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는 세정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며 국가 살림에 필요한 세금을 걷는 곳이다. 그 중요성을 인해 세무서를 지휘하는 세무서장을 ‘국세공무원의 꽃’이라고 부른다. 국세청 공무원 2만여명중 세무서장급에 해당하는 4급 서기관은 350명. 전체 국세공무원의 1.7%로 선택된 125명만이 세무서장이 될 수 있다.

이들 선택된 세무서장들은 어떤 인물들일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무관(5급)으로 승진한 후 최소한 5년 이상은 또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세무서장 후보가 되는 서기관(4급)으로 승진한다. 그리고 1~2년을 대기하면서 과거에는 없었던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는 ‘역량평가’ 과정을 거쳐 최종 임명된다.

이 제도는 과거 시간만 지나면 서기관으로 승진하고, 세무서장에 임명되어 권한만 행사하면서 납세자위에서 군림하던 암울한 시대를 넘어 납세자 친화적, 즉 서비스세정을 올곧게 수행할 수 있는 품성을 점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시험에서 낙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세무서장은 세무행정을 세금을 부과하는 행위라는 단편적 시각을 넘어 납세자의 불편을 살피고, 불편부당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를 가늠해 보는 장치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무서장으로서 그 능력과 조직 운영을 전근대적으로 운영하면서 납세자들은 물론 직원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세무서장들이 간간히 목격되면서 아쉬움을 낳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줄곧 일선 세무서를 출입하면서 현장 세정을 목격해 왔다. 자연스럽게 일선 세정의 수장인 세무서장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러면서 단편적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두가지 유형의 세무서장을 만났다.

먼저 열린 행정을 펼치는 ‘긍정’의 A서장이었다.

그는 늘 연구하고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서비스 세정을 한가지라도 더 홍보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세무서의 활동 사항 등을 홍보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예사였다. 일선 세무서의 세정방향을 전파하는 것은 세무서별로 설치된 세정협의회나 국세청 본청에서 발표하는 보도자료, 관내 세무서들과의 간담회 등 여러 창구가 있다. 그러나 그는 잘 알지도 못하는 기자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이 펼치는 세정방향을 한 줄이라도 기사화해 달라고 당부하는 등 홍보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에게 관내 기업이나 납세자들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들려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의 세정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그는 그리고 1년여의 세무서장직을 훌륭히 마감하고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명퇴식을 치른 후 자신이 근무했던 세무서 인근에서 세무사로 개업하고 제2의 인생을 출발했다.

이처럼 세정을 사랑하고, 납세자들의 불편을 활짝 귀 열고 듣겠다는 ‘긍정’의 서장과는 달리 전근대적 방식의 세무서 운영 등으로 직원들과의 갈등, 관내 세무대리인들로부터의 뒷말이 적잖이 나온 서장도 있었다.

그 역시 지난해 세무서장직을 마치고 퇴직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관내에서 개업을 못했다고 한다. 물론 직원들과의 마찰이나, 인기 없는 서장이어서 전적으로 관내에서 개업을 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그는 관내가 아닌 서울 강남에서 세무사 사무실을 열었다. “아마도 워낙 인기가 없어 관내에서 개업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한 관내 세무대리인의 평가에서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덧붙이면 그는 내‧외부 위원들이 참여하는 세무서 국세심사위원회를 진행하면서도 고압적인 태도로 인해 어느 외부위원은 “한마디로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매번 들었다”고도 했다.

이런 평가를 받아온 세무서장의 세정서비스와 홍보는 어땠을까. 기자의 경험칙 역시 A서장과는 정반대였다. 아예 기자의 세무서 방문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이었다.

혹시 지금이라도 이런 폐쇄적이거나 전근대적 사고로 세무서를 운영하거나, 납세자나 세무대리인, 직원들 위에서 군림하려는 자세를 가진 세무서장이 있다면 지금의 세정은 탈세자를 엄벌하고, 무조건 뜯어내던 과거의 가혹했던 징세행정이 아니라, 국세청이 거두는 95%이상의 세금이 서비스 세정에 의한 납세자들의 성실납세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열린 세정, 함께하는 세정, 즉 세무서장은 단순히 ‘국세공무원의 꽃’을 넘어 ‘서비스 세정의 꽃’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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