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상당수의 현직 세무서장들이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현재 대부분 세무사 개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자신이 세무서장 재직 시절 세무조사를 벌였던 관내 기업체를 개업 후 기장업체로 수임한 사실이 드러나 이는 ‘뇌물적 수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기자는 한 지인 세무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국세청 출신 전관 세무사들의 행태가 너무도 불공정해 사회 공론화에 앞서 기자를 찾았다고 했다. 내용은 60~70년 군부시대에나 있을법한 일이어서 21세기 현재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도권에서 세무사업을 하고 있는 A세무사는 자신이 기장을 맡고 있는 한 업체가 지난해 관할 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고, 세무조사 당시 서장을 맡았던 B세무사가 개업을 하자 이 업체가 기장을 B세무사에게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업체의 제반서류를 B세무사 사무실로 넘겨주었다는 것.

기자가 확인한 결과 B세무사는 A세무사의 말대로 지난해 기장을 옮긴 이 업체의 관내 세무서장을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M씨)에 대해 세무조사가 나왔던 시기는 B세무사가 세무서장으로 재직한 기간에 있었던 일이고, 세무조사가 나왔을 당시 M씨는 A세무사에게 ”세무대리업무에서 손을 떼라.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A세무사는 ”이때부터 모종의 거래가 있었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A세무사의 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사업자인 M씨와 전화 통화를 했고, 같은 기간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B세무사 사무실 관계자와의 전화에서도 ‘지난해 말 세무조사가 마무리 됐고, 과세를 상당히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직 세무서장에게 세무조사를 받았고, 이 세무서장이 세무사로 개업을 하자 기장대리업무를 옮긴 것이다. 당시 세무조사에 도움을 받은데 대한 ‘대가성 기장 옮기기’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또다른 사례다. 몇 개의 분점을 갖고 있는 외식업체가 관할 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전관 세무사에게 기장업체를 옮겼다. A세무사는 지난 10월초 자신이 기장하는 사업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주 다급한 목소리로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힘 있는 전직 국세청 출신 세무사를 소개해주어 그 사람에게 기장을 옮겨야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물론 해당 세무사는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A세무사는 수년째 이 업체의 기장대리를 했고 좋은 관계를 맺었는데, 졸지에 사업체 한군데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A세무사는 “2가지 사례는 확실한 것만 얘기한 것이다. 의심스러운 사례가 또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어 말하지 못하며, 지난 3년 동안 관내 세무서장들이 퇴직 후 세무사 개업을 하면서 이뤄지는 형태를 살펴왔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국세청에서 세무서장 재직 당시 세무조사를 받았던 업체와 개업 후 수임한 업체를 확인해보면 알 것이다. 이는 자신의 관직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일로써 이러한 적폐는 사라져야 한다”고 하소연 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중진 세무사는 “나 역시 그러한 얘기를 들은 적이 많다. 재직 시절 세무조사를 한 업체를 개업하자마자 수임을 한 것은 ‘사후수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국회에서 5급 이상 세무공무원직에서 퇴직해 세무사개업을 한 ‘공직퇴임세무사’에 대한 사건 수임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강하게 오버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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