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있었던 ‘`03년 변호사 자동자격 폐지 수정안 폐기와 `18년 헌재의 결정’

“결의대회‧1인시위, 반대목소리 커지만 말로는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아”
 

▲ 사진은 지난 9일 한국세무사회가 세무사회 창립기념식에서 가진 '변호사의 세무대리 전면 허용'을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가지는 장면이다. 일부에서는 결의대회를 국민들에게 좀더 널리 알릴 수 있게 회관 강당이 아닌 외부에서 하거나, 좀더 강력한 퍼포먼스가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도 나왔다.

2017년, 세무사들은 50여년간 이어져오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제도가 폐지되면서 ‘1자격 1명칭’ 자격사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지만, 2018년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의 반격에 세무대리 업무를 몽땅 내어주게 되는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4월 26일 헌법재판소는 2004~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에게 세무조정 등 세무대리를 금지한 세무사법, 소득세법, 법인세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재판관 6(위헌)대 3(합헌)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2004년부터 2017년 사이 변호사를 취득한 자(1만8000여명)에 대해 △조세신고‧신청‧청구 등의 대리 △조세상담‧자문 △세무조사 등 관련 납세자 의견진술 대리 △개별공시지가 등 이의신청의 대리 △조세에 관한 신고서류의 확인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등의 업무허용 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자격의 특성을 감안해 업무 중 회계 관련 사무인 ‘장부작성의 대행’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제외했다.

◆ 헌재결정에는 ‘세무대리 범위 결정하라’…법무부 ‘모두 허용’ 주장하며 갈등시작

당초 기재부는 기장대행과 성실신고를 왜 뺐을까.

헌법재판소의 결정문(2015헌가19)을 뜯어보면 답이 나온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로 하여금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데에 있고, 이들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대리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세무대리를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세무대리에 필요한 전문가의 규모, 세무사 자격제도의 전반적인 내용,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 직역 간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라며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이뤄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04~2017년 사이 변호사 자격 취득자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전문가의 규모, 전반적인 내용 등을 고려해 결정하라고 했다. 만약,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 일체를 허용하는 것이 맞았더라면,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일체를 허용하라고 결정했을 것이다.

따라서 기재부가 최초 내놓은 세무사법 개정안에는 헌재 결정문의 취지를 고려해 변호사에게 법률사무와 관련이 없고 회계지식이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해 기장대행과 성실신고 업무를 제외한 채 발표했다. 그러나 2018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됐던 이같은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관계부처인 법무부가 기장대행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도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세법개정안의 입법 절차를 살펴보자. 기재부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다.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올리려면 부처간 협의가 이루어져야하는데, 법무부가 반대하면서 세무사법 후속개정은 급제동이 걸렸다. 법무부가 기장대행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외하고 세무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합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 당시 변호사와 세무사 간의 업역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결국 기재부는 1년간의 재협의 절차를 거쳐 기장대리와 성실신고 확인을 포함해 사실상 법무부가 주장해온 ‘세무대리 전면 허용안’을 내놓았다. 왜 그랬을까.

헌재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는 반드시 세무사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급박함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법무부가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국무회의는 커녕 차관회의에 상정조차 할 수 없어 기재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야했다. 이에 전면허용으로 법무부와의 협의를 마친 세무사법 개정안은 조만간 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국회로 넘어간다.

◆ 세무사법 개정안 뜯어보니~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2003~2017년 사이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회계 및 세무 관련 실무교육(회계능력 검증을 위한 평가 포함한 이론교육 및 현장연수)을 수료한 경우 세무대리업무 등록부에 등록해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실무교육은 집합교육(현장연수)를 이수하고 평가시험에 합격해야만 수료된다. 회계전문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면 세무대리를 허용할 수 없다는 세무사회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그동안 법무부는 교육 및 평가시험의 조건 없이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세무사회는 기장대리와 성실신고 확인을 제외하며 나머지 업무도 교육과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맞붙어왔다. 즉, 이번 개정안은 변호사업계가 주장해온 기장대리와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가능하도록 하는 대신, 세무사업계가 주장한 실무교육을 수료한 경우로 타협을 본 셈이다.

특히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을 적용받는 변호사의 수가 1만8000여명으로, 세무사 1만3000명의 수보다 더 많아 세무사업계에는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이에 실무교육과 평가시험으로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것이 세무사업계의 대책이다.

현재 비슷하게 현재 변리사 자격을 갖춘 변호사는 집합교육 250시간과 현장연수 6개월을 이수해야만 변리사 자격이 주어지고 있다. 변호사에게는 자동으로 변리사자격을 부여했지만 현재는 실무교육을 받아야만 변리사 자격을 가질 수 있어 변호사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점을 참고한 것이다.

하지만 1만3000여 세무사들은 진입장벽이 아무리 높다하더라도 지금 호미로 막지 못하면 업역의 둑은 서서히 무너질 수 밖에 없다면서 ‘절대수용불가’를 외치고 있다.

◆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됐나…당시 수정안이 통과됐다면?

그렇다면 2004년부터 2017년 말 사이 변호사 자격 취득자들에 대한 ‘세무사 자격부여’가 이제와서 문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세무사자격의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1961년 9월 9일 세무사법 제정으로 시작된다. 혼란스러웠던 세무행정과 경제상황을 바로잡고 재원확보를 위해 세무사 자격을 만들었다. 세무사 자격을 가진 자가 턱없이 부족하자 세무사의 수를 늘리기 위해 변호사, 회계사, 교수, 국세공무원 등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며 그 수를 늘려갔다.

이후 자동자격은 점차 사라졌고, 2003년 말 김정부 의원의 발의로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를 금지하고,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당초에는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기 위한 법안이었으나, 재경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되면서 명칭사용 금지 등으로 바뀐 것이다.

이때 법사위는 신규로 배출되는 공인회계사와 변호사는 각자의 명칭으로 세무대리업무는 할 수 있지만, 2004년부터는 세무사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수정안에 합의했고, 이에 세무사회는 법사위 결정을 뒤집기 위해 나오연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해 77명의 의원서명을 받아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변호사 출신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나오연 의원안을 반대하고 나서자, 나 의원이 수정안을 철회하면서 법사위가 뜯어고친 김정부 의원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당시 나오연 의원안은 재경위에서도 지지한 법안이었다. 법사위가 수정한 내용은 법체계가 맞지 않는 월권이며, 더 이상 법사위의 월권을 방치할 수 없다며 재경위 차원의 지지를 결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오연 의원이 본회의 표결 30분 전 수정안 제출을 철회하자, 세무사회는 대표발의 의원을 다른 의원으로 바꿀 테니 본회의 표결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나오연 의원은 다음 번 기회가 있지 않겠냐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수정안은 그대로 사라지게 된다.(세무사회 50년사)

만약, 당시 나오연 의원의 수정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지고 통과됐다면 1만8000여명의 변호사가 세무대리업무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될 지금의 위기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세무사들 입장에서는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에 따라 2004년부터는 변호사시험과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한 신규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게 세무사명칭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변호사는 세무사업무를 못하게 하되, 세무사 자격은 주는 것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2019년까지 변호사와 세무사간의 진흙탕 싸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 또다른 아쉬움…헌재 재판관 1명만 더 ‘반대’했다면?

2003년 나오연 의원 안의 폐기만이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단 한명의 헌법재판관의 마음을 돌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더 크다.

변호사와 세무사간 문제로 헌법재판소를 간 사건은 지난해 헌법불합치결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8년 5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의 세무사 명칭사용 금지에 대한 위헌청구를 재판관 6(합헌):3(위헌)의 의견으로 기각(2007헌마248)한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세무사와 변호사는 그 자격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전문지식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세무사자격시험에서는 법률과목보다 회계학, 재정학, 세무회계 등 비법률과목의 비중이 더 크고 세법에 대한 심도 있는 전문성이 강조되는 반면, 사법시험에서는 조세실무과목이 전혀 없고 조세법마저도 1차시험 선택과목 중 하나일 뿐이다 △적어도 세무대리업무 중 실무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사법시험이 세무사자격시험의 전문성을 포섭하거나 이를 대체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어 그 전문성에서 차이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세무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10년 후 2018년 헌재는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일반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하는 법률 전문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며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 제113조와 헌법재판소법 제23조2항은 ‘법률의 위헌 결정,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는 6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물론, 위헌심판 사건 중 5대 4로 합헌결정이 내려진 사례가 존재하지만, 2018년 헌재 결정에서 재판관 6대 3이 아닌, 5대 4로 단 한명의 재판관의 결정만 돌릴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결국 2008년에는 세무사의 손을 들어줬던 헌재가, 2018년에는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세무사회 집행부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3년 세무사회장은 정구정 전 회장이었고, 2008년 세무사회장은 조용근 전 회장, 2018년에는 이창규 전 회장이었다.

여기서 2018년 헌재 결정에 반대의견을 냈던 재판관들(3인)의 이유를 살펴보면 그 아쉬움은 더 크다.

“심판대상조항은 부실 세무대리를 방지함으로써 세무사 자격의 공신력을 높이고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세무행정의 원활한 수행 등을 도모하기 위해서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하여 법률사무로서의 세무대리 외의 세무대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변호사에게 다른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 및 어느 정도의 업무 수행 권한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자가 결정할 사안이다. 세무대리업무 중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회계지식이 필요한데, 자격취득에 필요한 시험의 과목 등을 고려할 때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에 관하여 변호사가 세무사와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 세법을 교육받은 변호사에게 세무사와 같은 업무 권한을 주는 방안 등은 세무사 자격시험과 같은 정도의 운영의 투명성이나 결과의 정합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달리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변호사로서 업무 수행에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세무사의 세무대리 영역 업무만 수행하지 못하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불이익이 부실한 세무대리를 방지하고 납세자에게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지나갔고, 세무사들은 자신들의 업역을 지키고, 납세자들에게 더 나은 세무서비스를 위한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업무의 전면 개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반발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지금 정치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면서 벌이고 있는 ‘삭발투쟁’이 세무사업계로도 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세무사회는 청와대 국민청원, 국회 앞 1인 시위, 사무처직원의 결의대회, 지방세무사회의 공인회계사회와의 공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변호사의 세무대리 전면허용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무대리업무란 납세자를 위한 것이며, 납세자의 권익 보호가 최우선돼야 한다면서다.

이와 관련 한 원로세무사는 “2003년 수정안의 철회, 2018년의 헌재결정에 대한 부실대응이라는 두 번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차선책이 아닌 최선의 대책을 세워 1만3000여 세무사들의 힘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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