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겨울 무던히도 추웠던 그 겨울, 세무사시험에 합격해 세무사로 개업한 청년 세무사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1인 릴레이시위’를 펼쳤다. 동장군이 몰아쳐 꽁꽁 언 손이었지만 그들이 부여잡은 ‘피켓’에는 ‘자동자격 웬 말이냐’가 선명하게 빛나고 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힘을 바탕으로 세무사들이 그토록 바랐던 변호사들에게 공짜로 주던 ‘세무사자동자격제도’가 폐지됐다.

이창규 전 세무사회장 시절이었다. 많은 세무사들은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과 임채룡 서울세무사회장의 힘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염원을 실현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것이 한솥밥을 먹는 세무사로서 그리고 열정과 정의감으로 가득찬 한 살이라도 젊은 고시(세무사시험)출신 세무사들이 그 긴 겨울동안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펼치면서 ‘시험도 치러지 않고 세무사자격을 공짜로 가진다는 것이 웬 말이냐’라고 목놓아 외쳤다. 이동기 당시 고시회장이 주도한 1인시위였다.

당시 세무사회 집행부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를 추진하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일념이었다. 그리고 결국 50년 넘게 이어져오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제도는 폐지됐다. 그리고 세무사들은 ‘2류자격사’라는 마음 한켠의 멍에를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발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간 세무사 자격을 받은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은 잘못되었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 세무사들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세무사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에게는 세무대리업무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기획재정부발 세무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헌재의 권고에 의한 것이지만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무려 1만8천명에 이르는 변호사들이 세무사들의 전문 영역인 세무대리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세무사들은 그 둑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2일 한국세무사고시회가 또 나섰다. 국회 앞 ‘1인시위’를 시작하며 피켓을 부여잡은 것. 이번엔 한 겨울이 아니라서 좀 났다고는 하지만 그때의 희망은 자존심이었지만 지금의 요구는 자존심과 업역의 경계를 지켜내야 하는 더 큰 싸움이 되어버렸다.

한국세무고시회(회장 곽장미)가 2일부터 정기국회 기간인 9월 한달간 임원들이 돌아가면서 국회 정문에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관련 반대 1인 릴레이 시위를 펼치기 시작한 것. 2일 오전에는 백승호 세무사가, 오후에는 박유리 세무사(고시회 총무이사)가 나섰다.

그리고 3일에는 곽장미 회장이, 4일에는 강현삼‧김희철 세무사가, 5일에는 장보원 세무사, 9일 이창식, 10일 이석정, 11일 김선명 세무사가 차례로 나설 계획이다. 그리고 세무대학을 나와 세무사로 개업중인 정범식 전 중부세무사회장, 이종탁 전 한국세무사회 부회장, 김귀순 전 여성세무사회장도 청년세무사들의 ‘1인시위’에 동참할 계획이다.

이날 백승호, 박유리 세무사가 펼쳐든 피켓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변호사는 만능인가? 세법도 회계도 모르면서 세무사 업무를 하겠다니 부끄럽지 않은가? 변호사 시험과목에는 회계가 없습니다. 조세법도 단 2%만 선택한다고 합니다. 국회는 세금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면서 공짜로 세무사 자격을 받은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를 제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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