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稅上)은 또 세무사제도 때문에 떠들썩하다. 과거 암울했던 시절, 세금계산과 세금신고납부 절차 등이 어려워 전문자격사제도(세무사)를 만들어 그들에게 세무문제를 상의하고 대리하도록 했다. 일정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그래서 납세자들은 어려운 세법을 공부하지 않고도 생업(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세법에 무지한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세무실무를 교육한 후 여하히 세금을 거둔다는 것이 공무원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보리밥도 없어 못 먹던 지구촌 최빈국 대한민국을 재건해내고, 경제성장을 이루어야겠다는 기치를 내 걸었던 박정희 대통령 시대 세금으로 국가를 부흥시켜보자는 취지와 맥을 같이한 것이었다.

그 세금을 여하히 물 흐르듯이 거둘 수 있을까. 세무공무원의 힘만으로는 불가하다고 판단하여 세무사제도가 탄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장 시험만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세무대리인의 수요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정부는 일정기간 국세청과 세무서 등에서 근무한 세무공무원과 변호사, 회계사, 대학교수, 경리장교 출신 등에게도 시험도 없이 자동으로 세무사자격을 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세무공무원, 회계사 등 변호사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세무사시험을 치르지 않고는 세무사자격을 가질 수 없게 됐다. 국회에서 세무사 자동자격제도가 폐지된 것.

그런데 딱 하나 변호사 합격자들에게만은 예외였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세무사자격증을 '덤'으로 주던 제도는 불과 2년 전까지 건재해왔다. 그 세월이 50년이상이 됐다. 박물관에나 보내야 할 박정희 시대의 유물이 21세기에도 버젓이 활개쳐 왔던 것이다. 뭇 사람들은 그 못된 법을 고치기 위해서는 국회를 움직여야 하는데 그 국회(법사위)를 변호사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으니 어렵다고 했다. 세무사들이나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변호사들의 기득권으로 보였으나 현재 대한민국의 법제정과 개정의 시스템이 그러했으니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적폐 아닌 듯 적폐 같은 자동자격제도’는 세월의 나이를 먹어왔다.

그리고 지난 2017년 국회의원을 많이 안다는 전임 세무사회장을 필두로 많은 세무사들이 들고 일어났고, 결국 세무사들에게는 50년 숙원이라고 했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제도 역시 폐지되었다. 이제 세무사 자격의 취득은 세무사시험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누구도 공짜로 얻을 수 없고, 세무사로도 활동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과거의 멍에는 국가의 잘못이든, 기득권의 잘못이든 미래를 향한 전진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세무사법 이라는 자격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가운데 다른 자격사에게 그 자격을 공짜로 준다는 그 희한한 제도가 폐지되기가 무섭게 과거에 주었든 공짜 자격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에게 세무대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하면서다. 헌재의 결정은 그 변호사가 세무회계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는지와 자격취득의 정당성보다 자격을 가지게 되었으니 일도 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견 맞는 말 같기는 하지만 비행기 운전을 잘 하니 자동차 운전은 공짜로 면허받고 그냥 운전해도 된다는 것과 진배없는 논리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경우인가.

그러자 세무사들이 또다시 들고 일어났다. 국회 앞에서 시위도 하고, 일간신문에 광고도 낸다고 한다. 유명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하게해서는 안된다는 청원서명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세무사회에서는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서를 낸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국회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관련 세무사법 개정안을 내었다가 변호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1년가량 꼼지락대다가 최근 낸 개정안이라는 것이 힘없는(?) 세무사들의 업역을 변호사들에게 내어주는 모양으로 나오자 세무사들이 분연히 들고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세무사들 사이에서는 변호사들에게 세무사 업무를 줄 요량이면 아예 법무사, 변리사, 관세사, 세무사사무소에서 5년이상 근무자에게도 모두 세무대리업을 개방해 버리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헌재의 결정에 대한 반발심리다. 장발을 단속하는 선생님에게 반발하여 아예 삭발을 해버리는 학생들의 묵언시위처럼 말이다. 법을 다루는 세무사들이 헌재를 불신하게 되면 대한민국 법질서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심히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세무사들이 이렇게 한다고 변호사들이 순순히 물러날까. 기득권의 벽은 언제나 공고한 것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에 일제의 잔재나, 토호세력들이 독버섯처럼 건재한 것처럼 아마도 이번에 세무사들이 그 기득권의 벽을 허물려면 엄청난 노력과 희생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말로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지만 결과로 이루어내기엔 참으로 버거울 것이라는 얘기다. 아마도 국회 앞에서의 1인시위보다 ‘1만3천개의 세무사자격증을 국회 정문 앞에 내동댕이’칠 용기와 결기가 필요할 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아예 변호사들에게 세무사시험 치지 않고 받은 공짜자격 자체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게 옳을지도 모를 것이다. 세금과 관련한 소송대리권을 달라는 세무사들에게 시험치고 변호사 자격을 따라는 지적과 같은 이치다. 그것이 ‘정의’에 더 부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과거엔 공짜로 주고 지금은 공짜로 안주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이 있다. 왜 세금을 내는데 세무사와 변호사 즉 세무대리인이 반드시 필요할까. 세무대리인의 도움 없이도 세금을 낼 수 있는 그런 세법을 만들면 안될까였다. 세금신고를 세무대리인의 도움없이도 쉽게 할 수 있는 나라, 그리고 세무사들도 신고대리나 신고확인 이런 것 말고 이왕 제도는 만들었으니 변호사들처럼 세법과 관련하여 억울한 과세를 대변해 주는 ‘세무변호인’ 역할을 하도록 하면 안될까하는 것이었다.

세무공무원이 2만명인데 세무대리인이 있어야 세금신고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나라 참 아이러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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