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호영 세무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설이나 영화 연극등에서, 또 실제 인류의 삶속에서 사랑을 소재로 다루지 않은 때는 없었으리라 생각 된다. 사랑은 인류에게 어느 때 어느 곳에서건 화두였고 ‘금수강산 구경도 사랑 없으면 적막강산이다"라는 말이 그 점을 잘 대변해 주는 듯하다.

사랑! Love!

어디까지 또 무엇을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로스적 사랑’ 즉 육체적 열정적 사랑과 ‘아가폐적 사랑’ 즉 이타적 사랑도 있고, 로맨스로 명명되어 지는 사랑도 있고 스캔들로 명명되어 지는 사랑도 있다. 진실한 사랑, 유희적 사랑 등은 물론 힌두교에서의 ‘카마’ 유교에서의 ‘인’ 불교에서의 ‘자비’와 그리스도교에서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이 있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서 아마데우를 사랑했던 에스파테니아는 "만물이 새로운 빛으로 가득찼으며 인생 전체가 환희로 가득 찼던 순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고 말로는 표현 할수 없는 오묘하고도 지독한 그 무엇"이라고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아마도 사랑이란 것은 자기 보존과 종족 보존이라는 인류 보편적이고도 근원적 감정 내지는 가치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사랑 때문에 죽고 살고 쓰러지고 자빠지고 난리 아닌가?

‘불완전한 것과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것까지도 성숙한 포용’이라고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끝없이 긴 시간 동안 사색과 성찰이 필요 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도 사랑이란 것에 대한 궁극적 정답을 찾아내기란 용이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겨울의 한 복판이고 크리스마스 날 인데도 하얀 눈은커녕 온통 주위에는 미세 먼지로 포위 되어 있어 밖에 마땅히 나갈 일도 없던 차에 롯데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팅 후 영화 한편을 보고 싶은 충동이 발동했다. 하얀 드레스와 검정 드레스에 까만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 아넷베닝의 ‘러브 어페어, Iove afairs’를 재감상했다.

‘러브 어페어’는 로맨스 영화 중 미국의 성인 남녀가 가장 선호하는 영화로 알려져 있고 세번이나 리 메이크(Remake) 되었다. 여자 배우 아넷베닝과 남자배우 워렌비티가 주연하는 영화다.

특히 옷 매무새와 표정에서 세련미가 철철 넘치고 해맑은 웃음, 티없이 환한 얼굴, 웃음 묻은 따뜻한 응시, 꾸밈없는 말과 행동 등이 일품인 아넷베닝의 매력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몰입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거기에 영화의 배경중 하나인 타이티섬과 바다의 풍광은 정말 황홀하리 만큼 아름답다.

여행은 늘 영감의 원천이 되고 끌림의 가이드가 되는가 보다. 주인공 마이크(워렌 비티)와 테리(아넷 베닝)는 빵빵한 재력을 지닌 약혼자가 있는 셀럽이나 여행 중 둘은 연정이 싹터 올라 온다.

미국 풋볼 선수로 쿼터백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던 마이크는 현재 스포츠 진행자로서 방송 활동 하던 중 업무차 로스엔젤레스를 출발, 뉴욕을 경유하여 시드니를 목적지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마침 동승한 테리와 동석을 하게 되고 비행기는 비행 중 엔진 고장으로 비바람 몰아치는 칠흙같은 밤에 쿡 아일랜드의 산호섬에 불시착하게 된다. 마이크는 테리를 비행기 내에서부터 작업과 수작에 들어가나 디테일한 것은 생략한다. 작업과 수작에 대한 노 하우( know how)가 궁금하면 감상하여 한수 배우기 바란다.

비행기 내에서 또 타이티섬으로 향하는 배에서, 오토바이도 함께 타고 보트도 즐기면서 두사람은 연정을 쌓아간다. 에스파테니아가 아마데우를 사랑할 때의 감정처럼 두 사람은 더욱 사랑이란 깊은 골짜기에 하염없이 빠져드는 듯 했다.

뉴욕을 출발하여 3일간의 폭풍처럼 미친 사랑을 나눈 그들은 또 다시 뉴욕을 향하는 기내에서 5월 8일 5시 2분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에서 만날 것을 언약한다. 한국 사람들이 물레방앗간 혹은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나눴던 사랑을 이들은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에서 나누는 모양이다.

3개월 후,약속대로 마이크는 타이티섬 배경에 테리를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테리는 가던 도중 택시에서 내려 교통사고를 당하여 전망대가 아닌 병원행을 했다. 철석같은 마음과 대리석 같은 단단한 언약이었지만 운명 앞에서 어찌하랴.

만남은 불발이 되고 말았다.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그저 그런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금년 초에 영화 동호인들 모임에서도 감상했지만 "아넷베닝이 정말 세련되고 매력있는 배우이고 아이티섬의 풍광이 아름답구나"라는 감흥 외 임팩트 있는 대사도 별로 없고 특별히 와 닿는 부분이 없어서 감상 후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일지를 않았었다.

그러나 마이크와 테리가 타히티 섬에 갔을때 파킨슨 병을 앓고있던 마이크의 숙모가 했던 말이 선명하게 남아있지 않았고 크리스마스 날 마이크와 테리가 재회하여 나눈 대화 장면을 다시한번 감상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발동한 것이 재감상 하게된 동기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숙모 집은 타이티 섬의 산중턱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별장과도 같이 아름다웠다. 숙모는 테리를 보는 순간 마이크의 약혼녀로 착각하고 호감을 보낸다. 그리고 조카 마이크의 바람기에 대해 걱정을 한다. 실제로도 마이크(워렌비티)는 유명한 바람둥이란다.

숙모는 테리에게 마이크는 "자신이 백조인줄 모르고 오리로 착각하고 바람끼를 멈추지 못하는데 언젠가는 진정한 백조를 만나 안착을 해야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오리는 난교를 하고 닭은 일부 다처제이고 백조는 일부 일처제"라는 말을 한다.

또 그는 "자신은 원하는 것을 잘 선택하는 장점이 있는데 조카인 마이크도 자신의 그런 점을 닮았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곁들인다. 조카에 대한 걱정과 사랑, 그리고 언젠가는 조카인 마이크가 백조의 위치에 서리라는 믿음이 있는 말 같았다.

영화 속에서 테리와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오간다. "사랑에 관한 DNA의 변화 추이가 여성은 90일에 한번 변하나 남성은 하루에도 수백번 수십번 변한다." 또 그녀는 "자기와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도 남성은 DNA변화를 일으킬 것이다"란다. 글쎄~ 반대같은데 그놈의 쪽 DNA는 그렇단다.

다리를 다쳐 집에서 치료하고 있는 테리집에 마이크가 방문하면서 마이크가 오해했던 부분과 테리의 사무치도록 그리웠던 마음이 풀린다. 오해와 야속함에 대한 ‘진실의 순간’이 열리는 해후였다. 마이크는 타이티 섬에 사시던 숙모의 머플러를 테리에게 선물한다.

끊어질 뻔 했던 사랑을 다시금 연결하는 연결 줄이오, 할머니가 62년간 사용하며 애지중지 했던 보물을 대물림함으로서 사랑의 세대교체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다. 상상력의 오버일지는 몰라도 사랑을 통해서 면면히 인류가 이어지는 상징물 같기도 했다.

마이크는 테리에게 말한다. "I like watching you move, 나는 당신의 움직임을 좋아 한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무슨 말, 무슨 행동을 하든 좋아 보이고 사랑스럽게 느끼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볼수 있다"는 의미로 와닿는 말이었다.

서두에서 애기했듯, 마이크는 방송 앵커로서 재력과 미모를 겸비한 린이라는 약혼녀가 있었고 테리역시 투자가인 전도양양한 켄이라는 미남과 재력가와 약혼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연히 시드니행 비행기에 동승하게 되었고 동석한 가운데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3일동안 비행기와 배와 바다, 섬에서 함께 조난 기간을 보내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하였다.

한편 생각해 보면 어느 바람둥이 9단쯤 되는 자의 레포트와 같은 영화로 치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바람둥이를 보는 관점을 여러 측면에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또 감상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가치관과 삶에 대한 시각에 따라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가능하리라.

손쉬운 한가지는 그를 인정사정 볼것없이 비난함으로써 도덕적 위안을 삼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바람둥이의 마음이 되어 인간의 원초적이며 본능적 취약점에 대하여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일 것이다.

바람을 피우는 것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의 분별력의 질문에 도덕을 차용하지 않고 오직 사랑을 입힌다면 러브어 페어라는 영화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여 줘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바람끼가 한순간의 욕망과 욕정의 집중일 뿐이냐 아니면 사랑이냐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이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화두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아마도 후자, 즉 사랑이라는 바람은 굿(Good)일 것이라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바람끼의 함구가 윤리 교과서의 머릿말이라 할만한 우리 사회에서 천성적인 바람둥이의 러브 스토리에 대해 예찬은 아닐지라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어떨지 모르겠다.

영화는 그것을 위에서 언급했듯이 오리의 본성에서 읽어낸 바, 특별 출연한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숙모라는 분의 입을 통해 ‘바람둥이의 철학’을 설파하는 듯 하다. 젊은 청춘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살날이 얼마남지 않은 늙은 노파를 통해 설파되니 더욱 신뢰할 만한 철학으로 와닿는다.

여기서 각자가 이성과의 관계에서 백조인지 오리인지 닭의 스타일인지 하는 것은 성향과 DNA상의 농간이 크게 작용 한단다. 또한 닭에서 오리로 오리에서 백조로의 변화도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달리 나타날 것이고 이성에 대하는 관점과 의지, 처해있는 환경, 또 윤리 도덕적인 면 등을 어느 정도 덧씌우냐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리라 생각된다.

단 한번의 만남, 단 한번의 이별, 단 한번의 환희의 눈물, 그리고 행복과 기쁨의 만남, 올 크리스마스에는 아넷 베닝에게 워렌 비티가 찾아와 사랑의 선물과 사랑을 완성했듯 그런 사랑의 부스러기 일지라도 눈처럼 하늘에서 펑펑 쏟아져 내리기를 기대했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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