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실장. 대한민국 세제를 책임지는 기재부 세제실이 가장 중요한 한해 농사라는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이들의 수장인 세제실장이 불의의 낙마를 하며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따라 차기 세제실장이 누구인지 세정가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

지난달 말, 김병규 전 세제실장이 사표를 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게 흘렀다. 자신의 고교 후배인 신라젠 문은상 대표에 대한 국세청의 세금부과 사건이 조세심판원으로 넘어가자, 심판원에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나면서다.

김 전 실장의 사표설이 돌자 신라젠 사건 때문에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세제실은 크게 당혹스러운 모양새였다. 감사원이 기재부에 김 전 실장에 대한 징계요청을 했지만, 징계관련 서류에 잉크도 닿지 않았는데 어찌 사표를 마음대로 쓸 수 있겠냐는 것.

또 본인 역시 사표를 낸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해왔다. 그러나 감사원 징계요구에 대한 재심청구가 기각되자 결국 경징계로 확정됐고, 지난 25일자로 김 전 실장은 의원면직했다.

앞서 행시 30회인 최영록 전 세제실장의 후임으로 4기수나 떨어진 김 전 실장(행시34)이 발탁되면서 선배 기수를 제치고 세제실장에 임명된 점 등을 이유로 그의 파격적인 인사에 추후 행보도 주목이 받던 상황이었으나 조용히 기재부를 떠나게 되면서 진한 아쉬움도 남기고 있는 상황.

통상 기재부 세제실장 자리는 승승장구를 하기 위한 준비된 자리였다. 역대 세제실장들의 경우 관세청장, 기재부 차관, 조달청장, 심판원장 등 다양하게 영전해왔고, 14대 윤영선 전 세제실장부터 17대 김낙회 전 세제실장까지 계속해서 관세청장으로 영전하면서 세제실장-관세청장 영전 분위기는 굳어지는 듯 했으나, 문창용, 최영록 전 세제실장에 이어 김병규 세제실장까지 세제실장을 끝으로 물러난다는 것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세제실 조직으로서는 아쉬움이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렇듯 ‘위기의 세제실’은 현재 비어버린 세제실장 자리를 빠르게 채워야하는 상황이다. 11월 국회(기획재정위)에서 열리는 올해 세법개정안 심사 작업에 세제실장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 (좌로부터) 임재현 조세총괄정책관, 김태주 재산소비세정책관, 고광효 소득법인세정책관.

차기 세제실장으로는 임재현 조세총괄정책관(64년, 서울, 연세대, 행시34), 그리고 김태주 재산소비세정책관(64년, 충북 영동, 서울대, 행시35)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인사검증에는 고광효 소득법인세정책관(66년, 전남 장성, 서울대, 행시36)도 함께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임재현 국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기 실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임재현 국장은 1964년 서울 출생으로 행시34회다. 대일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태주 국장은 1964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상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행시35회다.

아울러 고광효 국장은 1966년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행시36회로 국세청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인물이다.

어수선한 세제실 조직 분위기를 잡고 속도감있는 세법개정안 심사를 추진하게 될 차기 세제실장이 누구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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