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1년 넘게 국회 계류
전속고발권 놓고 검찰과의 신경전 여전 

 

최근 국내 기업들의 수출부진과 투자유치의 어려움 등으로 한국 경제가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문재인 정부들어 두 번째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조성욱 신임 위원장이 취임했다. 

지난 10일 조 위원장 취임 후 일주일이 지나면서 전임 위원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펼친 행보와는 달리 향후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우선 조 위원장의 첫걸음은 공정위 식구들을 다독이고 달래기부터 시작했다.

전·현직 간부들이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부당하게 도운 혐의로 최근 대거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의기소침한 공정위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취임식에서 "섬세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수행하는 (공정위) 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유능함과 열정, 자부심을 가진 직원들의 자기 관리를 든든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관리에서는 유리천장이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과 전문성만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고, 정보관리 시스템 개선, 조직체계 혁신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조직의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는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앗아가고 대기업 자신에게도 손해”라며 “대기업뿐 아니라 자산총액 5조원 이하 중견기업의 부당 거래 관행도 꾸준히 감시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재벌 저격수'로 불린 전임 위원장의 재벌개혁 정책 기조를 이은 불공정거래와 일감몰아주기에 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을 시사했다.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을 감시하고 공정거래를 통한 자유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해야 공정위의 근본적인 목적과 기능을 수행하기에 여느 때보다 쉽지 않은 시기에 취임한 조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게 사실이지만 그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감도 그만큼 커졌다.

또한 강경 기조로 일관하던 전임 위원장과는 달리 첫 여성 공정위원장인 만큼 특유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도 기대된다.

이른바 '경제 검찰'로서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쟁 유도와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정위 앞에 조 위원장이 풀어야 할 당면 과제도 만만치 않다.

국회에서 1년 6개월이 넘도록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고, 또 검찰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놓고 여전히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검찰은 그동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완전 폐지 꾸준히 주장해왔고, 새로 부임한 윤석열 검찰총장도 폐지, 또는 축소 쪽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전속고발권 제도에 따라 검찰은 담합 등 공정거래 사건에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수사·기소를 할 수 있다.

조 위원장은 조속한 개정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설득해야 하고 개정안이 통과된 뒤에도 시행령 손질 등 후속조치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또 "공정경쟁 주무부처는 공정위"라며 검찰과의 전속고발권 문제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확고한 선을 긋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검찰 요구 사안인 전속고발권 폐지 범위 확대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국회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전속고발권의 일부를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경성담합(입찰담합·가격담합 등),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 등 권한의 일부를 축소하는 수준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일부 국내 대기업집단의 오너나 대주주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며 독주경영해 오는 것에 대한 대기업집단의 규율 체계를 어떻게 편재할 것인지도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워낙 입김 센 기조를 보였던 김상조號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증권선물위에서 굵직한 사안들을 다루면서 '강직한 원칙론자'로 알려진 기업 재무 전문가인 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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