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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포트] ‘공짜 세무사자격의 역습’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채흥기 기자l승인2019.10.14 08: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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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등 경력직 사원의 대거이동 예상…인력난 더욱 가중될 것"
"명의대여 등 세무대리시장 더욱 혼탁…무한경쟁시대로 빠져들 것"

"기존 세무사보다 신규 세무사와 세무사수험생들 고민이 더 깊다"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시장이 열리게 되면, 파장이 클 것입니다. (개업 세무변호사들은)사무장을 두고 세무대리업무를 할 것이며, 기존 세무사 사무실에 있는 사무장 등 경력직 직원이 빠져 나가게 될 것입니다. 기장업무 역시 무료법률서비스를 앞세우면 변호사에게 기장을 맡길 것이고, 변호사들은 아울러 조세소송도 연계하게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셈입니다. 한마디로 무한경쟁의 시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조세소송대리 업무도 세무사가 해야 될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10일 수도권에서 세무업을 하고 있는 한 중견 세무사는 변호사가 세무대리업무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엄청난 파장이 일 것이라고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 2003년 12월 31일 이후 사법시험을 합격하거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한 이후 17년 동안 닫혀있던 세무사 자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없었던 이들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어 변호사의 세무대리 시장이 활짝 열릴 태세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26일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가 세무사로서 세무사의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사항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취지를 반영하여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는 실무교육을 이수한 후 변호사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등 일체의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할 경우 세무사업에 등록한 변호사들은 현행 세무사와 똑같이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세무사법에는 세무사의 업무를 △조세에 관한 신고ㆍ신청ㆍ청구(과세전적부심사청구, 이의신청, 심사청구 및 심판청구를 포함한다) 등의 대리(「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발부담금에 대한 행정심판청구의 대리를 포함한다) △세무조정계산서와 그 밖의 세무 관련 서류의 작성 △조세에 관한 신고를 위한 장부 작성의 대행 △조세에 관한 상담 또는 자문 △세무관서의 조사 또는 처분 등과 관련된 납세자 의견진술의 대리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별공시지가 및 단독주택가격ㆍ공동주택가격의 공시에 관한 이의신청의 대리 △해당 세무사가 작성한 조세에 관한 신고 서류의 확인. 다만, 신고서류를 납세자가 직접 작성하였거나 신고서류를 작성한 세무사가 휴업하거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별공시지가 및 단독주택가격ㆍ공동주택가격의 공시에 관한 이의신청의 대리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에 따른 성실신고에 관한 확인 △그 밖에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행위 또는 업무에 딸린 업무 등으로 규정돼 있다. 이 모든 업무를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도 모두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한국세무사회가 성실신고확인과 세무조정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세무사회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에 반해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측은 “변호사는 법에 따라 당연히 세무사 자격이 있지만, 그동안 지방국세청장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인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변호사의 세무기장 등 세무대리 업무 수행을 방해해왔다. 이에 따라 변호사는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였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수차례 세무당국에 ‘근거 없는 세무대리업무 방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항의해 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세무당국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정당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이 제출한 세무사 및 세무대리업무 등록신청서를 그대로 반송하는 방법으로 변호사의 등록을 거부해 왔다.

변호사회 측은 그간 세무당국의 의견과는 달리 등록번호 부여는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는 창설적 효력이 있는 행위가 아니라 ‘세무대리인들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절차일 뿐이며, 세무사·공인회계사와 더불어 법에 의하여 세무대리인의 자격이 부여되어 있는 변호사에게만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위법함이 명백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변협의 주장이 고스란히 이번 세법개정안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무사들이 국회 앞 1인 시위, 서울역에서의 대규모 항의집회 등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나 이번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국회의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지지 않는 한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먼저 변호사들로부터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에 대한 의견을 들어 보았다.

경기남부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업무 시장이 열려도 당장 변호사들이 세무대리 시장에 뛰어들리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지역에 변호사만 200명이지만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특히 세무대리 업무를 하려면 복잡한 세법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회계사 자격증이 있는데다 짧지만 세무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 세무시장 접근이 용이했다”면서 “사무실 업무의 세무대리업무가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지방국세청에 세무업무 등록을 하고 활동하게 되면 앞선 사례처럼 세무대리업무가 민‧형사 등 법률대리 업무보다 앞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세무사들의 현장 목소리는 어떨까.

경기도에서 세무사를 하는 한 지역회장은 “명의대여가 늘 듯 하다. 세무사 자격을 빌려주고 사무장이 경영하는 형태로, 월세 등 사무실의 일정비용을 내는 등 형태로 운영될 것이다. 그리하면 기존 세무사 사무실의 사무장 등 경력자들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에서 세무업을 하는 또 다른 세무사 역시 “변호사들은 세법지식이 적기 때문에 사무장을 두고 세무대리 업무를 할 것이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월 고정으로 들어오는 수입원인 기장대리 업무에 대해 변호사들이 부러워한다고 들었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경기북부권에서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 세무사 역시 기존 세무사 사무실에서 고참 직원들이 대거 빠져 나갈 것이라면서, “세무대리시장의 물이 많이 흐려질 것이다. 경력직 직원들을 많이 빼내갈 것이고, 특히 변호사들은 세무지식이 부족하여 사무장을 두고 건수를 가져오도록 해 나눠 먹기식으로 운영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지금까지 변호사는 자신의 회계장부와 세금신고도 세무사를 통해 해왔고, 그렇지 않은 경우 극소수에 불과하며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까지도 변호사의 업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변호사의 전문성을 고려해 세무대리 업무의 허용범위를 전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취지와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야별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업무 수행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전문자격사 제도의 기본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역시 경기남부권에서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P세무사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분들이 굉장히 머리가 뛰어나시고 똑똑한 분들은 맞는 것 같고 부여된 세무사 자격을 사용할 수 없도록 된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이분들이 변호사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세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세무 업무를 과연 어떤 수준까지 해줄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데, 회계나 세무를 따로 공부한 적 없어 충분한 기간을 두고 관련 지식을 쌓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 세무사는 “변호사는 조세법 및 세무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자격증을 따게 되는데, 이번 입법을 통해 세무대리 업무를 하게 되면, 세무지식이 전무하니 사무장에게 명의를 대여해주고 이에 따른 수입만 챙기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세무시장이 더욱 혼탁해지고 제대로 된 납세문화 정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세무는 세무사에게, 법률 소송은 변호사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여성 세무사는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세법학은 기본이었고, 상법과 민법은 상식이었으며 경제학, 재정학, 회계학 공부량은 학부시절 전공필수과목보다 더 심했다”면서 “덕분에 세무사로서 현재 부끄럼없이 납세자들의 납세의무를 주저없이 도울 수 있었다.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의 결과가 오롯이 납세자들에게 돌아가기에 납세자들이 우리 고유의 전문성조차 의심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기자는 이러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듣고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이에 반대했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재판관의 반대의견을 다시 살펴봤다.

이들 세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은 부실 세무대리를 방지함으로써 세무사 자격의 공신력을 높이고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세무행정의 원할한 수행 등을 도모하기위해서...(중략) 세무대리 업무 중 세무조정업무와 같이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회계지식이 필요한데, 자격 취득에 필요한 시험의 과목 등을 고려할 때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에 관하여 변호사가 세무사와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면서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에 대해 세무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납세자에게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익이 앞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세무사회 소속 세무사 1만 3000여명,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수는 2만여명(2018년 9월30일 현재), 특히 변호사 중 지난 2003년부터 2017년말까지 변호사 합격자들에게 주어진 세무사자격 소유자는 1만8000명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시장에 뛰어들 경우 말 그대로 세무대리시장은 무한경쟁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존의 세무사들은 어떻게든 기존의 고객들을 유지하면서 버텨나갈 수 있다곤 하지만 무엇보다 이제 갓 개업한 새내기 세무사들과 그리고 머리 싸매고 세무사시험 공부에 인생을 걸고 있는 수험생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세무사 자격을 덤으로 받은 변호사들이 세무대리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자격을 공짜로 취득한 것보다 정의가 사라진 것 같아 공부를 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는 한 수험생의 목소리가 귓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채흥기 기자  chai92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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