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국세청 조사국이나 세무서에서 납세자에게 자료 제출 요구 공문을 보내면서 하단에 기한 내 세무공무원의 질문에 대하여 거짓으로 진술을 하거나 그 직무집행을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7조에 따라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친절 반(?), 압박 반(?) 내용을 기재하여 보내고 있습니다.

부과근거를 보면 어떤 경우와 횟수가 정해지지 않아, 과세 기간이나 조사 기간에 1회인지, 질문한 횟수 인지 분명히 규정되지 않아, 자칫하면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수십 회의 질문조사에 대하여 거부하거나 기피한다면 수억 원의 과태로가 부과될 수 있으며, 중요한 인권인 자기부죄거부 특권에 위배되어 위헌 여지도 있으며, 자칫하면 과세 당국이 성실히 과세 근거를 찾기보다는 남용할 여지까지 있어 보입니다.

직무집행에 대한 거부와 기피에 대한 과태료 규정은 2010년 이전에는 조세범처벌법 제13조에 명령사항위반 등 규정으로 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질문에 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거나 그 직무집행을 거부 또는 기피한 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되어 있어 부담이 적어 큰 반발은 없었습니다.

그 후 2010년에는 5백만 원으로 과태료가 인상되고 2014년에는 현재와 같이 2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에는 조세범처벌범 제17조 조항을 삭제하고 국세기본법 제88조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 조항을 신설하였으며 그 적용을 대폭 강화하여 지금 세무조사 과정에서 심심치 않게 부과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세법상 과태료 양정 규정에 따르면 과태료 부과 대상자는 각 세법상 질문·조사권의 대상이 되는 법인 또는 개인으로 납세의무자 또는 납세의무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 원천징수의무자, 지급명세서 제출의무자 및 매출·매입처별 계산서 제출의무자가 포함된다고 합니다.

대리인이나 종업원에게도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고 과태료 부과 대상의 행위는 장부, 서류, 그 밖의 물건 조사와 제출에 대해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경우로 모든 납세자와 관련인에게 부과할 수 있습니다.

과태료 액수는 양정 규정에 의해 연간수입금액 등을 고려해 부과되며, 대상자가 과태료 납부고지서 수령 후 60일 이내에 이의제기하지 않고 과태료 및 가산금 등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 국세징수법에 따른 체납처분에 의하여 징수합니다.

국세청은 보완책으로 세무공무원은 각 세법상 질문·조사권을 행사할 때에는 대상자에게 조사권을 제시해야 하며, 대상자의 질문조사권 불이행 명세에 관한 확인 등 근거를 보관해야 하고, 아울러 과태료를 부과하기에 앞서 대상자에게 과태료 부과 원인 및 금액에 관한 사항 등을 통지하고, 대상자에게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토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견을 받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일방적으로 부과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조항은 행정 편의적인 조항입니다. 질문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법적인 보관서류가 아닌 장부, 서류, 그 밖의 물건의 조사와 제출 거부 기피에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진술거부권을 국민의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자칫 탈세로 처벌받을 수 있는 형사 문제를 안고 있는 질문 조사권에 관하여도 헌법 조항을 광의로 해석하면 진술 거부권과 기피권도 인권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진술거부권은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의 일종으로서 피의자, 피고인에 대한 자기부죄적 진술의 강요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세청은 형사사건의 미란다원칙처럼 납세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납세자보호헌장에 조력을 받을 권리와 같이 진술을 거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질문 전체에 대하여 침묵할 수도 있음을 적극적, 명시적으로 고지해야 합니다.

공무원의 경우 형법 제122조에 직무유기죄로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각종 청문회나 국회에서 보면 공무원이 선서와 진술을 거부하여도 헌법의 인권보호 조항에 따라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처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납세자의 인권도 보호받아야 합니다.

최근 세무조사 과정에서 법적인 과세서류 이외 과세당국에서 원하는 사실 자료를 못 찾자 폐기되거나 없는 자료까지도 기한 내에 안 내놓으면 법인과 대표는 물론 직원과 세무대리인까지 싸잡아 고액의 과태료를 매긴다며 납세자를 압박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질문조사나 자료 제출 거부와 기피에 대한 과태료 세법 조항은 헌법에 정한 진술거부권에 해당하는 국민 기본 인권에 직접 연관된 조항으로 절차뿐만 아니라 실제 제출자료 존재 진위까지 잘 살펴서 신중히 부과하길 국세청에 당부합니다.

[박영범 세무사 프로필]

△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 국세청 32년 근무
△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4국 근무
△ 네이버카페 '한국절세연구소'운영
△ 국립세무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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