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무사법 개정안 3가지

요즘 세무사와 변호사의 두 업계가 매우 시끄럽다. 이유는 헌법재판소의 결정(헌재 2018.4.25. 결정 2015헌가19)으로 금년 안에 반드시 세무사법을 개정하여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이하‘기재부)가 정부안으로 만든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그 전에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2018년의 입법 예고안이 법무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자 기재부가 다시 법안을 손질하여 겨우 차관회의를 거쳐 2019.9.24.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2019.9.30. 기재부가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이송한 개정안은 세무사법 제20조의2 제1항 제2호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라 2003.12.31.~ 2017.12.31.에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실무교육을 거쳐 기재부에 비치된 ‘변호사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을 하면 세무업무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세무대리의 범위로 ①조세신고․불복청구 등 대리, ②조세상담‧자문, ③의견진술 대리, ④공시지가 이의신청 대리, ⑤조세 신고서류 확인, ⑥세무조정계산서 작성, ⑦장부작성 대행, ⑧성실신고 확인 등 8가지를 정하여, 기존 세무사와 아무런 차등 없이 사실상 똑같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 설명에 덧붙일 것은 2018년 차관회의에서 법무부의 반대로 무산된 당초의 입법안은 장부작성 대행과 성실신고 확인업무는 빠졌었다. 이유는 그 두 업무만큼은 법률사무에 속하지 않는 순수한 회계업무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2019.10.15.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대표로 한 29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세무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내용은 2004~2017년 기간 중에 자동자격으로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첫째, 법률사무에 속하지 않는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세무대리 업무만 수행할 수 있고 둘째, 세무대리 실무능력 배양을 위해 먼저 실무교육을 받아야 하고 또한 그 전문성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이는 세무사 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법안이기도 하다).

이에 맞불을 놓는다는 식으로 법사위 소속 이철희(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대표로 한 의원 15명의 발의안은 변호사에게 아무런 제한 즉 교육도, 검증도 필요 없이 세무대리 업무를 무조건적으로 허용하자는 내용이다(이는 변호사업계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 변호사의 전문성에 대하여

자격에 관한 시비가 일면 으레 전문성이라는 말이 회자되는데, 여기에서는 세무회계와 관련지어 우리나라 변호사의 전문성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전문(專門)’이란‘어떤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오직 그 분야만 연구하거나 맡음’으로, 전문가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상 네이버 사전)’으로 나와 있고, 종이사전인 엣센스 국어사전에는 전문을 ‘한 가지 일만을 연구하거나 맡음’으로, 전문가란 ‘어떤 특정한 부문을 오로지 연구·담당하며 특히 그 부문에 정통한 사람’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렇다면 ‘전문성’은 전문적인 성질 또는 특성으로 정의되고, 여기에서의 성(性)이란 성품·성질을 가리키기 때문에 결국 전문의 뜻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률용어로서의 전문은 어떤가? 필자가 이 글을 쓰면서 이에 대해 찾아봤지만 법률사전 등에는 없었다. 어쨌든 위 두 사전의 내용을 종합하여 나름대로 전문가를 정의해 보면 어떤 분야에 지식과 경험을 두루 쌓음으로서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세법은 법학·경제학·재정학·회계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울러 담은 그야말로 합작의 산물로 만들어지는 법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의 어떤 한 분야에 정통하기만 하면 세법 분야를 꿰뚫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은 소득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납부할 세금을 계산하는데, 그 과세표준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법률지식에 능통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태부족이다. 왜냐하면 세법에 규정되어 있는 대부분의 법문들이 회계용어를 그대로 빌려 쓰고 있어, 그러한 회계용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회계실무에 대한 실전경험이 없이는 세금계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납세의무자가 미래에 어느 정도의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소위 택스플랜(Tax plan)을 짤 때는 물론이고, 소득과 세법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회계학에 관한 지식이 없거나 부족하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최명근, 세무학의 구조, p.14~15).

세무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통의 세무대리(기장대리)보다 한 차원 높은 전문업무가 세무조정이다. 이러한 세무조정은 기업이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한 재무제표상의 당기순손익을 기초로 세법을 참작해 익금(또는 총수입금액)과 손금(또는 필요경비)을 가감 조정하여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과세소득을 계산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당기순손익’의 도출인데, 이 복잡한 작업이 회계지식을 겸비하지 못한 법률지식만으로 가능한 일인가? 이 질문에 대해 회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국민이라면 즉석에서 주저함이 없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사전적 의미에서의 전문가란 당사자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 연구하고 수련하여 그 분야에 정통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극히 소수의 변호사를 제외하고 회계분야의 전문가로 인정해 줄 여지가 있을까? 필자는 감히 아니라고 단정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재무정보를 주로 외부의 이해관계인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무제표를 만들려면 먼저 기장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 장부는 가정주부가 가계부(현금출납부 형태)를 작성하듯이 하는 단순작업이 아니다. 적어도 기업회계기준의 틀에 맞게 작성되어야 한다. 그러면 누가 이것을 만드는가? 당연히 세무대리를 하는 자격 소지자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에 비로소 그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고, 또한 전문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세무대리인이 자료에 근거하여 모든 장부를 몸소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용된 직원을 통해 만들었다고 해도, 적어도 기업회계기준에 맞추어 장부가 되었는지 또한 그것을 토대로 재무제표는 물론 세무조정계산서 등이 제대로 작성되었는지를 하나하나 점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전문가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위 논의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 결정문에서 “세무사의 업무에는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 지식과 법률에 대한 해석·적용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업무가 포함되어 있고, 그 점에서는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변호사가 오히려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에게 세무사로서의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하는 것은 세무사 자격 부여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무사 자격에 따른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위헌 판단의 4가지 기준 중)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하였다.

즉 “세무사의 업무에는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 지식과 법률에 대한 해석·적용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업무가 포함되어 있고, 그 점에서는 변호사가 오히려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고 했을 뿐 다른 분야 즉 회계분야에 대해서까지 전문성과 능력이 있다고 하지 않았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일반 법률사무가 아닌 부분(회계분야 등)까지 전문성과 능력이 있다고 하지 않았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변호사가 세무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으려면 이유를 불문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검증이 필수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회적 검증 없이 무조건 기득권만을 주장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정의사회와 평등사회가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3. 세무사법의 제정 당시와 관련하여

1961.9.9. 제정된 세무사법 제3조(세무사의 자격)에서는 ‘세무사 고시에 합격한 자’를 제외하면 변호사를 포함해 6가지를 자동자격으로 열거되었다. 이들 자동자격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 2012년에 공인회계사가 빠지고, 그 후 세무사와 변호사만 남게 되었는데, 왜 처음부터 변호사를 자동자격자로 두었는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변호사법 제3조에서 규정하는 변호사의 직무는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법률사무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법률사무는 자연스럽게 법률과 관련된 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 범위에 대해서는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모호한 규정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적어도 행정청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는 모두 일반 법률사무에 속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세무사법을 제정할 당시 재무적 측면에서 볼 때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변호사에게 자동자격을 주어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고 본다.

세무사법이 제정되었던 1961년 당시의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GDP로 23억$, 1인당 국민소득은 91$, 수출은 0.38억$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1960년 내국세 세수는 불과 198억2100만원이었고, 물품세 등 간접세 비중이 직접세보다 월등히 높았던 점을 염두에 두면 당시는 회계기준조차도 없었던 시대였고, 또 변호사라는 직업군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었음을 고려해 넣었을 것이란 점에서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경제규모는 물론이고 전문화·분업화가 상식이 된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현실을 당시의 상황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제는 모든 분야가 제자리를 찾아야할 때이다. 만약 이를 부정한다면 그것은 미래를 등지고 살겠다는 주장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변리사와 공인노무사는 물론이고 공인중개사 업무조차도 변호사라고 해서 무제한으로 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도 세상이 변했다는 증거이다.

덧붙여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변호사가 건축사 업무를 담당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어느 누구도 안 된다고 답할 것이다. 왜 그럴까?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일 자체가 행정청을 상대로 하는 법률사무로 해석되는 이상 변호사를 그 업무에서 배제하여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그 분야에 정통한, 그야말로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 법률사무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낡은 과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기득권만을 내세우는 것은 스스로 미래를 등지고 살아간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였다면 옷도 몸도 그에 알맞도록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변호사가 세무업무를 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그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하고, 또 일반 법률사무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순수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확인 및 세무조정업무 등의 전문 업무는 변호사로부터 배제되어야 함이 마땅한 이치다.

[김정식 세무사 프로필]

△ 세무학 박사
△ 한일세무사친선협회 회장
△ 한국조세연구포럼 부회장
△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겸임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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