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채무 손해배상한도, 금호터미널 헐값매각 의혹 등 변수

양측 대립 팽팽한 가운데 연내 매각 협상 의지 보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과 매각 주체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이 구주 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다가 지난달 26일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HDC 측의 강경 자세에 밀려 애초 주장하던 구주 가격 인상 요구를 금호 측이 한발 물러선 가운데 오는 12일로 예정된 매각을 위한 배타적 협상 기한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12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협상의 난항 요소는 물리적 시간보다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점이 더 커 보인다. 우발채무 손해배상한도, 금호터미널 헐값매각 의혹 등에 따른 변수가 협상 과제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두 달 넘게 기내식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무더기 지연 사태를 일으키며 중국 하이난그룹의 '게이트고메코리아'로 새 기내식 업체를 바꾼 데에 따른 배경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제재를 가했다. 당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데 부족한 자금을 기내식 사업권을 주는 조건으로 '하이난그룹'이 금호고속에 1500억원을 투자하게 한 것을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로 규정하고 박 회장 등을 검찰 고발키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HDC 측은 이에 따른 거액의 과징금 등 향후 여파를 고려해 특별손해배상한도로 구주 매각대금의 10%인 320억원까지 손실을 부담하라는 입장이지만, 금호 측은 난색을 표하며 특별손해 없이 모두 일반손해로 분류해 구주 가격의 5%인 160억원까지만 부담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또 HDC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재인수할 때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지주사인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헐값에 넘겼다는 의혹도 손해배상한도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HDC 컨소시엄은 지난달 경영권 프리미엄과 구주 가격 3000억원 가량을 포함한 전체 입찰 가격 2조5000억원 규모로 우선협상대상 자격을 따냈다. 이 중 3080억원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6868만8063주(31.05%)의 구주대금으로 박 회장을 비롯한 금호그룹으로 넘어가고, 2조2000억원 가량이 신주 매입을 포함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된다.

반면 금호 측은 구주 매입 대금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자 담보의 금호고속 지분을 되찾고, 금호산업 등 그룹사 재건에 드는 비용인 만큼 300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장 내년 3월 만기 도래하는 5000억원 규모의 금호고속 차입금에 대한 만기 연장 조치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호 측 관계자는 "현산(HDC)이 제안한 구주가격(3080억원)에서 100억원 내지 최대 300억원 정도 조정하는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 모두 100억원, 200억원에 예민한 상황이지만, 소폭의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보여진다"라고 밝혀 현재 공개된 구주금액에서 소폭이나마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양쪽이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는 12일 예정의 SPA 체결이 연말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지만, 연내 매각을 이뤄내고 산은 등 채권단에 보상 방안을 요구하는 편이 금호 측에서도 유리하다는 게 재계 안팎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매각 무산의 경우 매각 주도권이 도로 채권단에 넘어가게 되고, 금호의 5000억 영구채 주식 전환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HDC 측도 정몽규 회장이 "원활한 계약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결국 막판까지 양측의 힘겨루기 흥정이 오가다가 HDC가 어느정도 유리한 상황으로 극적 협상이 이루어져 연내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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