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변호사가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면 세무대리 업무 일체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논란이다. 최근 모습은 자격사들의 전국(戰國) 시대라 할만하다. 세무사 단체에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 조세법 시험을 응시한 자는 2%에 불과하고, 사법시험 시절에는 응시자의 1%가 조세법 시험을 선택했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조세법 시험을 택한 2% 내지 1%에게는 세무사 자격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사실 공부를 했고, 안 했고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숨어 있다.

변호사는 슈퍼맨이다. 그중 몇 명은 정말 어벤져스 일 가능성이 높다. 아침에는 넥타이를 매고 고객을 상담하고, 점심 먹고 부동산등기를 하고, 밤에는 계산기를 붙들고 세금을 계산하며 하루 24시간을 풀가동하는 슈퍼맨이 아닐까? 그러나 정답은 슈퍼맨이 아니다. 그들도 인간이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하지도 못하는 법무사, 하지도 않을 세무사의 영역(시장)을 왜 탐을 내는 것인가? 그 일을 처리할 능력도 없으면서 왜 욕심을 내는 걸까?

정답은 ‘변호사의 직원’이다. 변호사의 간판 아래 무한정의 직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면 된다. 인터넷상의 ‘변호사 직접’이라는 말은 ‘변호사 직원들이 직접’이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만약 (변호사가 직접 세무 일을 한다는 전제에서) 조세법 시험을 본 변호사 중 1%만이 세무시장에서 활동을 해도 세무사 단체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변호사 중 0.001%만이 세무 시장에 진출해도 충돌과 약탈이 예상된다. 무한대의 직원 때문이다. 시장은 영리성만을 쫓게 되고 혼란과 파괴가 발생한다. 과거부터 법무사들이 등기 시장에서 겪는 현상이다.

배신집국명 삼세희불실의(陪臣執國命 三世希不失矣). 공자께서 “가신이 국권을 잡으면 삼대에 망하지 아니하는 이가 없느니라”고 하셨다. 직원과 자격사 간의 주객이 전도하면 결국 해당 자격증은 국민 신뢰를 잃게 되며 시장은 갈수록 혼탁해진다. 물이 더러워질수록 ‘陪臣執國命’의 현상은 가속화된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이런 현상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물을 혼탁하게 만들까? 그 이유는 변호사들은 송무 외의 업무를 본업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업이 아니니 우물에 독이 퍼져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최근 전관예우를 사법 적폐의 예로 말한다. 음성적인 전화 한 통화로 적게는 몇 천만원의 돈이 오고 가고 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문제거니와 자격사들이 직원들에게 법률상 중요 업무를 맡겨 놓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해결사를 자처하는 것도 문제다. 전관예우는 돈 있는 몇 명의 혜택이지만, 자격사들이 직원들에게 법률상 중요 업무를 맡기고 받는 돈에 길들여져, 자신들이 직접 할 능력도 마음도 없는 영역에서 자격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전 국민에게 해(害)를 끼치는 사법 적폐이다.

자기 집도 이전등기를 못하는 분이 등기 전문가를 자처하고, 이전 후 양도소득세 신고를 남에게 맡기면서 세무대리권을 달라고 하는 모습! 변호사 그들은 남의 땅 뺏기에서는 슈퍼맨이고, 이웃의 우물을 혼탁하게 하는 것으로는 어벤져스급이다.
 

▲ [이미지 일러스트=김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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