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처인 소외인과 영국 런던에 유학생으로 체류 중이던 2009. 4.경 소외인의 명의로 ○○○(인터넷 주소 생략)이라는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이하 ‘이 사건 쇼핑몰’이라고 한다)을 개설한 후 국내 소비자들이 이 사건 쇼핑몰에 접속하여 그곳에 게시된 영국산 의류, 신발, 가방 등 물품을 주문하면 원고가 영국 현지에서 이를 구입하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쇼핑몰을 운영하였다.

나. 원고는 2009. 8. 14.부터 2012. 3. 17.까지 총 12,140회에 걸쳐 위와 같이 배송한 물품(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고 한다)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을 납세의무자로 하여 관세법 제94조 제4항에 따른 소액물품 감면대상에 해당한다고 수입신고를 하였다.

다. 피고는 원고가 위 과세기간 동안 영국에서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2012. 11. 19. 원고에게 관세 132,084,040원, 부가가치세 125,400,630원, 과소신고가산세(관세) 57,404,110원, 과소신고가산세(내국세) 60,809,040원을 각 부과․고지하였다(이하 이를 통틀어 ‘당초 부과처분’이라고 한다).

라. 한편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는 2012. 4. 12. 원고가 관세 부과 대상인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여 국내 거주자에게 판매하였으면서도 세관에는 국내 거주자가 자가사용물품으로 수입하는 것처럼 신고하여 해당 물품에 부과될 관세를 부정한 방법으로 감면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따라 원고를 관세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마. 이에 대하여 제1심(대구지방법원 2012고정3005)은 2015. 2. 11.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원고에게 벌금 24,282,000원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대구지방법원 2015노714)은 2017. 1. 19.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피고인이 아닌 국내 소비자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이 2017. 5. 31. 검사의 상고를 기각(2017도2867)함으로써 위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고 한다).

바. 원고는 2017. 7. 18. 피고에게 관련 형사판결을 근거로 당초 부과처분에 대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어 납부한 세액이 과다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17. 7. 19. 원고에게 위 주장 사유는 관세법 제38조의3 제2항 또는 제3항에 의한 경정청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형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0. 1. 9. 선고 2018두61888 판결)

가.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은 “납세의무자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납부한 세액이 과다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른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2개월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납부한 세액의 경정을 세관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는 그 사유 중 하나로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중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의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는 최초의 신고 등이 이루어진 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하여 그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최초의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1740 판결 등 취지 참조).

나. 한편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말하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는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를 규정하면서 소송의 유형을 특정하지 않은 채 ‘판결’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적정한 처벌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해 발생한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사사건의 확정판결만으로는 사법상 거래 또는 행위가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의 판결은 그에 의하여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이하 ‘첫째 이유’라고 한다).

2) 과세절차는 실질과세의 원칙 등에 따라 적정하고 공정한 과세를 위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을 확정하는 것인데 반하여, 형사소송절차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기소된 공소사실을 심판대상으로 하여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설사 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 및 범칙소득금액을 확정하기 위한 형사소송절차라고 하더라도 과세절차와는 그 목적이 다르고 그 확정을 위한 절차도 별도로 규정되어 서로 상이하다.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의 취소 또는 무효 여부에 관하여 항변, 재항변 등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통하여 이를 확정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이하 ‘둘째 이유’라고 한다).

3) 더욱이 형사소송절차에는 엄격한 증거법칙 하에서 증거능력이 제한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만 유죄의 인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의 무죄 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8다25368 판결,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6다27055 판결 등 참조)(이하 ‘셋째 이유’라고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에게 무죄를 선고한 관련 형사판결에 의하여 당초 부과처분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즉 원고가 이 사건 물품을 해외 판매자로부터 수입하여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는 내용의 거래 또는 행위가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에는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의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서의 판결의 의미 및 범위, 후발적 경정청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관한 최근 판례의 경향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판례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관련 법령의 문언보다 넓게 해석하여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고 있다.

(1)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8두10133 판결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2 제2항 규정의 취지가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데 있는 점,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이 종국적으로 부담하여 이행하여야 할 것이 확실하지 않은 채무라 하더라도 피상속인의 이행의무가 완전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어서 사후적으로 그 채무가 피상속인이 종국적으로 부담하여 이행하여야 할 것으로 확정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상속인이 제3자를 위하여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지만 상속개시 당시에는 아직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하고 주채무자가 변제불능의 무자력 상태에 있지도 아니하여 피상속인이 그 채무를 종국적으로 부담하여 이행하여야 하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이 그 채무액을 상속재산의 가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한 채 상속세 부과처분을 하였으나, 그 후 주채무자가 변제기 도래 전에 변제불능의 무자력 상태가 됨에 따라 상속인들이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채권자가 상속인들을 상대로 피상속인의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속인들이 주채무자나 다른 연대보증인에게 실제로 구상권을 행사하더라도 변제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승소확정판결에 의하여 피상속인의 연대보증채무는 상속세 부과처분 당시와는 달리 피상속인이 종국적으로 부담하여 이행하여야 할 채무로 사실상 확정되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이러한 판결에 따른 피상속인의 연대보증채무의 확정은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소정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

(2)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두1245 판결

대법원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인의 책임 아래 2005. 5. 30.까지 부지의 용도변경이 완료되도록 추진하되, 용도변경이 안 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된 경우 또는 위 날짜 이후 연장한 기한까지도 용도변경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매수인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환매를 요청할 수 있으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일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는데, 2005. 3. 22.경 매매계약에서 정한 기한 내에 부지의 용도변경이 이루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매매대금을 1,100억 원에서 1,030억 원으로 70억 원을 감액하기로 합의하고, 매수인에게 70억 원을 반환한 사안에서,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은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익금과 손금의 귀속 사업연도는 그 익금과 손금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소득이 없더라도 그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에는 그 소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고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이른바 권리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확정주의란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의 확정시기와 소득의 실현시기와의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는 과세상 소득이 실현된 때가 아닌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 그때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고 당해 사업연도의 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는 불확실한 소득에 대하여 장래 그것이 실현될 것을 전제로 하여 미리 과세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3두1480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여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는 그 전제를 상실하여 원칙적으로 그에 따른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권리확정주의의 채택에 따른 당연한 요청일 뿐 아니라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후발적 사유에는 사업상의 정당한 사유로 당초의 매매대금이나 용역대금을 감액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감액분을 당초의 매매대금이나 용역대금에 대한 권리가 확정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포함하여 법인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3)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두18810 판결

대법원은 배당결의에 따른 배당금을 종합소득으로 신고·납부한 이후 채무자회사의 부도에 따른 회생계획인가결정에서 배당금 채권이 면제됨으로써 회수불능이 된 사안에서, ‘후발적 경정청구제도의 취지, 권리확정주의의 의의와 기능 및 한계 등에 비추어 보면,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여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그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되었다면, 사업소득에서 대손금과 같이 소득세법이나 관련 법령에서 특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실현되지 아니한 소득금액을 그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대한 차감사유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등이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납세의무의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다면, 이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에 준하는 사유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가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4)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두10611 판결

대법원은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신축·분양하던 도중 사업연도를 달리하여 분양계약이 해지되어 분양대금을 반환한 사안에서, ‘기간과세 세목인 법인세에서도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의2 제2호에서 정한 ‘해제권의 행사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계약의 해제'는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된다. 다만, 법인세법이나 관련 규정에서 일정한 계약의 해제에 대하여 그로 말미암아 실현되지 아니한 소득금액을 해제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대한 차감사유 등으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거나 경상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품판매계약 등의 해제에 대하여 납세의무자가 기업회계의 기준이나 관행에 따라 해제일이 속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하여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계약의 해제는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5) 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형법상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의 범죄에서 몰수나 추징을 하는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이득을 박탈하여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이러한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아니한 것이므로 납세의무 성립 후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보아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하다. 즉, 위법소득의 지배·관리라는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전제를 잃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등이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존재함에도 과세관청이 당초에 위법소득에 관한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던 적이 있음을 이유로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이러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므로 납세자는 항고소송을 통해 취소를 구할 수 있다.

(6)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0471 판결

대법원은 급여와 퇴직금채무가 회생계획인가결정으로 면제되었다는 사실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관련 규정의 체계, 소득세법상 권리확정주의의 의의와 기능 및 한계 등에 비추어 볼 때 납세의무의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다면, 이는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에 준하는 사유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조 제4호가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두1881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급여와 퇴직금 채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이를 면제하는 내용의 이 사건 회생계획이 인가됨으로 인하여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이로써 원고의 이 사건 급여와 퇴직금에 관한 소득세 원천징수의무도 그 전제를 잃게 되었으므로, 이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4항, 제2항 제5호,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가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의 범위

(1) 민사판결

대상 판결과 그 이전의 판결들은 국세기본법과 관세법, 지방세기본법에서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중 하나인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란 ‘최초의 신고 등이 이루어진 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하여 그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최초의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고 일관되게 해석해 오고 있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두7006 판결,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6두10023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2379 판결,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1740 판결 등).

이러한 법리에 따라 사인간의 다툼을 판단하는 민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 해당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

(2) 조세소송 판결

행정소송 중 조세소송 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인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소정의 “판결”에 해당되는지에 관하여는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로 보인다. 조세소송에서 법원은 사후적으로 당해 처분의 적부를 판단하여 처분의 일부나 전부를 취소하는 것일 뿐이고, 당해 처분을 변경할 것을 명하는 이행판결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조세소송 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인 “판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

대법원도 지급수수료의 손금귀속시기만을 한 달씩 늦춘 과세관청의 손금귀속방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1992 내지 1995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한 확정판결이 1996 사업연도 귀속 지급수수료에 대하여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제5호 소정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소정의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라 함은 ‘거래 또는 행위 등에 대하여 분쟁이 생겨 그에 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를 의미하므로(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두7006 판결 참조), 원고의 법인세 신고 당시의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그 손금귀속시기만을 달리 본 피고의 손금귀속방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부과처분을 취소한 이 사건 확정판결은 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소정의 판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조세소송 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데(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6두10023 판결),

이러한 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가 있다.

위 2006두10023 판결의 사안에서 관련 조세소송 확정판결은 매년 동일한 성격으로 지급되는 지급수수료의 귀속시기가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문제가 된 사업연도 이후의 다른 사업연도의 지급수수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귀속시기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결국 위 사안은 확정판결에 의하여 거래의 법률효과가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되므로 위 확정판결은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소정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 해당한다. 즉, 위 확정판결은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였고, 그 판결에 의하여 법률효과가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으므로(위 사안에서 지급수수료의 손금귀속시기 변경) 위 조세소송 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인 “판결”로 봄이 타당하다.

대상 판결도 명시한 바와 같이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발생한 후발적 사유로 인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있고,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는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라고 규정되어 있다.

조세소송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납세자의 거래 또는 행위 등과 관련하여 납세자와 과세관청이 소송당사자로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이고, 따라서 조세소송 판결에 의하여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것’이므로 그 조세소송 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인 “판결”로 봄이 타당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후발적 경정청구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한편, 대상 판결은 형사판결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로 볼 수 없다는 이유의 하나로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의 취소 또는 무효 여부에 관하여 항변, 재항변 등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통하여 이를 확정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이 제시한 이유에 따르더라도 대립 당사자인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대하여 항변, 재항변 등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통하여 그 거래 또는 행위의 무효 또는 취소 여부를 확정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조세소송절차에서 확정된 조세소송 판결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

(3) 형사판결

대상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대법원은 형사판결이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심리불속행으로 끝난 아래 2개의 판결을 통해 보면,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는 민사판결만 포함되고, 형사판결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먼저 서울행정법원 2008. 2. 1. 선고 2007구합22764 판결은 ‘형사사건의 판결은 비록 조세포탈죄에 관한 판결이라 하더라도 그 성립의 판단 및 적정한 처벌을 전제로 하여 소위 범칙소득금액을 확정하는 것이므로, 양자는 그 목적을 달리하고, 그 확정을 위한 절차도 별도로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의 확정판결만으로는 사법상의 거래 행위가 바로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지는 않기 때문에 형사사건의 판결은 위 규정상의 판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8. 10. 22. 선고 2008누7139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두21171 판결로 확정).

또한 서울행정법원 2006. 10. 11. 선고 2006구합11934 판결은, ‘후발적 경정사유인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 등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에 있어서 ‘판결 등'이라 함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재판과정에서 투명하게 다투어졌고, 그것이 판결의 주문과 이유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민사사건의 판결이나, 그 이외의 판결이나 결정문 자체로는 거래 또는 행위에 대한 판단을 알 수 없더라도 거래 또는 행위 등이 재판과정에서 투명하게 다투어졌고 그 결론에 이르게 된 경위가 조서 등에 의하여 쉽게 확정할 수 있는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이나 임의조정, 강제조정, 재판상 화해 등의 경우만을 한정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형사판결은, ‘1998. 3.경부터 1999. 12.경까지 사이에 소외 회사의 경영지원부문장이었던 피고인 배○○가 소외 회사와 원고회사와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공사대금증액계약을 수차례 더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서에 실제 공사대금보다 과다계상된 공사금액을 기재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여 원고회사로 하여금 과다계상된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소외 회사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한 것으로 기소된 업무상 배임사건에서, 위 피고인이 실제 공사대금보다 과다계상된 공사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거나 소외 회사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판결로서 피고인 배○○의 범죄사실의 존부 및 범위를 확정하기 위하여 주로 원고 회사의 재산상 이익의 취득 여부 및 소외 회사의 재산상 손해의 발생 여부를 심리하여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고,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이 사건 거래 또는 행위가 재판과정에서 대립된 당사자 사이에 투명하게 다투어졌고 판결의 주문이나 이유에서 명확히 판단된 소송에 대한 판결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형사판결에 의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형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사유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7. 5. 15. 선고 2006누26198 판결, 대법원 2007. 10. 12. 선고 2007두13906 판결로 확정).

형사판결 중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거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라면 그 무죄 결과만을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중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란 ‘최초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이 이루어진 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하여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최초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는 일관된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형사판결이라고 하더라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에 관련된 형사소송이고, 그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다는 점이 판결의 주문이나 이유에서 확인되는 형사판결이면 그 판결이 유죄판결이든 무죄판결이든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인 “판결”로 봄이 관련 법리에도 부합하고 타당하다.

(4) 결어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 지방세기본법 제50조 제2항 제1호는 모두 동일하게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하나로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의 판결(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 의미를 일관되게 ‘최초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이 이루어진 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하여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최초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해 오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를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있다고 판시하면서 법문보다 넓게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인정해 오고 있다.

위와 같은 후발적 경정청구 관련 규정의 문언과 법리, 입법취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확대하고 있는 최근 판례 경향 등을 종합하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민사판결, 형사판결, 조세소송 판결 등 판결의 유형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판결의 주문과 이유에서 당초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는지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확정된 판결에 의하여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판결의 유형에 관계없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로 봄이 타당하다.

다. 대상 판결의 문제점

대상 판결은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하면서 모든 형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나, 대상 판결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제가 있으므로 빠른 시일 내에 변경될 필요가 있다.

(1) 대상 판결이 근거로 제시한 세 가지 이유의 부당성

① 첫째 이유에 대하여 보면, 조세 관련 형사소송은 그 목적이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적정한 처벌범위를 확정하는 데에 있다고 하더라도 조세채무와 관련한 납세자와 과세관청을 포함한 정부(국가)와 사이에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해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이다. 또한 사법상 거래의 무효 또는 취소는 판결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형성판결이 아님) 사법상의 행위를 함으로써, 예를 들면, 계약 해제·해지의 통지, 취소의 통지 등 민법 제103조, 제104조, 제107조 내지 제110조, 제543조 내지 제546조 등에 규정된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고, 판결은 이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이러한 점에서 첫째 이유는 부당하다.

② 둘째 이유에 대하여 보면, 과세의 위법 여부를 다투는 조세소송 판결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대법원(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6두10023 판결)이 과세절차를 형사소송절차와 비교하는 것이 형사판결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인정 여부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편,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는 “판결”을 특별한 목적과 절차에 따른 판결로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고,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의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는지 여부’를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소송의 목적과 절차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당초 과세 당시와 다르게 변경되었다면 이러한 변경을 사후적으로라도 과세에 반영하는 것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 “판결”에 관한 판례의 법리(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1740 판결 등)에 부합하며, 목적과 절차가 다르다는 이유로 판결 내용에 관계 없이 모든 형사판결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조세 관련 형사소송절차도 피고인(납세자)과 국가라는 대립 당사자 사이에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을 확정하는 절차(현행 형사소송법은 당사자주의 입장. 대법원 2013. 8. 14. 선고 2012도13665 판결 등)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대상 판결이 제시한 둘째 이유대로라면 대립 당사자 사이에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하여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항변, 재항변 등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통하여 그 분쟁을 확정하는 조세소송 판결은 당연히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보아야 하나, 위 나.의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조세소송 판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대상 판결의 이유와 모순된다. 이런 점에서 둘째 이유도 부당하다.

③ 셋째 이유에 대하여 보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에 관한 분쟁을 소송절차를 통하여 확정하는 판결을 의미한다는 점(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즉, 법문상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유죄 판결이냐 무죄 판결이냐가 아니라, 그 판결의 확정으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것이냐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 이유도 타당하지 않다. 또한 무죄 판결의 경우에도 행위의 존부가 아니라 법령의 해석으로 무죄가 되는 경우도 있고(예를 들면, 대상 판결의 경우와 같이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는 경우), 이러한 경우 법률효과가 달라지게 되므로 이에 따라 당초 과세를 경정할 필요가 있다(예를 들면, 부정행위로 조세를 포탈하였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이 10년의 장기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여 부과처분을 하고, 이와 함께 조세포탈죄로 고발하여 기소되었으나, 형사판결에서 납세자에게 부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장기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여 한 당초 처분은 위법하므로 경정하여야 함). 이런 점에서 셋째 이유도 부당하다.

(2)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 관련 법리측면에서의 문제

대상 판결은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말하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모든 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그러나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면서도 그러한 형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대상 판결은 위 나.의 (1)항에서 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 관련 법리에 어긋난다.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는 납세의무자라는 전제에서 관세법위반죄로 기소되었으나, 형사판결에서 수입물품의 소유자가 원고가 아니라 물품을 주문한 국내 소비자들이라는 이유로 무죄확정판결을 받았다. 즉, 관련 규정의 해석상 원고가 납세의무자가 아니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납세의무자임을 전제로 한 당초 부과처분은 위법한 처분이므로 후발적 사유를 이유로 경정함이 타당하다.

이와 같이 판결이유를 볼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형사 판결이면 이러한 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로 봄이 관련 법리에 부합한다.

또한 대상 판결이 언급한 “특별한 사정”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방식보다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 관련 법리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판결”에 해당한다는 방식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이 적극적인 사법의 태도로서 바람직하다.

(3) 대상 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넓게 인정해 오고 있는 최근 판례의 경향과도 맞지 않는다.

라. 대상 판결의 의의

최근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에 관한 세법 규정의 문언과 달리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넓게 인정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판결”에 대해서는 그 범위를 좁게 해석해 오고 있다.

대상 판결은 그동안 명시적인 판단이 없었던 형사판결에 대하여 형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판결로서는 의미가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문제가 있는 판결이므로 조속히 변경될 필요가 있다.


[관련 설명]

1) 고은경, “조세법상 경정청구제도에 관한 연구”, 중앙대 박사학위논문(2008), 제126면.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사)한국조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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