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공무원이 되어 세월이 가면 6급까지 오를수 있다. 그러나 사무관(5급)과 서기관(4급, 세무서장)까지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업무실적과 평판도 좋아야 한다. 어렵사리 4급까지 올랐다고 해도 국세공무원들의 꽃이라고 불리는 실제 세무서장에 임명되기 위해서는 아주 깐깐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위 ‘관리자 역량평가’다. 현재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세무서장의 임명을 학수고대하면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100여명이 훌쩍 넘는다. 이들 역시 역량평가를 거쳐야 세무서장에 임명될 수 있는 온전한 자질을 갖추는 것이다.

많은 공직자들은 이 역량평가를 두려워한다. 수십년 공직에서 대과없이 일했으면 관리자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논리를 펼치면서다. ‘왜! 또 역량평가라는 것을 만들어 사람을 귀찮게 하느냐’는 푸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역량평가는 혹여 조직의 생리상 자연적으로 관리되는 역량을 자신의 역량으로 착각하는 관리자를 걸러내는 과정이며, 또 세무서장이 된 후 세무서장으로만이 아닌 국가 세금정책의 수행에 꼭 필요한 역량을 갖추었지를 살피는 것이며, 나아가 납세자에 대한 봉사라는 목민관으로서의 자질도 갖추었느냐를 최종 검증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필요하다는 견해가 더 많다. 그리고 이제 그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국세청에서도 최근 한 세무서장이 직원들에게 소위 ‘갑질’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하향전보되는 인사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관리자 역량평가를 거쳐 임명되었으면서도 이런 관리자가 있다는 데서는 역량평가의 필요성이 더해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세무서장급에서 고위공무원(가,나급)이 되려면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해야한다. 그리고 국가 정책을 여하히 수행 낼 능력이 있는지 등을 검증하는 또 한번의 관문인 ‘고공단 역량평가’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 과정역시 사람에 따라서는 쉽지 않은 고난의 관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여러 명의 국세청 부이사관들이 공직의 옷을 벗고 조기 명퇴의 길을 밟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경우엔 국세청에서는 물론 세간의 주목을 받는 강남세무서장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공직자도 있었다.

최근 국세청 내 모 부이사관이 고위공직자 역량평가를 응시했으나, 끝내 낙방했다는 소식이다. 그는 공무원으로서의 자질, 업무수행능력, 소통능력 등이 출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고공단이 되기 위한 최종 관문은 그에게는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왜 그가 낙방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이 언론대처 능력, 조직관리능력, 정책수행능력 등 다양한 관리자적 자질을 검증하는 면접시험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그의 고배를 단순히 개인적 역량으로 평가하기란 곤란하다.

그런데 한가지 국세청 인사에서의 이상한 점과 대비하면 얼핏 이해가 되기도 한다. 소위 고위공무원단이 되면 외부교육의 경우 왜 행정고시 출신 인재들만 거기에 포함되는 것인지다. 국가인재개발원, 미국 국세청, 국방대학원 교육 등에는 왜 행시출신들만 가느냐는 것이다.

과거 국세청에서 1급에 이어 장관까지 지낸 한 분의 고언이다. “국세청에서 1급까지 하려면 무조건 국방대학원은 다녀와야 할 것 같더라”는 말이다. 국세청에서 고위공무원단이 된다는 것은 세법조항 몇 개, 세무조사 파트에서의 경력 몇 줄이 아닌 국가정책의 이해와 집행에 필요한 관리자적 자질을 연마해야 할 뿐 아니라 소위 ‘국가관’이 투철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 하나만 잘하면 그뿐이 아닌 국민모두가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위한 공평한 세정을 펼치겠다는 고위공무원으로서의 충분한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로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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