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추천보조금 집행율 저조, 성인지예산 여성후보 30% 압박해야

유승희 의원, “기재부의 젠더의식 부재가 성인지예산 후퇴 원인”
 

▲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

성인지 예산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적정한 예산서가 제출되는 등 성평등 예산의 성과관리가 뒷걸음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성평등 목표 달성에 부합되는 성인지 예산사업은 누락되고, 단순 성별 분리통계가 가능한 일자리 사업 등이 매년 성인지예산사업으로 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성북갑ㆍ3선)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2020년 성인지예산안(기금운용계획 포함)에 따르면, 총 284개의 사업, 31조7963억원의 성인지예산이 제출되었다. 2019년도 성인지예산보다 사업수는 2개가 늘었고, 예산액도 6조3763억원(약 25%)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35개 중앙부처에서 제출한 성인지예산 대상사업을 살펴보면, 정작 성평등 목표 달성에 부합되는 대상사업은 누락되고, 소규모 예산사업이나 단순 성별분리 통계가 가능한 일자리사업 다수가 성인지예산 사업으로 제출되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2019년, 2020년 단 1건, ‘대한민국 어린이국회’(1억2900만원)를 성인지예산 사업으로 제출했다. 학교단위로 남녀구분 없이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의 신청을 받아 법률안 작성 등 의회정치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수혜자별 성별 정보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게 국회사무처의 평가였다.

2020년 국회사무처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예산센터에 ‘어린이국회’사업을 성인지예산 대상사업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어린이 의정교육의 기회가 성별로 평등하게 부여되는 지를 확인하고 지속적인 점검이 요구된다”는 여정연의 검토결과에 따라 2020년에도 성인지예산사업으로 제출되었다.

대한민국 어린이국회 사업보다는 △국회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성희롱 고충상담실(공감) 운영 △여성정치학교 운영 및 여성정치사 편찬 사업(여성의정 보조금사업) △국회어린이집 돌봄 연장 지원 △의원회관 보좌진 출산 및 육아휴직 대체인력 지원사업 등이 성평등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성인지예산 대상사업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같은 성평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은 누락시키고, 성별분리도 하지 않은 어린이국회 사업을 억지로 밀어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도 성인지예산 사업 발굴에 매우 소극적이다. 중선관위 예산사업 중 수십억 규모인 여성추천보조금사업과 여성정치발전사업은 누락시키고, 2019년, 2020년 단 1건, 소액예산이 편성된 여성정치참여교육(1억6800만원)만을 성인지예산대상사업으로 제출했다.

정치자금법 제26조에 따라 중앙선관위원회는 공직선거가 있는 해에 수십억원의 여성추천보조금을 정당별 여성후보 추천인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선관위가 유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정당 국고보조금 배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총선때 여성추천보조금 예산 40억2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실제 12억600만원만 배분되어 실집행율 30%에 그쳤다. 2018년 지방선거 때도 33억6800만원이 편성되었지만, 실제 27억3700만원이 배분되어 실집행율이 81%였다. 분배액이 예산액을 밑도는 것은 각 정당이 여성추천 비율 30%를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제28조에 따라 각 정당은 경상보조금의 10% 이상을 여성정치발전비로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여성정치발전비도 성인지 예산 사업으로 점검이 필요하다. 중앙선관위가 유승희 의원실에 제출한 각 정당별 여성정치발전비 지출 현황에 따르면, 2016년, 2017년은 각 정당 모두 경상보조금액의 10% 이상을 여성정치발전비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8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대한애국당이 여성정치발전비를 경상보조금의 10% 미만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곡된 성인지 의식을 근거로 성인지예산으로 제출된 사업도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환승센터구축지원’(247억원)사업의 경우 성평등과는 무관한 사업임에도, 대중교통 이용객의 성별 통계도 없이, 여성의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다는 주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성인지 예산사업으로 제출되었다.

현행 성인지 예산서는 부처별 사업담당 공무원 개인의 자율적 판단으로 작성되고, 기획재정부가 이를 취합하여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그나마 2018년부터 여성가족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8개 부처청에 양성평등정책관이 배치된 곳에서는 성인지예산 대상사업의 적합성 등이 분석되고 있지만, 정작 성인지예산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성인지예산 담당관 부재(복지예산과장 겸임)로 성과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성인지 예산제도 운영을 위해 관계부처와 연 3〜4회 상설협의체 회의를 개최하여 왔으나, 이것만 가지고는 해당 사업이 성인지 예산대상 사업으로 적절한지, 사업운영방식이나 예산은 적정한지, 그리고 이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인 성평등 효과가 있는지를 심층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유승희 의원의 지적이다.

유승희 의원은 “성인지 예산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성평등과는 무관한 엉터리 사업이 성인지 예산사업으로 제출되는 무능력한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국가재정의 성평등한 분배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기획재정부가 성인지 예산평가단을 설치, 운영하여 지난 10년 동안 지적받아온 성인지예산사업의 문제를 철저히 평가하여 국가재정사업 전반의 성평등 효과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승희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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