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과세정보를 다른 행정기관 등과 공유 확대하는 법안을 두고 여야간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위원장 김정우)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세기본법 일부개정안(서형수, 채이배, 강병원 의원안, 정부안)을 논의했으나 결론내리지 못하고 차회 재논의키로 했다.

정부안은 세무공무원이 과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대상기관에 국가행정기관을 추가하고, 제공사유로 조세뿐만 아니라 과징금 부과·징수도 추가하도록 했다.

서형수 의원안은 한국은행에 대해서도 통계청과 같이 국가통계작성 목적으로 과세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기관에 추가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 측에서는 이미 국세청은 사전에 필요한 자료를 협의해 개정안 없이도 추가 제공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은행 이외에 420개의 통계작성기관에서도 유사한 입법예고를 계속해서 낼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내놨다.

채이배 의원안(20387)은 국세청장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관련 과세정보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정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체 없이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며, 강병원 의원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증세법상 특수관계법인간의 일감몰아주기거래로 인한 증여에 대한 과세정보와 법인세법상 부당행위 부인 관련정보를 국세청에 요구해 제공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과세관청이 일감몰아주기 정보를 공정위에 제공하게 되므로 정부안 통과가 맞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채이배 의원안(22054)은 국세청장이 상증세법 제45조의2에 따른 명의신탁주식에 대한 과세정보를 금융위원회에 지체 없이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이에 대해 정부는 국세기본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이 해당법이며 이미 발의가 돼 있으므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자료제공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국세청의 자료제공과 정보공개확대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에 따르면, 납세자 정보보호를 위해 세무공무원의 과세정보 비밀 유지 의무를 규정하되, 9가지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그 사용 목적에 맞는 범위에서 과세정보를 외부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6년 비밀유지 조항 신설 당시 과세정보의 예외적 제공사유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조세부과·징수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요구하는 경우 등 5가지였으나, 2009년, 2014년 및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현재의 9가지의 예외사유로 확대됐다.

이날 정철우 국세청 기획조정관은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과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6종에 대해 450만건을 제공 중이고, 문제가 되는 것은 부가세 신고자료였는데 이 부분의 업종코드가 달라서 올해 초 코드를 조정했고 하반기부터는 제공이 가능해지므로 한국은행과 관련한 법은 개정하지 않더라도 과세 정보제공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을 안 해도 문제가 없다면 개정해도 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받아치며 한은 측 입장을 들어보자며 법 개정에 사실상 찬성표를 던졌다. 또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서형수 의원안은 통계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므로 국세청 자료가 공익을 위해 활용되는 것은 적극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비밀주의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충분히 보호되고 있고, 70년대는 재벌대기업의 과세정보를 국민에게 모두 공개했다는 점도 상기시켜달라”며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의9호에서 이미 한국은행에 통계관련한 과세정보제공을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돼 있는 만큼 또다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세기본법에 과세정보 비밀유지를 채택하고 예외적 허용이 있는데 공정위나 금융위의 경우 예외 목적에 해당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한다면 비밀주의 원칙이 무너질 것”이라며 모든 법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당 김광림 의원은 “그동안 국세청은 자료를 요구하면 개별과세 정보라며 답변의 80%는 대답을 하지 않는데 이같은 자세는 바뀌어야 한다”면서 “기본적으로는 정보제공 쪽으로 하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막아야하므로 그룹핑 등 제공자체를 막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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