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경영권 프리미엄 인정해 구주 4000억원으로 올려야"

HDC "제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적극적 협상 촉구 내용증명 보내
 

국적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을 떠나 새 주인의 품에 안착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 지난 7일 매각 본입찰을 마치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항공업계의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예고됐지만 첫발을 떼는 단계부터 주식 매매계약과 관련해 내용증명까지 오가는 등 양사는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2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2주일이 지나도록 주식 매매계약과 관련해 진척 흐름이 더뎌지자 지난 26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금호산업 측에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증명은 계약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법적 인증을 받고 문서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다. 내용증명 전달은 민사소송 등 법적인 분쟁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라 그동안 양사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HDC의 이번 행위는 금호 측에 최후 통첩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HDC는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지가 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일자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협상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표면화된 갈등의 이유는 금호산업이 자사가 보유한 6868만8063주(31.05%)의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아시아나항공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를 매입하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금액을 아시아나항공에 신규 자본금으로 납입해야 한다.

애초 매각 본입찰에서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구주 입찰 가격을 약 3000억원으로 정하고 입찰했지만, 금호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후 HDC 측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4000억원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입찰 가격 2조5000억원 중 신주 유상증자 금액인 2조2000억원을 낮추더라도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대금 규모를 높여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몽규 HDC 회장으로서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금호의 구주 매입가 인상 요구에 대해 "이런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금호그룹이 강하게 구주 가격을 올리자고 요구하는 데는 박삼구 전 회장이 갖고 있는 지주사 금호고속의 차입금을 갚을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호고속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1300억원 만기가 당장 내년 3월 말에 돌아오고 총 3700억원가량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실상은 구주 가격으로 4000억원을 올려받아도 부족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 관계자는 "HDC 측이 보냈다고 하는 내용증명을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해 확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호 측에서 구주 가격을 올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알려졌만, 이것도 회사 측이 특별한 입장을 내세운 것은 아니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구주 가격 이외에도 까다로운 계약조건들이 많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협상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한참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행여라도 올해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4월 인수한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매각 주도권을 도로 가져가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양사가 어떤 결단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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