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석박사회 학술토론회, ‘2019다2834’사건 심리미진의 위법 지적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이유 기재 생략제도’ 위헌소지 있다”

“세무조정업무는 민법 손해산정과 달리 조세법률 차원에서 다뤄 져야”
 

▲ 26일 열린 세무사석박사회 2019 정기총회 및 학술토론회.

지난 26일 열린 한국세무사 석-박사회 정기총회에서 판례를 중심으로 한 ‘세무사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학술토론회가 강남대학교 김완석 석좌교수의 발제로 열렸다. 의제는 세무조정업무 과정에서 세무사의 단순 실수로 인한 신고 누락사건인데도 불구하고 배상액이 10억 원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으로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조정수수료 700만 원 받고 10억원 이상 배상해야 할 판이니 경각심과 함께 세무조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 자리에 모인 100여명의 회원들은 모두가 법학-세무학-경영학 박사들이었다.

김완석 석좌교수가 굳이 ‘세무사의 손해배상책임’이라는 의제를 학술토론회 선상에 올린 것은 두 가지 목적에서일 것이다. 첫째는 세무대리인에게 주어진 세무조정업무가 단순 실수 일지라도 그로 인해 기업에 손해를 입혔다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각심 고취. 둘째는 법원의 판단이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 납부세액 결정과정상의 특유한 본질을 외면하고 법리를 형식적으로 잘못 해석 판단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는지를 따져 공론화하자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바꿔말하면 세무조정업무에서 세무대리인 권리의 한계와 실수에 따른 책임의 한계, 판결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의 법리오해와 상고심 심리미진에 따른 위법의 책임한계 등을 짚어 나감으로써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보자는 의미도 함축되었다고 본다.

◆ 사건의 사실관계

1)원고 ㈜케이알앤씨(이하 원고)는 2006년 사업연도 법인세 세무조정업무를 피고 J세무법인(이하 피고법인)에게 위임하고 조정보수료 700만원을 지급하되, 피고 법인은 2007년 3월31일까지 원고에게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여 제출키로 하는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계약 제13조에 의거, 피고 법인의 면책 및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관련해서도 약정했다.

계약 제13조(피고인의 면책)를 보면 ⑴원고가 피고 법인의 세무조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에 대하여는 피고법인이 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기타 원고의 비협조로 인하여 세무조정계산 업무의 수행이 불가능한 때에는 피고 법인은 그 사유를 원고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세무조정계산서의 제출의무를 면한다.

⑵원고는 세무조정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여 이견이 있을 경우에 피고 법인에 통지하여야 하며 원고는 적정한 과정에 따라 산출된 세무조정결과에 대해서는 피고 법인에게 어떠한 배상도 청구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원고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제7조에 규정한 보수의 일부 또는 전부를 원고에게 반환한다고 약정돼 있다.

2)피고 법인은 2007년3월23일에 원고에게 제출된 2006년 사업연도 법인세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는데, 제출된 세무조정계산서에는 ‘매도가능증권평가손익’ 8355억6100만원의 익금산입이 누락되어 이월결손금 3400억9000만원이 잘못 계상되었다. 그리고 2010년1월 원고가 선임한 D회계법인의 잘못으로 1363억원을 익금으로 산입하였는데, 피고법인이 세무조정을 할 때 이를 “0”으로 조정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과세관청은 2010년 9월 원고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 세무조정상의 오류를 이유로 2008년, 2009년 등 2개 연도 법인세 및 지방소득세 873억9300만원, 가산세 170억600만원을 추징한다는 세무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이에 피고 세무법인은 세무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원고 기업의 2005년 사업연도에 발생한 이월결손금 439억8000만원을 추가로 공제 받고, 원고의 조기결정신청으로 가산세도 감액 시켰다. 따라서 과세관청은 2010년 10월5일 추징세액이 대폭 감액된 883억8100만원(가산세 131억2500만원 포함)에 대한 납세고지를 했다.

납세고지 이후에도 피고 세무법인이 찾아낸 ‘주식처분이익 이중계상과 유가증권 감액손실’에 대하여 감액경정청구를 했다. 과세당국은 경정청구액 일부를 받아들여 법인세 가산세 등 764억 6400만원을 감액 해 주었다. 또한 원고는 피고 세무법인의 지원을 받아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 일부 승소함에 따라 과세당국은 2018년 9월20일 직권으로 원고의 2009년 사업연도 법인세 및 지방소득세를 감액 결정하여, 최종부담세액은 383억1200만원(본세-가산세 포함)으로 낮춰졌다. 결론적으로 당초 추징예상액 1천억원 대에서 3배가량 감액됐다. 따라서 피고 세무법인의 적극적인 대처로 경정청구에서 119억2000만원이 감액되고 소송에서의 일부 승소로 직권환급 381억원을 합하면 원고 측은 세금으로 인한 손해는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환급가산금 93억원을 더하면 오히려 이익이 발생하는 셈이 된다.

[서울고등법원 원심판결 2019.1.18. 선고2017나8854]

1) 피고 J세무법인 소속 C세무사는 K회사의 세무조정업무를 담당하면서 직원들의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하여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을 장부에 익금산입해야 함에도 누락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세무조정계산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발견하지 못해 세무사로서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하였다.

2) C세무사는 이 사건 익금누락 오류가 포함된 세무조정계산서를 원고(K회사)에게 작성 제출함으로써 원고가 위 세무조정계산서에 따라 2008년 및 2009년 사업연도 각 법인세를 과소납부하게 되었고, 그 결과 원고는 2개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에 대한 가산세 54억5500만원을 추징당했다.

3)따라서 C세무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원고가 요구하는 손해액 중 일부인 10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세무법인 역시 세무사법 제16조의 16 제2항, 상법 제567조, 제210조에 따라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피고의 대법원 상고 이유 요지

1) 원심(서울고법)은 일반 민사관계에서의 손해 법리와는 다른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 납부세액이 결정되는 방식 및 절차에 비추어 손해액이나 상당인관계에 있는 손해에 관한 특유한 법리를 외면하고, 오로지 최종적으로 확정된 2008년, 2009년 사업연도 법인세에 가산세가 남아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그 가산세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 납부세액 결정과정상의 특유한 본질을 외면하였을 뿐만 아니라 손해액 산정 및 손해 인정 여부에 관한 법리를 형식 논리적으로 잘못 해석 판단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상고이유 제1점).

2)원심은 피고 C세무사와 피고 법인에게 이 사건 세무조정업무 위임계약 제13조제2항 본문의 ‘면책사유’가 존재함에도 피고들의 면책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 계약 제13조제2항 단서가 명백한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손해배상 제한 특약’에 해당함에도 그 해석을 잘못하여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손해배상액 제한 특약이 아니라고 잘못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여 이 사건 계약내용을 잘못 해석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상고이유 제2점)

피고의 상고 이유가 명백한데도 대법원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제1항 각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법 제5조에 따라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9.6.13. 선고 2019다2834).

이러한 대법원 결정에 대해 김완석 교수는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는 손해를 본 피해자가 있어야 법리적 성립이 되고, 조세법률관계에서도 추징세금에 따른 손해액이 발생 되지 않았다”며 “대법원이 피고들의 상고 이유에 대한 주장이 상고심법 제4조제1항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와 그로 인한 심리미진의 위법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가해적 사태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보상, 즉 손해 발생 이전의 상태로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목적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입은 손해는 전보되어야 하지만, 피해자는 가해적 사태가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존재하는 상태보다 더 나은 상태에 놓여 져서는 안된다라고 하는 손해배상법상의 지배원리인 이득방지 사상에도 반하며, 정당한 손해전보 또는 일정한 손해위험의 정당한 분배라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배하는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학-세법-경영학 박사로 구성된 세무사 석박사회 회원님들은 김 교수의 지적에 대해 동의하며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을 성토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미희 세무사(세법학박사)는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에서 이유기재 생략제도는 위헌소지가 높다며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미희 세무사는 “세무조정업무에서 발생한 사건을 일반 민사법률관계에서의 손해액 산정과는 달리 조세법률관계에서의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며 “손해액 판단여부는 최종적으로 확정된 구체적 납세의무를 이행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피고의 상당한 상고 이유를 법리적 오해와 심리미진으로 인한 상고기각 결정은 국민 권리구제를 침해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세무사의 손해배상책임 학술토론회’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이유는 세무조정에 따른 문제인 만큼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일이기 때문이다. 쥐꼬리 세무조정 보수료에 비해 배상책임액은 100배가 넘는 10억원, 20억원이 된다면 세무대리인의 생존권에 위협이 된다. 생존권위협은 물론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

토론자로 나선 손 윤 한국세무법인협회장 및 곽장미 세무사고시회장, 그 밖에 석-박사 회원들도 ‘툭하면 징계요, 툭하면 손해배상 책임’ 등 바람 잘 날 없는 세무조정업무의 징벌적 공세를 막는 수단을 본회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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