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세금 더 냈다'며 2천350억원 환급 청구…대부분 기각
 

과거 분식회계로 실적을 부풀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여 물의를 빚은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세금 환급신청에서 '성과급은 회사가 어려워져 임금이 깎이기 전 미리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지급한 성과급을 비용으로 인정받아 세금을 줄여보려는 요량으로 한 주장인데, 과세당국은 분식회계가 관여된 '반사회적' 지출을 비용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29일 세무업계와 대우조선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조세심판원은 대우조선이 신청한 법인세 등 경정 신청에 대해 대부분 내용을 기각한 '일부 경정' 결정을 내렸다.

앞서 대우조선은 2015년 5조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나자 회계 내용을 수정하고서 이듬해 6월 국세청에 '분식회계로 실적이 좋게 보이는 바람에 실제보다 많이 낸 세금을 돌려달라'며 법인세 등 환급 신청을 냈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2천800억원 넘는 세금을 돌려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국세청은 상당 부분 대우조선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우조선은 작년 3월 조세심판원에 경정 심판 청구를 했다. 대우조선이 환급을 요청한 법인세 등 국세는 2천35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세심판 사건에서는 6개의 쟁점이 있었으나 5개가 기각됐고 한 가지만 경정을 인정받았다.

우선 분식회계가 이뤄진 2013~2015년 임직원에게 지급된 성과급을 비용으로 인정하고 손금 처리를 해 달라는 신청이 기각됐다.

과세당국이 법인세 등을 부과할 때 기업의 이익에서 비용을 제한 금액에서 세율을 적용하는데, 국세청은 분식회계로 지급한 성과급을 비용으로 인정하는 것은 분식회계를 용인하는 것이라며 손금 처리하지 않았다.

대우조선은 이 기간 분식회계를 통해 4천96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한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심판 과정에서 성과급에 대해 "향후 임직원들이 제공하는 근로에 대해 대폭적인 임금 삭감이 불가피해 미리 지급한 근로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실적이 좋지 않으면 임금을 적게 받고 분식회계가 드러났으면 더욱 덜 받아야 마땅한데, 이와 같은 주장은 분식회계가 드러나기 전에 미리 돈을 챙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대우조선은 "성과급이 과다하게 지급됐다는 판단도 자의적일 뿐 아니라 과다하게 지급된 것이라 해도 사회질서에 심히 위반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 이후 정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13조원의 혈세를 투입했다. 당시 대우조선의 성과급 잔치는 큰 지탄을 받았다.

심판원은 "분식회계로 지급한 성과급은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춰 비정상적인 행위이며 사회·경제적 공정성과 선량한 풍속에도 저촉된다"라며 "이를 손금으로 인정하면 회계조작이라는 불법 행위를 용인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쟁점은 고문료의 손금 처리 여부였다.

대우조선이 군인이나 정치인 등 비전문가를 무더기로 고문으로 위촉해 억대 자문료를 준 사실도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대우조선은 같은 기간 고문 13명에게 지급한 고문료를 비용 처리해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3명 중 5명은 대우조선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고 고문료가 실제 자문실적에 근거해 지급됐다는 증빙도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대우조선이 자회사에 지급한 설계 용역 대가가 일반적인 비용보다 훨씬 많아 부당 지원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초과 지급분을 손금 처리하지 않았는데, 대우조선은 이에 대해서도 불복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국세청은 문제의 자회사는 설계용역을 고가로 수주했지만 스스로 설계를 할 역량도 없어 재하청을 줬다는 내부 관계자의 진술을 심판정에서 제시했다.

대우조선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선박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관련해 협력업체의 과실이 100%라고 분류된 건은 대우조선이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보고 세금을 매긴 부분밖에 없다.

심판원은 협력사가 보상책임을 인정했는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이 전체 신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우조선은 "분식회계로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다투는 내용은 상여금 지급의 윤리성이 아니라 세법상 상여금이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라며 "회사가 이를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입장에서 한 푼의 지출이라도 아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