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3번째 2심 끝에 "우발채무 전부 현대오일뱅크 손해로 인정"
한화 측 배상책임 60%로 제한…한화에너지 인수합병 후 2002년부터 소송전

한화에너지(합병 후 인천정유)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두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한화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현대오일뱅크가 3번째 2심에서야 비로소 상당 부분 손해를 배상받게 됐다.

한화에너지 인수합병 후 발생한 우발채무를 놓고 2002년부터 벌어진 양측의 송사가 17년 만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김시철 부장판사)는 현대오일뱅크가 김 회장과 한화케미칼, 한화개발, 동일석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3번째 2심에서 85억여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2차 파기환송 때 인용된 10억원 및 이에 따른 지연손해금 등을 제외하고 현대오일뱅크가 일부 상고한 160억여원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따르면 기업지배권 이전에 앞선 사유로 우발채무가 발생하거나 부실 자산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이는 원고(현대오일뱅크)가 입는 손해"라며 "이로 인한 직접 비용 지출 또한 원고의 손해에 포함된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담합행위의 결과로 원고가 부담하게 된 과징금과 손해배상금, 벌금, 소송비용 등 우발채무액 전부가 원고의 손해"라며 "다만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위해 피고들(김 회장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95억여원을 배상액으로 정했으나 앞서 인용된 10억원을 제외하고 85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김 회장 등으로부터 한화에너지 주식 946만주를 사들여 합병했다.

주식양수도계약에는 한화에너지가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계약 이후 이런 사항이 뒤늦게 발견돼 현대오일뱅크에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한다는 진술·보증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인수합병된 한화에너지에는 각종 행정제재와 송사가 뒤따랐다.

한화에너지는 1998년∼2000년 현대오일뱅크와 SK주식회사, LG칼텍스 정유주식회사, S-오일 주식회사와 함께 군납유류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고, 2000년 47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후 국가는 2001년 한화에너지 등의 군납유류 입찰 담합으로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한화에너지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2억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담합행위와 관련해 각종 소송을 치르며 변호사 비용과 벌금 등을 지출해야 했다. 이 때문에 현대오일뱅크는 인수합병 당시 계약서의 진술보증조항을 근거로 322억여원을 물어내라며 2002년 김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공정위를 상대로 한 과징금 취소소송과 국가가 제기한 손배소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 그간 지출한 변호사 비용과 벌금 2억원 등 총 8억2천73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에너지의 군납유류 담합 사실을 인수합병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뒤늦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양측이 계약체결 당시 진술보증 내용을 위반한 사실을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손해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다시 열린 2심은 "약정상 원고(현대오일뱅크)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도 배상해야 하지만,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며 배상액을 10억원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다시 대법원은 "과징금 및 소송비용 등 회사의 우발채무 전부가 손해에 해당한다"며 2심을 새로 열어 배상액을 산정하라고 결정했다.

그리고 세 번째 2심에서는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대로 "김 회장 등이 우발채무 등 원고 손해 상당 부분을 배상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 김승연 한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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