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사전불복절차인 ‘과세전적부심’의 청구건수가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는 통계가 공개됐다. 납세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세청의 사전불복절차가 왜 납세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을까.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과세전적부심사의 청구 대상인 과세예고통지건수는 2009년 19만6646건에서 지난해 24만9192건으로 5만2546건이 늘어났지만, 과세전적부심사 청구건수는 같은 기간 6237건에서 2621건으로 절반 이하가 감소했다. 과세전적부심사가 납세자로부터 점점 외면받고 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국세청의 세금부과에 대한 납세자 불복절차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사전구제와 사후불복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전구제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자가 통지를 한 세무서장이나 지방국세청장에게 통지내용의 적법성에 관한 과세전적부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사후불복으로는 이의신청, 심사청구,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등이 존재한다. 이후로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

사후불복은 납세자가 고지·압류처분을 받고 나서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이므로 납세자의 권리를 신속히 구제하는데 미흡한 면이 있다. 이에 고지 이전 단계에서 납세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요구돼 오면서 ‘과세전적부심’제도가 도입됐다.

국세청은 과세전적부심제도를 ‘세무조사결과 등에 따른 고지처분을 하기 전에 과세할 내용을 미리 납세자에게 통지 한 후 이의가 있는 경우 과세관청이 과세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해 스스로 시정하는 제도로서, 이는 부실과세를 예방하고 납세자의 권익 증진과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선진·민주적인 사전 권리구제 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 고지전심사제도→과세전적부심으로 변화…‘사전구제’ 왜 생겼나

국세청은 1981년 9월, 세무조사를 받은 사업자가 조사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고지전심사제도를 도입했다. 고지전심사제는 국세청의 일방적인 세무조사 결정에 납세자들의 심리적인 세무부담 마찰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도입돼 현재 과세전적부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대해 해명 기회를 납세자에게 부여하지 않았고, 조세심판원(당시 국제심판소) 심판절차를 거쳐야만 사후에 세액을 재조정받을 수 있었다. 이같은 절차는 세수실적을 채우기 위한 과세관청의 불합리한 세무행정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고지전심사제도를 통해 납세자들의 조세마찰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고지전심사제도가 도입되자, 83년도에는 이의신청과 심사청구 건수가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에 국세청은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1989년 고지전심사제도의 적용범위를 소득·법인·부가세에서 전 세목으로 확대해 실시하기도 했지만, 1994년 “종전 고지전심사제를 통해 이의가 오면 조사담당과에서 검토하는 형식적인 절차였었다”고 고백하며 과세전적부심심사처리규정을 신설했다.

이렇듯 국세청은 1981년부터 고지전심사제도를 운영하다 이를 폐지하고 1996년 4월 과세전적부심사처리규정을 신설해 운영하다 국세기본법에 명문화해 2000년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사실상 37년의 역사를 가졌다고도 볼 수 있다.

◆ 과세예고통지 `09년 19.6만건→`18년 24.9만건…적부심청구 `09년 6천건→`18년 2천건

과세전적부심은 과세예고통지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줄어들고 있다. 국세청이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연도별 과세전적부심사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과세예고통지건수는 10년 전인 2009년에는 19만6646건이었으며, 최근 4년간에는 2015년 17만7662건, 2016년 26만6072건, 2017년 23만9885건, 지난해 24만9192건이었다.

반면 청구건수는 2009년 6237건, 2015년 2691건, 2016년 2737건, 2017년 2582건, 2018년 2621건이었다.

과세전적부심사청구는 국세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한다. 국세심사위원회는 국세청 본청, 지방청, 세무서 등에 설치돼있으며, 본청 국세심사위원회만하더라도 당연직 8명, 위촉직 24명으로 국세청 내부인의 의견보다는 위촉직(국세청 외부의 민간위원)들의 의견이 더 크게 작용한다.

국세심사위원회 민간위원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전문대학 이상의 학교에서 법학, 경영학, 회계학 및 그 밖의 세무 관련학과의 부교수 이상의 직에 재직하는 자 등 이른바 ‘세무 전문가’들이다. 국세행정에 대한 공정성과 납세자의 편에서 더욱 생각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인데, 납세자의 편에서 보는 외부위원들이 참석하는데도 불구하고 적부심 절차는 냉대받고 있다.

◆ 과세전적부심 외면, ‘납세자의 냉대인가 인용율 저하인가’…원인분석 필요할 때

적부심 청구건수가 줄어든 것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먼저 가정해볼 수 있는 것이 ‘세수실적을 채우기 위한 부실과세’가 없어졌다는 점을 상정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주먹구구식 막무가내 과세, 혹은 일단 과세하고 보자는 국세공무원들의 마인드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국세청 내부의 견제장치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세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조사국내의 심사팀 등을 통해 법령해석 자문을 받거나, 중복 세무조사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납세자보호담당관, 법령해석심사위, 과세사실판단자위원회 등의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되면서 사전에 과세전적부심을 청구할 건수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과세전적부심의 인용율 문제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과세논리를 세워 과세를 했는데, 과세전적부심의 인용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과세논리를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잘못된 과세처리는 바로잡아야함이 마땅하지만, 국세청에서 세운 과세논리를 국세청 내부에서 이를 뒤집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외부(납세자)의 시각이다.

외부위원이 더 많지만 국세청 내부에 설치된 기구이기 때문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내부에 맡기기보다는 조세심판원 등 외부의 불복절차가 더 낫지 않겠냐는 것.

실제로 과세전적부심 채택비율은 2009년 35.2%에서 2015년 26.7%, 2016년 25.1%, 2017년 24%, 2018년에는 19%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아울러 과세전적부심사 청구 결정은, 청구가 이유없다고 인정되면 채택되지 않고, 청구가 이유있다고 인정되면 채택 혹은 일부채택, 혹은 재조사결정이 들어간다. 또 청구기간이 지나버리면 심사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지는데, 과세전적부심 채택결정을 받더라도 인용률이 줄게 된다면 그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최교일 의원에 따르면 국세청의 고액사건 소송 패소율은 2014년 22.2%에서 2018년 40.5%로 상승했으며, 이에 따른 배상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소원인 중 ‘사실판단에 관한 법원과의 견해차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과세전 사전검토를 강화해야한다는 것이 최 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심판청구 인용율의 경우 건수기준 2014년 21.9%, 2015년 26%, 2016년 24.1%, 2017년 27.3%, 2018년 25.6%였으며, 금액기준으로는 17.7%, 31.8%, 18.7%, 26.9%, 15.2%였다. 같은 기간 조세소송 패소율은 건수기준 13.4%, 11.6%, 11.5%, 11.4%, 11.5%이며, 금액기준은 23.6%, 26.4%, 16.4%, 24.3%, 26.6%였다.

이처럼 과세전적부심 청구건수와 인용율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분석 중 ‘국세청의 부실과세가 사라졌다’는 일각의 주장은 행정소송 패소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과세전적부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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