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스웨덴 국세청, 68개 기관중 높은 신뢰도를 받았다”

“스웨덴 공무원은 왜 친절한가 질문에 오히려 의아해 했다”

▲ 박훈 교수

학교의 행사로 스웨덴 한 대학과 공동세미나를 스웨덴 현지에서 갖는 기회를 2019년 12월말에 갖게 되었다. 스웨덴 한 대학 교수님의 추천으로 2019년 12월 30일 스웨덴 국세청 현장 방문과 스웨덴 국세청의 주요 업무에 대해 스웨덴 국세청 4명의 공무원으로부터 2시간 정도 설명 듣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및 세무학과 교수님 4명(저자 포함)과 9명의 세무학과 학생들(대학원생 포함)과 함께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스웨덴 국세청(영문으로는 Swedish Tax Agency; 스웨덴어로는 Skatteverket)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https://www.skatteverket.se)와 국내외 여러 자료를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현장에 가서 해당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문헌의 한계를 넘어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할 수 있다.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스웨덴 교수님들을 최근 두 차례 정도 서울에 초청한 세미나, 한국납세자연맹의 스웨덴 국세청 공무원의 2018년 초청한 세미나, 2019년 10월의 스톡홀롬 리포트 발행 등도 사전에 스웨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07년 4월 4일 당시 전군표 국세청장이 스웨덴 국세청을 방문한 바 있다고 한다. 당시 스웨덴 국세청이 사회보험료 징수업무를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경우 스웨덴 국세청을 주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잠깐 동안 한 기관의 방문을 통해 제대로 파악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할 일일 것이고, 그 이해라는 것이 불완전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 국세청의 잠깐 동안의 방문을 통해 받은 인상을 공유해 봄으로써 우리나라 국세청의 바람직한 모습을 함께 상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2019년 12월 30일 오후 1시경에 다른 한국 측 방문자들과 함께 스웨덴 국세청을 방문하게 되었다. 스웨덴 웨레브로 대학교(Örebro University)의 세법교수님께서 스웨덴 국세청쪽에 사전약속을 해 주셨고, 서울시립대학교의 변혜정 교수님께서 이번 방문에 대해 또한 수고를 해 주셨다. 지면을 통해 두 분께 감사를 드린다.

스웨덴 국세청(본청)은 스웨덴 스톡홀름 주에 위치하는데 그 주소는 Solna strandväg 10, 171 54 Solna이다. 스톡홀름하면 스웨덴의 수도인 시를 말하기도 하고, 스톡홀름 주라는 스웨덴 21개주의 하나를 말하기도 한다. 스웨덴 국세청(본청)은 스톡홀름 중에 있는 솔나 시에 위치하고 있고,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시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조만간 스웨덴 국세청은 현재 장소는 민간기업체에 넘기고 다른 장소로 옮긴다고 한다.

숙소 부근에서 교수님들과 우버를 불러 해당 장소에 미리 도착하여 그 부근에서 식사를 하였다. 스웨덴 국세청 대각선 길 너머 피자집이 있어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따로 출발한 학생들을 그 식당에 만나 함께 식사를 한 후 12시 50분 정도해서 약속장소인 스웨덴 국세청 로비로 함께 이동을 하였다. 사실 연말 휴가기간이기도 하고 북구에 위치한 스웨덴의 겨울날씨라는 것 때문일 수도 있지만 스웨덴 국세청 건물 밖 거리는 인적도 많지 않고 상당히 조용했다.
 

▲ 스웨덴 국세청(본청) 2019년 12월 30일 현재[필자 촬영 제공].
스웨덴도 겨울이면 일출은 늦어지고 일몰은 빠르다. 해당일을 보면 오전 8:44가 일출시간이고, 오후 2:55가 일몰시간이다. 방문할 때가 점심 전후인데도 어두운 것은 흐른 날씨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건물로 들어가서는 로비 안내데스크에 있는 분에게 방문목적을 이야기하자, 미리 준비된 명찰을 방문자 각자에게 나누어 주었다. 방문증은 방문자 이름, 소속(sydkoria으로 된 것은 서울시립대의 시 sy, 대 d, 한국의 koria로 표시된 것으로 보임), 만날 사람, 방문증 유효기간, 범주(여기서는 방문자로)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방문이 끝나고 나서는 반납을 하였다.
 

▲ 필자의 방문증.

우리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가서인지 1시 전에 안내를 해 주시기로 한 세무공무원이 나와서 우리 일행을 환영해 주었다. 모든 일정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일부 참여자가 좀 늦게 도착하는 동안 학생 중 몇 명은 스톡홀름 관광지로서 추천할 만한 곳과, 국세청 부근에서 저녁식사 장소로 적합한 곳을 물어 보기도 했는데 친절히 답을 해 주었다. 너무 자세히 계속 학생들이 물어보는 것 같아 필자는 학생들에게 이분 관광 가이드 아니라고 농담반 진담반 질문을 자제시켰는데도 다른 일행이 오기 전까지 해당 스웨덴 공무원은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관련 장소를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방문예정자가 모두 온 것이 확인되자 해당 공무원은 신분확인 게이트를 통과하여 회의실로 안내를 해 주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건물 안쪽은 굉장히 넓고 스웨덴 특유의 모던하고 깔끔한 구조를 이루고 있었고 사무실 공간의 문은 대부분은 유리를 통해 누구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사진으로 이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찍은 사진을 공개해도 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여 이 부분은 따로 게시하지 않는다. 일선 통합민원센터 안에서는 핸드폰 통화가 금지되고, 사진촬영도 금지된다고 한다.

회의실로 가니 안내해 준 분 말고 3명의 국세청 공무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히 학생들과 함께 건물 견학정도로 생각을 했는데, 15분 정도의 스웨덴 국세청의 소개, 30분 정도의 역외소득에 대한 자발적 신고제도 설명, 30분 정도의 실제 세무조사 사례 설명(해당 납세자는 비실명 처리하고 Nick이라는 가명으로 소개)과 관련한 질문 및 응답이 있었다.

시작 전에 한국 참석자와 오늘 설명해주는 스웨덴 참석자 모두 앉아서 각자의 소개를 하였다. 첫 번째 설명자는 국세청의 임무, 주요 업무, 비젼, 가치, 전략, 거버넌스 모델, 발전 어젠다, 사례 중심에서 정보중심 접근법으로 변화,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집중분야, 업무영역, 2018년 세수입, 국세청의 높은 신뢰도, 국세청 조직, 국세청 연령별 인원구성 등을 설명하였다. 이중 관심 가질 만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스웨덴 국세청은 세금만 걷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증 발급, 출생, 결혼, 사망 등 주민등록 업무도 담당한다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과세업무가 80% 정도라고 한다면, 인구등록이 11.6%, 범죄예방이 3.2%, 재산세평가가 2.8%, 주민등록증 발급이 1.5%, 상속재산 목록이 0.8%, 혼인신고업무가 0.1% 정도 된다고 한다.

스웨덴 국세청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연령별 분포는 50~54세가 1511명으로 가장 많고, 24세 이하가 141명으로 가장 적다. 65세 이상이 168명인데, 여기에 대한 질문이 있자 원하는 사람의 경우 65세 이상 근무도 가능하다는 답변이 있었다.

스웨덴 국세청에 대해 가장 관심 있었던 부분은 스웨덴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에 대한 것이었다. Media Academy에서 1997년 매년 실시하고 있는 신뢰도 조사에서 2019년의 경우 스웨덴 국세청은 68개 기관중 높은 신뢰도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소유 주류판매회사가 78%로 신뢰도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경찰 71%, 대학 70%, IKEA 69%, 정보기관(영문으로는 Swedish Security Service) 68%, 스웨덴의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스베리예스 라디오(Sveriges Radio, 약칭 SR)가 65%, 국세청 65%, 스웨덴 선거제도가 65%이다. 국세청이 법원(62%), 국군(54%), 왕실가족(49%) 보다 더 신뢰도가 높다.

이는(https://www.kantarsifo.se/rapporter-undersokningar/fortroendebarometern-2019)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왜 스웨덴 국세청의 신뢰도가 높은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해당 공무원은 열린 마음을 국세청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하고 있다는 것을 그 원인의 하나로 들었다. 우리나라도 열린 마음을 강조한다는 점은 차이가 없는데 해당 답변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한국 참석자들과 따로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정말로 열린 마음으로 과세행정을 실제 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관광가이드에게 하여야 할 듯한 질문을 학생들이 하는 경우에도 성심껏 답변하는 모습이나 실제 입구에서 우리를 안내하고 스웨덴 국세청의 주요내용에 대해서 설명한 분이 직책이 높다고 하는데 이를 나중에야 알 정도로 권위를 느끼지 못하고 친절한 점 등이 정말로 열린 마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해당 공무원의 개인적인 품성일 수도 있고 스웨덴인의 남다른 면모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행 중 한 사람이 오늘 설명들을 때 매우 친절함을 느꼈다고 이야기할 때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친절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답변하는 것을 보았는데, 스웨덴 국세청 공무원은 친절이 몸에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민원인에 대한 친절도가 고과에 반영되어 보수에 영향을 준다는 말도 하였다. 영어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주고 받은 내용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민원인에 대한 친절이 업무성과로 연결되는 것이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세수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않도록 우리나라 과세행정도 바뀌고 있지만, 국세청의 신뢰도는 납세자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세청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설명이 끝난 후 건물을 20분 정도 내외로 안내를 받았는데, 이 때 세무공무원이 납세자와 대면해서 세무조사를 하는 사무실도 보게 되었다. 열린 마음, 친절을 이야기 하지만, 세무조사하는 곳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기는 하였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있는 건물 들어갈 때의 느낌 정도는 아니었다.

건물 탐방까지 모두 끝나고 방문증 반납 후 감사의 말을 전한 후 건물 밖을 나오니 3시경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한국 저녁처럼 깜깜하였다. 이처럼 기후 등 자연환경 자체도 다른데, 스웨덴과 우리나라의 국세청을 그냥 단순비교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더구나 두 시간 남짓 설명 듣고 건물 일부를 본 것만으로 스웨덴 이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스웨덴 공무원은 왜 친절한가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의아해 하면서 세무공무원이 된다는 것은 납세자에게 당연히 친절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답변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납세자의 경우 아무리 답변을 친절하게 해도 세금을 더 내어야 하거나 줄어들지 않는 경우에 국세청이 친절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국세청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행여나 국민 위에 군림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행동은 해서는 안되는 태도라 할 것이다.

스웨덴 국세청 방문하는 날 이전에 있었던 세미나에서 스웨덴의 조세법 교수도 스웨덴 국세청이 힘 있는 기관임을 인정한 바 있지만, 국세청이 하는 일이 중요하고 납세자의 생활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해서 국세청과 그 소속 구성원이 권위를 내세워 납세자를 압박할 일은 아니다. 스웨덴 국세청은 이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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