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최다, 수취 절반은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 기업

공정위, 부당지원 혐의 적극조사 및 공시 매뉴얼 개정 방침
 

지난해 대기업이 자사 브랜드를 사용한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사용료가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기업의 절반은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것으로 확인돼 상표권 사용료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로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공정위가 발표한 ‘2019년 기업집단 상표권 수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표권 수취 규모는 1조2854억원으로 전년보다 1324억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조사결과 59개 기업집단 중 6개 기업집단을 제외하고 53개 기업집단은 계열사와 상표권 사용거래가 있고, 이 중 35개 기업집단 소속 52개 회사는 446개 계열회사와 1조2854억원의 유상거래를 했고, 43개 기업집단 소속 43개 회사는 291개 계열회사와 무상으로 상표권 사용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계열회사들이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한 금액은 개별 집단별로 차이가 크지만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집단도 두 곳이나 됐다. LG와 SK가 각각 2684억원, 2332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챙겼다.

한화와 롯데는 각각 1529억원, 1032억원으로 1000억원이 넘고, CJ 978억원, GS 919억원으로 1000억원에 육박하는 브랜드 값을 받았다.

이어 한국타이어 492억원, 현대자동차 438억원, 두산 353억원, 효성 272억원, 코오롱 262억원, 한라 261억원, LS 247억원, 금호아시아나 147억원, 삼성 105억원, 동원 104억원, 미래에셋 10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회사는 주로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격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 수익이 지주사의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그룹)와 CJ는 상표권 사용료가 지난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각 65.7%, 57.6%에 이른다. 심지어 한라홀딩스는 313%, 세아제강지주 305%를 차지해 상표권 사용료가 순익의 3배에 이른다.

공정위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은 대부분 1개의 지주회사 또는 대표회사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 등은 복수의 회사가 상표권을 보유해 사용료를 받는 회사도 다수였다. 삼성 13개사, 현대백화점 6개사, 현대중공업·대림 4개사, 다우키움·세아·중흥건설 2개사가 계열사로부터 각각 사용료를 받고 있었다.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열회사 수는 최소 1개(에쓰오일·태광·한국타이어)부터 최대 64개(SK)까지 다양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브랜드 사용료는 지난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 당시 8654억원이던 것이 2015년 9225억원, 2016년 9314억원, 2017년 1조1530억원, 지난해는 1조2854억원으로 4년만에 50% 가까이 늘었다.

상표권은 특정 대기업집단을 식별하기 위한 특정 브랜드 및 로고, 이름 등으로 상표법상 등록된 상표로 통상 상표권 사용료는 매출액이나 매출액에서 광고 선전비 등을 제외한 금액에 일정 비율(사용료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매출액이 늘어날수록 증가하게 된다.

특히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회사 중 48.8%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공정위로부터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총수 지분율이 50% 이상인 곳은 중흥토건(100%), 엔엑스씨(98.3%), 부영(95.4%), 동원엔터프라이즈(94.6%), 중흥건설(90,6%), 흥국생명(82.0%), 세아홀딩스(80.0%), 한국테크놀로지그룹(73.9%), 미래에셋자산운용(62.9%), 아모레퍼시픽그룹(54.0%)이고 , AK홀딩스(46.0%), 코오롱(45.4%), GS(41.0%), DBInc(40.0%), CJ(39.2%), 두산(38.9%), 효성(38.0%), HDC(34.0%), 하림지주(33.7%), 유진기업(32.7%), LG(32.0%), 삼성물산(31.2%), SK(30.6%), 세아제강지주(30.3%) 등도 30%를 넘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29.0%), 한화(27.0%), LS(25.9%), 삼성생명보험(20.8%), 한라홀딩스(23.4%) 등도 총수 지분율이 20%를 넘는다.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집중 점검한 결과, LG와 SK는 계열사로부터 2000억원이 넘는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으며 삼성중공업과 롯데지주, 코오롱은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받고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도한 상표권 사용 유상거래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우려가 있는 반면, 무상거래는 계열사 부담을 덜어주는 명목으로 일감몰아주기나 이익을 몰아줘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 비용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공시내용을 기반으로 한 이번 점검이 상표권 거래의 적절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상표권 거래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상표권 취득 및 사용료 수취 경위, 사용료의 적정 수준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제대상회사나 규제사각지대회사에서 공시위반 행위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며 “공시된 상표권 사용거래 중 부당지원 혐의가 있는 거래는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해 필요하면 조사 및 법 집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부당지원 혐의가 있는 경우 적극 조사하는 한편 내년도 집중점검 분야 선정 등 점검 방식을 보완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점검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상표권 사용거래 공시에서 좀 더 명확한 공시 이행을 위해 매뉴얼도 개정할 계획이다.

▲ 상표권 사용거래 현황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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