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고등법원, 특가법 위반 항소심 5차 속행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와 협력업체로부터 여행경비 등을 지원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한 항소심 5차 공판이 27일 열렸다. 지난해 10월 24일 4차 공판 이후 약 1년 만의 재개다.

이날 오전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정준영 재판장)의 심리로 열린 허수영 전 롯데 화학BU 부회장(현 롯데케미칼 고문)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공판에서 허 전 사장은 “거래업체로부터 일부 서비스를 받았으나 부정한 청탁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고, 검찰조사 과정에서 약 10년 전 일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고인 김 씨의 진술만으로 뇌물교부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허 전 사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200억 원대 세금을 부당하게 돌려받았다는 조세포탈 혐의와 국세청 출신 세무법인 대표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이유로 2500만 원을 건넨 제3자 뇌물교부, 협력업체로부터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수천만 원을 수수한 뇌물수수에 따른 배임수재로 기소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조세포탈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뇌물교부와 배임수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바 있다.

이날 최종변론에 나선 허 전 사장과 변호인은 “피고인은 협력업체로부터 서비스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 비용이 적지 않아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사실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다만 검찰이 주장한 배임수재란 부정한 청탁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협력업체에게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세청 출신 세무법인 대표에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이유로 수천만 원을 건넨 부분에 대해 피고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허 전 사장에게 보고한 피고인 김 씨의 진술도 오래된 기억을 더듬으며 검찰에 적극 협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어디까지 인정할지 고민해야 하고, 전달된 수천만 원을 뇌물로 볼만한 구체적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그동안 석유화학업계에 헌신하며 누구보다도 겸손하고 정직하게 살았으며, 회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들어봐도 범죄에 관여할 사람은 아닌 만큼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벌금에 그칠 수 있도록 법원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기존 구형(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사장 9년 벌금 466억 원, 기모 전 롯데물산 사장 7년 414억 원, 김모 전 롯데물산 재무담당이사 5년 466억 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롯데물산 기 전 사장과 김 전 이사도 최후변론에 나섰다.

기 전 사장은 “검찰은 1심에서 했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법인세 환급의 경우 롯데물산 재직 당시 부하직원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세금환급을 청구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회계전문가와 법무법인에 이를 의뢰해 적정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범죄로 여겨졌다는 사실이 참담하다”며 “다행스럽게 1심 재판부가 옳은 판단을 내린 만큼 또 다시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살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이사는 변호인을 통해 “오래된 일을 떠올리며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고 잘못된 진술을 해 일이 커진 것 같다”며 “당시 롯데물산 재무담당이사로 재직했지만 허 전 사장과 기 전 사장이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 장부를 작성해 법인세를 환급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특히 “이전 검찰 조사 과정에서 1512억 자산 대부분이 분식회계에 따른 것이라고 착각해서 그렇게 말했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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