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3. 7. 25.경 세무사인 원심 공동피고인 3으로부터 명의를 대여받아 ○○상사 대표 원심 공동피고인 2를 대리하여 2013년 제1기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면서 거짓으로 기재한 매입처별세금계산서합계표를 △△세무서에 제출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15. 6. 1.경까지 총 5회에 걸쳐 ○○상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원심 공동피고인 2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거짓으로 신고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납세의무자인 원심 공동피고인 2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면서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하여 거짓으로 신고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의 세무대리 행위가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의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이다.

3. 원심 판결의 요지(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6. 14. 선고 2018노1692 판결)

원심은, 세무대리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인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고 한다)의 행위주체인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인은 세무사 자격 등 조세에 관한 신고의 대리행위 또는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어 이 사건 처벌조항의 행위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9269 판결)

가. 이 사건 처벌조항은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가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하여 타인의 조세에 관하여 거짓으로 신고를 하였을 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처벌조항은 행위주체를 단순히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로 정하고 있을 뿐, 세무사법 등의 법령에 따라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과 요건을 갖춘 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이 사건 처벌조항은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거짓으로 세무신고를 하는 경우 그 자체로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조세포탈행위와 별도로 그 수단이자 전단계인 거짓신고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문언 내용과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벌조항 중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는 세무사 자격이 없더라도 납세의무자의 위임을 받아 대여받은 세무사 명의로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이 관련 법령에 따라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과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무사 명의를 빌려 납세의무자의 세무신고를 대리하면서 조세를 포탈하기 위하여 거짓으로 신고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거짓신고행위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처벌조항을 적용하여야 한다.

5.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관련 법률상 세무신고를 대리할 수 있는 자(세무대리인)

세무신고와 관련한 법률로는 세무사법이 있는데, 세무사법상 납세자의 위임을 받아 수행하는 세무대리는 변호사나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 세무사의 자격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이들을 세무대리인이라고 한다.

세무사법은 세무대리인이 할 수 있는 업무(세무대리 업무) 범위를 ‘① 조세에 관한 신고ㆍ신청ㆍ청구(과세전적부심사청구, 이의신청, 심사청구 및 심판청구를 포함한다) 등의 대리(「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발부담금에 대한 행정심판청구의 대리를 포함한다), ② 세무조정계산서와 그 밖의 세무 관련 서류의 작성, ③ 조세에 관한 신고를 위한 장부 작성의 대행, ④ 조세에 관한 상담 또는 자문, ⑤ 세무관서의 조사 또는 처분 등과 관련된 납세자 의견진술의 대리, ⑥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별공시지가 및 단독주택가격ㆍ공동주택가격의 공시에 관한 이의신청의 대리, ⑦ 해당 세무사가 작성한 조세에 관한 신고서류의 확인(다만, 신고서류를 납세자가 직접 작성하였거나 신고서류를 작성한 세무사가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이를 확인할 수 없으면 그 납세자의 세무 조정이나 장부 작성의 대행 또는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세무사가 확인할 수 있다), ⑧ 「소득세법」또는 「법인세법」에 따른 성실신고에 관한 확인, ⑨ 그 밖에 위 ①항부터 ⑧항까지의 행위 또는 업무에 딸린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세무사법 제2조).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대리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 또한 세무사가 다른 사람에게 자격증이나 등록증을 빌려주는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세무사법 제22조의2 제1호).

나.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의 행위 주체가 될 수 있는지

(1)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대법원은 그러한 취지를 고려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대상을 제한적으로 좁게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14725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와 같은 입장에서 대부업 등록 없이 물품 또는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는 상품권을 할인 매입하면서 그 대금으로 금전을 교부한 행위를 한 자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부업법 제19조 제1항 제1호는 같은 법 제3조가 규정하는 시ㆍ도지사에 대한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대부업 등을 한 자를 처벌한다. 대부업법 제2조 제1호는 “‘대부업'이란 금전의 대부(어음할인ㆍ양도담보,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방법을 통한 금전의 교부를 포함한다)를 업으로 하거나, 등록한 대부업자 또는 여신금융기관으로부터 대부계약에 따른 채권을 양도받아 이를 추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부업법의 관련 규정과 입법 목적, ‘금전의 대부'의 사전적인 의미, 대부업법 제2조 제1호가 ‘금전의 대부'에 포함되는 것으로 들고 있는 어음할인과 양도담보의 성질과 효력 등에 비추어 보면, 대부업법 제2조 제1호가 규정하는 ‘금전의 대부'는 그 개념요소로서 거래의 수단이나 방법 여하를 불문하고 적어도 기간을 두고 장래에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금전을 교부함으로써 신용을 제공하는 행위를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재화 또는 용역을 할인하여 매입하는 거래를 통해 금전을 교부하는 경우, 해당 사안에서 문제 되는 금전 교부에 관한 구체적 거래 관계와 경위, 당사자의 의사, 그 밖에 이와 관련된 구체적ㆍ개별적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평가할 때, 금전의 교부에 관해 위와 같은 대부의 개념요소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이를 대부업법상 금전의 대부로 보는 것은, 대부업법 제2조 제1호 등 조항의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이 되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

위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의뢰인들로부터 공소사실 기재 상품권을 할인 매입하면서 그 대금으로 금전을 교부한 것은 위에서 본 대부의 개념요소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대부업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금전의 대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8도7682 판결)하여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2)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은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가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하여 타인의 조세에 관하여 거짓으로 신고를 하였을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여 성실신고 방해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세무신고 관련 법률인 세무사법은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 즉, ‘세무대리인’의 자격을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하여 위반행위를 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조세범 처벌법에서는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 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관련 법률인 세무사법에서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를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신고를 한 행위에 대해서는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고, 조세범 처벌법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무자격자의 세무대리행위에 대해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고,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어서 세무사법이 조세범 처벌법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

(3)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 세무신고 관련 법률인 세무사법상 세무대리는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중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의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는 관련 법률인 세무사법상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로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런 점에서는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는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의 행위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의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를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하였다. 이는 위 조항의 문구를 형식적으로 해석하여 형사처벌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확장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무신고를 비롯한 세무대리 업무에 관하여 규정한 세무사법은,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대리를 하는 경우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의 형(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더 중하게 처벌하는 규정(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두고 있다. 따라서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신고를 대리한 경우에는 그 자가 사실대로 세무신고를 하였든 거짓으로 세무신고를 하였든 무자격자의 세무신고 대리행위로서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에 해당되어 세무사법위반으로 처벌하면 되는 것이고,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가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하여 타인의 조세에 관하여 거짓으로 신고를 하였을 때’에는 조세법 처벌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거짓신고로 조세포탈의 결과까지 발생하였다면 그 세무대리인을 조세포탈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

대상 판결과 같이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도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의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게 되면, 이는 1개의 행위가 동시에 수개의 죄(세무사법위반죄와 조세범 처벌법위반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이 된다. 즉,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신고를 대리하면서 거짓으로 신고한 행위는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대리를 하였다는 점에서 세무사법위반죄에 해당되는 동시에 거짓으로 신고한 행위로서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에 따른 조세범 처벌법위반죄에 해당된다. 이러한 상상적 경합의 경우 형법은 중한 죄(대상 판결 사안의 경우 세무사법위반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40조).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는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경한 죄로 처벌을 받게 되었는데, 검찰이 피고인을 중한 죄인 세무사법위반죄로 기소하지 않고 경한 죄인 조세범 처벌법위반죄로 기소한 것은 의문이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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