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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포트] 5급이상 공직퇴임세무사 '수임제한'…전관예우 근절될까?

유일지 기자l승인2019.12.04 09: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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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이상 공직퇴임세무사 1년간 수임제한 ‘세무사법’ 기획재정위 통과

국세청, “세무사 자격자 국세청 지원 기피하게돼 국세행정 운영 지장”
 

‘어제는 서장님, 오늘은 사장님’. 세무대리업계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세무서장으로 퇴직한 세무공무원이 자신의 퇴임한 세무서 근처 건물에 사무실을 차리고 개업을 하는 것은 ‘공식루트’나 다름없다(세무서가 입주한 건물 바로 위층에 사무실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

강남 클럽 아레나의 경우에도 탈세 문제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아레나의 세무대리를 맡은 사람이 전직 관할 강남세무서장이었고,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당시에는 전 강남세무서장에게 금품을 전달해 세무조사 로비를 해달라는 청탁도 있었다.

이처럼 국세청은 일평생을 국세청에 몸담고 퇴직한 퇴직공무원들을, 세무사로 개업해 활동하기 좋은 곳으로 발령내 명퇴할 수 있도록 일종의 ‘배려(?)’를 해준다. 이밖에도 국세청 공무원들의 전관예우 문제는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해 지적되는 사안이다.

이에 올해 국회에서는 5급 이상 공직퇴임 세무사에 대한 수임제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적법하게 자격을 취득한 장기 성실근무 세무공무원을 차별해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원칙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국세청은 “법무사·관세사 등 타 자격사와 기재부·조세심판원 출신 세무사도 수임제한 규정이 없고, 필요시 다른 직역군과 함께 공직자윤리법 등으로 일괄규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적어 국회의원실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국회는 국세청의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대상기관을 ‘전 국가기관’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뿐만 아니라 조세심판원, 감사원, 세제실 등의 직원들도 수임제한 대상자에 포함되게 됐다.

또한 국세청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무사 등 전문자격자가 국세청 입사를 기피하거나 기존 직원의 자격취득 유인을 하락시키며 승진 포기, 우수인력 외 타 직렬 이직 등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해 ‘국세행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국세청의 전관예우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이유로 1년의 유예를 두고 5급이상 공직퇴임세무사에 대한 사건수임제한법을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앞으로 5급 이상 공직에서 퇴임하는 국세청 공무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예를들어 강남세무서장으로 퇴직한 세무공무원은 퇴직 후 강남세무서 관내에 개업을 하더라도 세무조사 수임대리나 불복사건 등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다.

서울지방국세청에서 공직을 마무리한 경우 서울청 사건 전체를 맡을 수 없고, 국세청 본청에서 공직을 마무리한 경우에는 국세청 본청 담당 사건만 사건을 맡을 수 없게 된다.

이렇다보니 국세청 본청에서 퇴임하는 것이 이득(?)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국세청 본청에서 퇴임한다면 전체 사건을 못 맡는 것이 아니라, 퇴임 후 서울이든 부산이든 원하는 곳 어디서든 개업해 사건을 맡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공개한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공직퇴임 변호사는 퇴직 전 1년간 근무하던 법원, 검찰청 등의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로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의 평균 수임액수가 일반변호사에 비해 3배가량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의뢰인들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 더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변호사 수임제한 기간을 더욱 연장시켜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같은 현상은 국세청도 다르지 않다. 퇴직처를 잘만 고른다면 얼마든지 전관예우 방지 조항을 피해갈 수 있고, 사실상 변호사 전관예우와 마찬가지로 전관출신 세무사가 일반세무사들보다 훨씬 더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00년 12월 31일 이전에 임용된 세무공무원의 경우 국세행정 종사경력이 10년 이상이고 일반직 5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재직한 자는 시험 없이 세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명퇴 후 개업만 하면된다.

물론 관내에서 1년 동안 사건을 수임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이 줄어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직에서 퇴임하자마자 바로 관내에 개업을 하는 이유는 세무서장은 주로 1년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자신의 힘이 미칠 수 있는 기간 내에 개업을 해야만 기장대리 등 많은 수익창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국세청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 정원은 2만875명으로, 정무직(국세청장) 1명, 고위직 36명, 3급 22명, 4급 350명, 5급 1217명으로 총 1626명이다. 전체의 7.8% 수준이다. 반면 6급은 4701명, 7급 4738명, 8급 5411명, 9급·연구사 4399명으로 1만9249명, 전체의 92.2%다.

전관예우 금지법 대상자는 약 1600여명이다보니, 업계에서는 오히려 6급에서 퇴직한 세무서 직원들 4700여명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무관 승진을 하지 못한 채로 퇴직한 직원들이 세무사사무소를 차려 대표세무사로 근무하고, 세무서장 출신들을 영입해 로비의 통로로 쓰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3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피해 암암리에 계약을 맺는 ‘세무고문‧자문역’처럼 이 또한 ‘법 따로 현실 따로’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유일지 기자  rainav@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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