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보호를 위해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하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진통 끝에 결국 무산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법 개정안을 내놓은 이후 기재부와 국세청이 첨예한 갈등을 빚었으나 결국 국세청의 '판정승'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26일 기재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기재부가 작년 세법 개정안을 내면서 도입을 추진했던 세무조사 녹음권 보장 방안은 추가 검토 결과 무산되는 분위기다.

국회가 제도 도입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주문한 추가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는데, '도입 반대'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앞서 기재부는 작년 세법 개정안을 짜면서 녹음권 보장 방안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 개정안은 세무 공무원과 납세자가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할 수 있게 하되, 세무공무원이 녹음할 때에는 납세자에 사전통지하게 하고 납세자가 요청하면 녹음파일 등을 교부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고 해외 유사 사례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두 기관은 법안을 두고 날 선 신경전도 벌였다. 기재부가 국세청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왔고 국세청이 법안 저지를 위해 물밑 여론전을 벌인다는 말도 나왔다.

결국 국회는 법안을 처리하면서 녹음권 보장 내용은 보류하되, 추가 검토를 해야겠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세무조사 실태파악, 외국사례 조사,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주문했다.

우선 세무조사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는 세무조사가 종결된 300건에 대해 대상자에게 금품요구나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 등 조사권 남용과 관련한 조사가 이뤄졌다.

세무조사 내용이 양호하면 높은 점수가 나오는 이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평균 9.61점이 나와 세무조사에 전반적으로 적법절차가 준수되고 있고 세무공무원의 권한남용 통제가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세청은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외국사례도 조사해 보고했는데, 미국만 유일하게 진술 녹음권을 보장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상호 사전 통보하게 하는 등 엄격한 규정 하에 운영된다는 내용이었다.

납세자와 납세자 대리인 등 500명을 상대로 한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에서도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클 것이며, 즉시 도입하기보다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단체를 통한 의견조회에선 다소 답변이 엇갈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납세자 권익보호에 긍정적이지만 세무공무원이 감사나 수사 등을 우려해 더욱 경직적으로 과세에 나서 영세 납세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세법학회는 녹음권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납세자의 녹음권 보장은 찬성하지만 세무공무원의 녹음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6월에 검토자료를 국회 기재위에 제출했는데, 이후에 국회에서 추가로 요구한 자료는 없었다"며 "이것으로 이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 대신 납세자보호관의 조사팀 교체 명령 도입 등 납세자 보호 방안이 최근 세법 개정안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무조사 실태조사에서 적법 절차를 잘 지키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해관계자들도 당장 도입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내용이라고 밝혔다"며 "이 법안은 작년에 폐기된 것으로 봐야 하며, 그 대안으로 납세자 모니터링 등 개선 방안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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