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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포트] 값 치솟는 세무사 영업권 ‘로또’인가? ‘독’인가?

채흥기 기자l승인2019.10.21 08: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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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 앞둔 세무서장들 개업의 쉬운 길 ‘영업권 찾기’에 골몰

기장 등 영업권 계약 당초 내용과 달라 소송으로 비화되기도
 

세무사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인 기장건수를 확보한다는 것은 월 수입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에 세무사들은 개업 초기부터 기장건수 확보에 영업력을 쏟아 붓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장건수(세무사업권)가 안정적 사무실 운영, 수입의 보장 측면에서 사실상 ‘로또’로 인식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개업을 위해 선배세무사들의 사업권을 매수하는데 열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자칫 매수 과정을 소홀히 한 결과 한편으론 소송에 휘말리는 등 ‘독’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기장서비스 수수료는 매월 정기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예측경영이 가능하며 경기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사무실 운영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웬만해서는 세무사들이 영업권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영업권을 매수하려는 수요자는 적지 않다. 영업권 매수를 시도하는 세무사들은 대부분 국세청에서 30~40년 가까이 국세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쌓은 세무노하우와 더불어 두둑한 퇴직금이 뒷배가 되어 매수가 이뤄질 경우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무사업이 80대 90대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무사들의 폐업율이 많지 않다는 것도 영업권 매수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영업권의 거래는 사실 은밀하게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간혹 인터넷사이트에 매매물권이 올라오기도 하고, 중간에서 이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업체도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개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개를 하지 않는다. 요즘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계약을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중개수수료가 아까운 당사자들이 직접 계약을 하는 것이다. 주택의 매매를 부동산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직접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최근 개업한 한 세무사는 기존 세무사업을 하는 세무사로부터 기장 등 사업을 양도받았는데, 2년간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 억원을 일정기간 분납키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 당시 기존 업체의 승낙을 받지 못한 기장업체가 ‘자신들에게 승인을 받지 않고 사업을 이어받았다’며 기장을 중단하기에 이르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고, 매출 내용도 부실한 경우가 적지않아 갈등에 이르게 됐다. 이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의를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을 해지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례는 업계에서는 종종 발생한다고 한 세무사는 전했다.

경기권에서 세무사로 활동하는 K세무사도 “세무사업 권리를 파는 과정에서 합의된 내용이 달라져 소송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파는 사람은 사업이 아주 잘된다며 포장하고, 원칙적으로 기장업체의 경우 일일이 확인하고 업체 대표들로부터 승낙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일괄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매수를 하더라고 30%는 빠져 나간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계약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따라 퇴직을 앞두고 자금력이 있는 국세청 세무서장 출신의 경우 자신이 개업하는 지역의 세무사들의 동향을 사전에 파악해 사업권을 넘길 수 있는 세무사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실제로 올해 세무사사무실을 개업한 한 전직 서장 출신은 관내 세무사가 갑자기 지병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연결돼 명퇴시기를 앞당겨 직원 모두를 승계하기로 하고 수억원 가량의 사업권을 양도 받고 곧바로 세무사의 길로 들어섰다.

역시 올해 개업한 한 세무서장 출신은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세무사 개업을 하기 위해 70살 이상의 세무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업권 매매 여부를 알아보기도 했다.

이처럼 세무사 영업권 매수는 개업초기에 다소 경제적 부담이 되지만 이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개업 세무사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덤벼들었다가 대출이자 등 어려움을 가중 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 없지 않다.

서울권에서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모 세무사는 8년 전 개업을 했으며, 이제는 세무사업을 폐업하고 쉬기 위해 영업권을 내놨다. 하지만 연매출 2년치 5억여원을 요구해 이를 타진한 세무사들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결국 성사되지 못했고, 직원들의 의사에 따라 계속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경기남부권에서 올해 초 세무사 사무소를 개소한 한 세무사는 “기존 업체들은 이미 세무사들이 업권을 가지고 있는데다 신규로 세무사 사무소를 개업하려는 세무사들이 많아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처럼 국세청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국세경력 세무사들은 그래도 여기저기서 소개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청년세무사들은 앞날이 암담할 것”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다소 돈이 들더라도 기존의 영업권을 매수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계약관계에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영업권을 넘긴 세무사가 함께 다니면서 자신이 기장을 맡은 업체 대표를 만나 이해를 구하는 등 노력을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계약을 할 때는 일일이 기장업체의 승인을 받지 않고 넘기기 때문에 중간에 기장업체가 빠져 나가는 경우가 있다. 통상 30% 정도 빠져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보통 6개월 정도 단위로 영업권에 대한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보통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무사사무소를 개업을 할 경우 경력 있는 사무장을 구하는 일이 힘든데, 어떤 경우 사무장이 기장건수를 가지고 들어오지만 퇴사를 하면서는 자신이 가져온 기장을 가져가버리는 경우도 있어 세심히 살펴서 사무장을 구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중부국세청 관내만 해도 세무서장 출신들이 지난해 10여명, 올 연말까지 15명 정도가 명퇴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역시 초보 세무사로서 거래처를 확보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앞서 한 세무서장 출신이 언급한 것처럼 세무사를 둘 형편이 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이미 세무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북부권에서 세무사를 하는 전직 서장 출신 세무사는 “개업한지 3년, 1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너무 힘들다. 전직 서장 출신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절대로 일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경기권에서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 세무사는 “사무장이 기장건수를 갖는 경우가 있다. 사무장은 그야말로 영업을 하는 사람으로, 세무사와 협의를 통해 독자적인 기장건수를 갖는 경우가 있다. 내가 아는 한 세무사는 사무장으로부터 기장건수를 샀다가 사기를 당했고, 사무장을 고소해 사무장이 구속된 경우도 있다”고 업계의 실태를 전했다.

또다른 세무사는 “지난해 말 사무장과 갈등을 빚은 후 사무장이 사무실을 나가면서 기장건수를 가져가버린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권에서 세무사업을 하고 있는 한 세무사는 “한 회계사에게 영업권을 팔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잔금을 주지 않아 소송을 하려했으나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에 포기한 경우도 있다. 계약기간이 길면 길수록 잔금받기가 어려워진다”고 매도의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 세무사 영업권 양도 합법? 불법?

그렇다면 세무사 영업권을 사고파는 것은 합법인가 불법인가?

이외로 세무사들은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한국세무사회 임원들조차 취재하는 과정에 ‘불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웬만한 정보는 나오는데 세무사 영업권 매매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 왜 그럴까 궁금증이 들었다. 사업권 매매는 적정한 평가를 통해 할 수가 있다. 문제는 세금문제이다. 때문에 음성적으로 거래를 하고 이러한 음성적 거래가 자칫 탈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중개업자는 “현금으로 거래한다고 해도 2000만원 정도 은행에서 돈을 출금하면 세무서에서 소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탈세를 전제로 한 음성적 거래는 힘들다”고말전했다.

세무사법에는 사업권에 대한 양수 양도 금지 조항은 없다. 다만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세무사법 제15조(계정권리의 양수 금지) 조항을 보면, “세무사는 계정권리를 양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규정을 두고 있다.

계정권리는 현재 소송 등 분쟁처리절차가 계속 중인 사건의 목적이 되는 권리로, 세무사의 경우 심판청구 등인 사안에 대해 타인으로부터 이러한 권리를 넘겨받아 사건에 심판청구 등에 개입하거나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된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일반 사업과 마찬가지로 세무사 사업권을 포괄적(미수금, 미지급금 제외)으로 승계하는 것을 말하며, 양수도에 의해 인도 또는 양도되는 재화는 부가가치세 대상으로 보지 않지만 종합소득세는 내야 한다. 금액이 커지면 상당 부분 세금이 부과된다.

세무사 영업권 매매 관련 취재를 하면서 신규 세무사는 맨땅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운 좋게 영업권을 산다고 해도 대출 원금과 이자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계약상의 문제 등 이래저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세무사의 현재의 모습에서 납세자의 권익보호라는 세무사의 사명보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세무사업계의 현실에서 1만8000여 변호사들까지 뛰어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채흥기 기자  chai92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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