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網恢恢 疎而不漏 천망회회 소이불루"

"하늘의 그물은 성성할지라도 결국 새지 않는다. 즉 어떤 잘못이든 하늘의 그물이 성성하여 샐 것 같아도 언젠가는 그 그물에 잡히게 되어 있다"라는 말일 것이다.

'평범한 용의자'

▲ 석호영 세무사

제목만 들어봐도 범죄 관련 영화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원래 소설이든 영화든 추리물이나 탐정물에 대해서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특이 이젠 60대 중반에 들어서니 서스펜스 하고 스릴 넘치는 것에 대해 그다지 반갑지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스토리를 분석해 나가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모처럼 무엇에 홀린 듯 추리, 탐정 영화인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란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세기의 멋진 반전 효과의 영화를 감상하게 되어 추리나 탐정 영화에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된 것은 이 영화 감상의 소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까지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스토리의 전개 속에 영화 선택을 잘못해서 이해도 되지않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는 생각에 영화를 감상하면서도 중간 중간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후회에 빠진 것도 사실이다. 아니 영화를 이해 못하는 자신에게 자괴감마저 들었다.

범죄자의 대부분은 범죄의 크고 작음을 불구하고 자신의 범죄적 행각을 감추고 속이기 위하여 아전인수하고 적반하장하며 침소봉대함은 물론 염통에 털이 난 인간 인양 철면피하고 위선적이고 후안무치한 경향을 띄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머리 좋은 작가에 의해 구성된 탐정물을 이해한다는 것도 용이한 일이 아니다. 큰 사건의 범죄자들은 사이코패스적인 심리의 소유자들로서 감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죄의식 자체가 없는 것이 특징 이라면 특징이 아닐까도 이 영화 감상후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또한 대부분의 범죄자는 죄가 드러나면 "일도, 이부, 삼백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단은 삼십육개로 줄행랑을 칙고 다음에는 모든 범죄 증거에 대해서는 일단 천연덕스럽게 부인하고 그래도 안되면 뒷배(백)를 동원해서 무력화시키는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애기하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범인은 도망가지도 않았고 백을 동원 하지도 않았으며 경찰관이나 관객 입장에서도 거짓말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자약한 달변가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산 패드로 부두에서 마약을 실은 거대한 한척의 배에서 폭발음과 함께 총성이 울려 퍼지면서 영화는 시작 된다.

대형폭발 사고, 사라진 수천만 달러의 돈 다발, 유일한 생존자이며 목격자인 절름발이 로저 버튼, 베일에 가려진 카이저 소제, 2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장면은 이 영화의 범죄자를 추적하는 주 사건이었다.

그러나 뜬금없이 총기를 운송하던 트럭이 갈취 되었고 뿔이난 뉴욕 경찰은 갈취 범을 잡기 위해 악명 높은 전과자란 전과자는 이 사건과 혐의점이 있든 없든 연결 되든 안되든 무자비 하게 잡아들인다.

총기 탈취범의 목소리만을 들었다는 트럭 운전기사의 증언에 따라 잡아들인 5명의 용의자, 로드 하코니, 맥매너스, 프레드 펜스터, 딘 키튼, 로저 버벌 킨트들을 쭉세워 놓고 문장을 배포한 후 몇 구절씩 낭송해 보도록 시킨다.

사건과 관계없는 전과자들을 무자비하게 검거하여 심문하니 범죄자가 색출될리가 없다. 또 목소리만으로 범인을 색출 하려하니 그게 가능한 일 같지도 않았다.

특히 딘 키튼이라는 용의자는 경찰 출신으로 사업이 승승장구하던 시점에 아무런 혐의 점도없이 잡혀와 사업의 성공신화 마져 깨지게 되었으니 그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하랴.

더우기 바이어들이 보는 앞에서 끌려 가버리고 말았으니 그의 사업은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지고 말게 된 것이다. 당사자에겐 정말 분통 터지는 경우일 것이다.

전과자란 이유만으로 죄없는 자신들을 철창속에서 생고생 하게 하고 번창 하던 사업까지 망하게 된 용의자 딘 키튼과 절름발이 버벌 킨트 등은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서로 분통을 터뜨리며 의기투합하여 자신들을 골탕먹인 경찰에게 일격을 가할 계획을 세운다.

범죄와는 아무런 혐의도 없이 전과자란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철창 신세가 되고 사업까지 망하게 된 용의자가 되었으니 상호 규합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그 규합의 목적은 그들을 골탕먹인 경찰에 대해 "복수의 일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선 5인방들은 마약범을 완벽하고 안전하게 운송해 주고 경찰에게 돈을 뿌리는 제일 택시라는 유령회사를 덥치게 된다. 전과자들이니 주도면밀하며 용의주도하게 계략을 세워 실행한다.

마약범과 결탁하여 이득을 챙기기 위하여 택시로 마약범을 안전하게 호송해 주던 부정한 경찰 일당과 마약상들을 기습적이고도 전광석화처럼 습격하여 돈도 챙기고 얼간이 경찰을 완벽하게 공격한 후 쏜살같이 현장을 빠져 나간다.

사건 현장에 경찰보다도 먼저 도착한 언론에 의해 세상에 사건화 되어 마약범과 결탁한 50여명의 경찰이 일망타진 되는 큰 사회적 성과를 거양하고 돈과 평판을 동시에 얻게 되기도 한다.

범죄 용의자들에 의해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들의 범죄가 드러나 소탕되는 아이러니한 현장이었다. 어쩌면 평범한 서민들한테는 고소한 장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과자라는 이유로 해당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그들을 중죄인으로 만들었으니 경찰이 되었든 어떠한 권력이 되었든 그 권력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 범죄를 예방하거나 죄인을 잡기는 커녕 더 큰 범죄와 죄인들을 양산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권력이 무모하고도 무자비하게 잘못 쓰여지면 그것이 어느 폭력보다도 더 규모가 방대하고 악질적인 폭력이 된다는 것을 아울러 웅변해 주는 것 같았다.

부정부패한 경찰을 소탕하여 기세등등 해진 5명의 용의자들은 더욱 고무되어 보석상에게도 일격을 가하여 그들을 살인하는 범죄를 또 짓게 된다. 보석만 털어도 될 것을 살인까지 저지른다. 범죄를 한번 저지르게 되면 더욱 에스컬레이터가 되어 포악해지고 대담해지는가 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본질은 부패한 경찰을 공격하고 보석상을 터는 과정에서 살인을 저지르며 그들이 지은 죄 등이 영화에서 보여 주고자 하는 주된 범죄 행각과는 거리가 먼 듯 했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부두에 정박되어 있던 거대한 배를 화염에 쌓이게 하면서 낸 폭발음, 총성과 함께 죽은 27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 주요 사건이었다. 과연 이 사건을 획책하고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른자가 누구인가?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목격자인 절름발이 로저 버벌 킨트는 경찰관에게 사건의 전모를 증언, 설명하면서 이 사건의 주모자는 베일속의 카이저 소제라는 인물임을 강조하며 그를 잡아야 된다고 증언한다.

경찰은 눈에 가시와도 같았던 이들 5명중에 한명은 범인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베테랑 수사관 코냔을 투입하여 수사에 매진한다. 코냔과 유일한 생존자이며 절름발이인 버벌은 취조와 증언으로 불꽃 튀는 설전을 버린다.

버벌의 증언은 경찰이 한마디 하면 수십 마디를 쏟아 내는 달변가와 같이 화려한 증언을 토해 낸다. 결국 수사관 코냔은 버벌 키튼의 그럴듯한 증언에 5명의 용의자중 한명인 경찰 출신 딘 키티가 주범 카이저 소제라고 결론을 내리고 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

그러나 버벌 키튼은 코냔에게 증언 시 중간 중간에 발생한 사건에 진실을 적당히 섞어 거리낌 없고 자연스럽고도 천연덕스럽게 거짓으로 위장하여 논리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진술 한다.

그 언변이 가히 수사적이고 유려하고 화려하여 수사관 코냔은 그의 언변에 믿음을 주며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았다. 내가 수사관이라해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버벌 킨트의 증언은 무리도 없고 억지도 없으며 논리 정연했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한 작품인 오셀로의 악인 이아고는 오셀로를 무너뜨리면서 "상대를 미치고 환장하게 하여 영혼과 마음을 교란 시키고 그 결과의 원한을 감사와 은혜로 갚게 할 것이다. 범죄는 밝혀지기 까지는 그 전모를 알수 없는 것이다"라는 독백을 한다.

그의 말이 연상 될 정도로 버벌 키튼은 이미 수사관 코냔의 영혼과 마음을 훔쳐 교란시킨 듯 했다.아니 코냔은 자신의 영혼이 혼란에 빠진것도 모르고 이아고의 말처럼 버벌 킨트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버벌 키튼은 증언을 하면서 시선은 코냔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늘 수사관인 코냔의 어깨 넘어 뒤를 향하였고 코냔이 마시던 커피잔의 바닥 등을 응시하였다.

코냔 주위의 사물과 벽에 붙여진 각종 잡지 같은 부착물, 심지어는 코냔이 마시는 컵 밑에 쓰여진 글자를 보며 사건을 연상하며 증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고 있는 듯했다. 코냔은 그런 그의 진술에 몰입하며 그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이미 검사와 후리 바겐을 마친 버벌 키튼은 2시간만 지나면 석방 되게 되어 있었다. 수사관 코냔을 2시간 동안 엉뚱한 애기로 따돌려 주범 카이저 소제가 용의자중 한명인 딘 키티로 확신하게 한후 발을 절면서 태연하면서도 유유히 수사실을 빠져 나간다.

카이저 소제란 가공의 인물을 주범으로 만들어 소설같은 즉흥 가공 진술로서 수사관 코냔을 감쪽같이 따돌리고 떠나는 그는 절름발이 발을 풀고 멀쩡하고 정상인이 되어 수사관을 비웃듯 유유히 걸어 나간다.

버벌이 수사실을 빠져 나가고 사무실 팩스에는 버벌의 몽타쥬가 들어온다. 수사관 코냔이 버벌 킨트가 잡고자 하는 범인 카이저 소제란 것을 감지한 후 뒤를 쫓았을 때는 이미 그는 대기하고 있던 동료의 차에 타고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결국 버벌 키튼, 즉 수사관 코냔이 쫓던 주범 카이저 소제는 동료 용의자들을 이용하여 경쟁 조직인 마약 조폭단을 감쪽같이 소탕함은 물론 수사관 코냔까지도 따돌리는 천재성을 발휘한 후 비웃듯 현장을 빠져 나간 것이다.

평범한 용의자,

그는 절름발이로서 결코 평범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관객이나 수사관 입장에서 사회적 약자인 그가 그렇게 어마 어마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 편견을 이용했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감상기를 쓰며 뉴스를 듣노라니 30여년 전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수사관은 아리따운 목격자 소녀에게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묻는다. 그녀는 "평범하게 생겼어요"라고 답한다.

흔히 시쳇말로 "범죄는 범죄를 지을만한 범죄형 관상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편견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범죄형 인간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평범한 사람이 용의자이며 범죄자일수도 있고 또는 사회적 약자로 보이는 사람이 범죄자일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악명 높은 사이코 패스적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하기는 커녕, 저지른 범죄를 들키지 않는 것이 양심" 이라고 한단다. 씁쓸한 말이다.

30여년이 지난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범죄의 용의자가 검거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보니 天網恢恢 疎而不漏라고 간파했던 노자의 말이 더욱 생생하게 귓전을 때린다.

카이저 소제인 버벌 키튼은 수사관을 따돌리고 그곳을 벗어났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선가 검거되었을 것이다. "범법자는 하늘의 그물이 성글 성글해 보여도 결국 언젠가는 그 그물에 걸려 들 것이다" 라고 설파한 노자는 역시 선각자이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30여명의 영화 감상 동호인과 함께 감상한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라는 영화! 나는 함께 감상한 동료들에게 영화 감상이 끝난 후 이 영화에 대해서 몇명이나 이해했는가가 궁금하여 질문을 던졌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

1995년 미국에서 개봉 당시에 반전효과의 영화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영화란다. 영화가 이미 끝났는데도 결론을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의 관객도 있었다. 실제로 몇마디 코멘트를 해주니 "아 그렇구나"하는 관객도 있었다.

작가나 감독, 연출가가 관객과 수사관을 마지막 반전의 순간까지 감쪽같이 빼돌렸으니 범죄 탐정 영화로는 성공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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