뛰어난 능력으로 베니스의 군대를 이끄는 장군이 되었고 그의 인생 애기에 매료된 아름답고 정결한 여인 데스데모나와 결혼하여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까지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백인 사회에서 흑인이라는 비주류로 결정적 약점으로 열등감을 품고 살지 않으면 않되는 운명이었고 또 단순하고 격정적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그 고결함과 용맹함은 명예가 짓밟히는 순간 와르르 무너지게 되는 태생적 취약함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는 흑인으로서 백인사회의 장군까지 오를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고 심지가 굳고 풍모와 인격이 고결해 보이나,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의 성격상 결함인 깊은 사색없이 행동 한다든지 또 데스데모나나 캐시오 같은 충직한 사람은 의심하고 이아고 같은 간신배에게는 귀가 얇아 솔깃 하는 등, 결과적으로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닌 성격적 결함으로 비극을 맞게 되는 듯 했다.

희대의 악인이며 모략에 능한 이아고가 오셀로의 그러한 취약한 분분에 용의주도하게 파고들어 오셀로의 심리를 마음껏 휘젓고 태연자약하게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오셀로에게 품고 있던 앙심과 원한을 세밀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또한 이 영화는 오셀로가 악인 이아고의 계략에 말려들어 "질투의 심리"가 스믈스믈 발아 되어 형성되고 강화 되는 모습을 너무나 적나라하고 탁월하게 그리고 있는 듯 했다. 이아고는 오셀로의 마음에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캐시오와 데스데모나간의 불륜이라는 질투의 씨앗들을 뿌리게 된다.

그 실체적으로 존재하도 않는 무형의 질투의 씨앗들( 손을 만졌다, 입술을 가까이 댔다, 사랑을 조심하라는 잠꼬대를 했다, 손수건을 건넸다, 함께 잤다. 간통했다)은 점입가경의 의심으로 증폭되었고 그 의심은 확증 편향되어 증오와 복수심으로 달궈져 결국 오셀로는 비루한 인간으로 전락 되어 아무런 잘못도 없고 영문도 모르는 지고지순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잔인하게 살해해 비극에 이르게 된다.

결국, 이아고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에 대한 질투심과 열등감이 악행의 동기가 되고 악마적 속성이 발현되어 존경받고 고결한 장군 오셀로의 인격과 성격을 파탄시킴은 물론, 능력있고 멋진 외모의 캐시오를 제거함과 동시에 오직 오셀로만을 사랑할 줄 밖에 모르는 선한 데스데모나를 파멸시키고 자신의 아내 에밀리아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극적 아이러니에 처하게 하였다.

대중가요 ‘지금의 나였더라면’의 노래 중 일부인 "사랑도 인생도 그 중의 반에 반은 오해요, 사랑은 질투가 아닌 이해라는 걸"이라는 가사가 선뜻 떠올랐다. 주변에도 또 다른 이아고와 오셀로같은 인물이 쌓여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는 무거운 마음과 함께 이 가사 내용을 안타까운 오셀로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작, 음모, 질투, 시기, 의심, 오해, 열등감, 앙심, 원한, 복수심!

이들은 모두 선량한 인간의 심장을 갈가 먹어 치우고 시커멓게 멍들게 하는 나쁜 놈들임을 깨닫게 하는 영화였다. 아울러 인간의 근본적 본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항상성(恒常性)이 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또한 세익스피어가 오셀로라는 이 작품을 쓴지가 400여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동서고금,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포착하여 그려내는 그의 또 다른 천재성을 조우하게 되는 듯 했다. 아주 의미있고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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