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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포트] ‘계륵’ 세무서 신고안내창구…서울국세청이 ‘총대’메나?

한효정 기자l승인2020.02.04 11: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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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서 신고창구’, 실제 신고서 작성자 ‘세무공무원인 듯 세무사인 듯’

‘국세청 직원은 신고서를 대리 작성하지 않는다’는 현수막은 선언일 뿐

“세무서 직원들은 일을 너무 대충하려는 것 같아요. 작년 소득세 신고 때에는 납부세액이 100만원 정도만 나왔었는데, 이번에 담당했던 창구직원은 처음에 120만원 나왔다고 알려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럴 리 없다고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라고 채근을 했더니 그제서야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다시 100만원으로 고쳐 주더라구요. 너무 책임감 없는 거 아닌가요?”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기간마다 세무서 신고창구를 통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한다는 어느 납세자의 말이다.

국세청에서 수 십년째 세금신고기간마다 전국세무서에 신고창구를 설치하고, 영세납세자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신고서 작성 도움 서비스에 대해 정작 그 편의를 누리고 있는 납세자는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서울지방국세청(청장 김명준)이 오는 7월 2020년 제1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때부터 기존과 같이 신고창구를 설치하되, 일체의 ‘울며겨자먹기’로 빚어지는 (세무서 직원의)신고서 대리 작성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청은 이미 강남통합청사(삼성·역삼·서초세무서)에서는 전자신고창구의 팻말을 내리는 등 신고창구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온 바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일부 납세자들의 경우 스스로 신고서를 작성해야 함에도 무조건 신고서를 작성해 달라며 억지를 부리는 사례 등이 종종 발생해 왔다. 이에 업종별 안내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셀프신고서 작성을 유도하기 위해 최선을 방법을 강구해 오던 중 이같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납세자가 고집 피우면 업무무관 전표까지 공제”

그동안 국세청이 운영해 온 부가가치세 신고창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9년 2기 확정신고기간동안 전국 세무서에 마련된 신고안내창구 역시 10년 전의 모습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신고안내창구에 있는 10여대의 PC마다 직원들 또는 일용직 도우미들이 있고 그 옆에 납세자가 앉아 있는 10년, 20년 전의 모습과 일치했다.

대부분 간이과세자이거나 임대사업자 등 간단한 내용이지만 개중에는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책상 한가득 펼쳐놓고 직원들과 실랑이 하는 납세자들도 있었다.

원칙적으로 사업과 무관하게 지출한 전표들은 세액공제를 하면 안 되지만 납세자가 고집을 피우면 공제를 해주지 않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세무서 관계자는 “명목상 세무서 신고창구는 세무대리가 아니라 납세자의 의도대로 신고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런 납세자들은 최소 30분 이상씩 앉아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고를 마치고 전자신고세액공제 1만원까지 받은 후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가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신고창구의 정확한 성격은?…‘의지 따로 현실 따로’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과 함께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일선 세무서 신고안내창구의 행정적인 성격은 무엇일까?

서비스창구라는 말에서도 나타나듯이 세무신고서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내창구가 맞는 말 같지만, 현실은 사업과 소득 규모는 물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신고창구를 찾는 아무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본청에서는 ‘국세청 직원은 신고서를 대리 작성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신고창구에서 대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서비스 제공대상은 누구인지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세금 신고기간 신고안내창구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며 열심히 전자신고를 하고 있는 직원과 그 곁에서 직원이 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는 납세자가 앉아 있는 데스크 옆에 걸려 있는 ‘세무공무원은 신고서를 대신 작성하여 주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은 이러한 본청의 의지와 현실과의 괴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진풍경이다.
 

▲ 사진은 지난해 5월 한 세무서의 종소세 신고 현장모습이다. 벽면에 “세무공무원은 신고서를 대리작성 해드리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은 지난해 5월 한 세무서의 종소세 신고 현장모습이다. 벽면에 “세무서 직원은 신고서를 작성해드리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일선세무서 직원들 “폐지가 답이다”

세무서 직원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서비스가 세무대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본청의 미지근한 태도에 답답하기만 하다는 심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은 하루빨리 신고창구를 폐지해 달라고 여러 경로로 건의를 하지만 실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윗분들의 태도는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이 수십 년째 변화가 없다는 목소리다.

한 일선세무서 직원은 “사실 신고창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주머니에 손 넣은 채 구경만 하는 납세자를 위해 신고를 대신해주고, 1만원 전자신고세액공제까지 해주고 나면 무척 허탈하다. 문제는 돈이 많은 자산가가 와서 신고해달라고 떼를 써도 돌려보낼 방도가 없고, 신고창구가 혼잡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내고 인근 세무사사무실을 찾는 늙은 노부부를 보면 이 서비스가 과연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국세청의 ‘결정장애?’…왜?

국세청이 이같이 직원들의 건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현실부정만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국세청 스스로가 납세서비스와 세무대리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납세자가 세금을 납부하기 위한 서식을 작성하기 위해 별도의 비용을 들인다면 이는 또 다른 세금(조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가급적 이러한 납세협력비용을 최소화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 서비스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서식을 통째로 대신 작성해주게 되면 이는 세무사법 위반으로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애매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세무사들도 오래전부터 세무서 신고안내창구를 폐지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국세청은 공식적으로는 신고서 대리작성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매년 세무관서마다 수백만원에 이르는 신고창구 운영 예산을 배정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국세청의 어려움을 잘 대변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그 어떤 국세청장도 신고창구에 대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워낙 오랫동안 운영돼 왔던 신고창구를 갑자기 폐지하면 당장 ‘납세서비스가 엉망이다’라는 식으로 시끄러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어떤 청장이든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만 어떻게든 직원들을 달래서 버텨보자는 생각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국세청장을 지냈거나 고위직을 지낸 분들의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국세청 입장에서는 ‘계륵’ 같은 존재이기도 한 세무서 신고안내 창구는 그렇게 수십년 세월의 나이를 먹어왔다.

그리고 신고안내창구 존치여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작금의 논란을 일으키게 하는데 한몫해 왔다.

공공기관들은 정책결정 방향을 정하는 것에 도움을 받기 위해 외부에 연구용역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세청의 경우 직원들이 수 십년째 ‘폐지’를 부르짖고 있음에도 국세청은 자체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의뢰를 실시한 적조차 없다.

세무사법을 위반하지 않고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납세서비스는 무엇인지, 외국사례는 어떠한지, 어떤 절차를 통해 변화를 줄 것인지 연구가 필요해 보이지만 연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무관심’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온나라 정책연구’ 사이트에 올라온 국세청의 연구용역 건수는 2004년 이후 총 101건으로, 2017년 6억여원의 용역비를 들이며 진행했던 ‘제3차 납세협력비용 측정’에서도 신고창구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조차 없었다.

▶미국 IRS의 사례는?…대상 한정해 효율적 운용

미주 한인들을 위한 뉴스 사이트에는 가끔씩 미국 국세청인 IRS의 무료 세금프로그램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자신고를 할 때에 터보택스(TurboTax), 택스액트(TaxAct)등 택스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통해 75~1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연소득 6만9000달러 미만이라면 IRS에서 무료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세금신고 중 우리나라의 신고창구와 비슷한 제도가 바로 VITA’(Volunteer Income Tax Assitance)이다.

VITA는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연소득 5만6000달러 미만인 사람과 장애인, 60세 이상 노인과 영어가 부족한 이들이 무료로 세금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뉴욕시의 경우에도 연소득 6만,000달러 미만인 경우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무료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다.

미국 국세청과 뉴욕시의 공통점은 바로 서비스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선 직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 [사진출처: 뉴욕시 홈페이지의 무료세금신고 안내페이지_구글번역]

▶서울국세청의 ‘신고안내창구 폐지’ 소식…‘환영 반 우려 반’

서울지방국세청의 이같은 ‘신고안내창구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청 산하 세무서 직원들은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만 풍선효과로 나타날지 걱정이 앞선다. 서울청 산하 세무서에서 신고안내창구를 폐지할 경우 인근 중부국세청 산하 세무서로 납세자들이 몰려올 수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 고위직 관계자는 “김명준 서울청장의 추진력으로 미루어 봤을 때 충분히 실행(폐지)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장의 폐지보다는 납세자와 일선세무서 직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고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단계적이고 전략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매년 신고창구를 찾는 사람들의 그룹을 분석하고 계층화시켜 미국처럼 서비스 제공 대상 그룹을 특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제공대상이 아닌 고소득자들은 세무사를 찾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보다 형평성 있는 세무행정이 이루어질 있다는 것.

여기에 홈택스(hometax)의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보태진다.

신고창구를 찾는 계층 중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납세자들조차 홈택스가 어렵다는 의견은 꾸준히 발생되어 온 민원중의 민원이다.

한 세무서 직원의 이야기다. “홈택스의 경우 2002년 개통된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프로세스에 큰 변화가 없다. 납세자뿐만 아니라 직원들조차 오랜만에 접속하면 어렵다고 하는데 왜 바꾸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앞서 작년 9월 홈택스에 대한 리뉴얼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단적으로 표현하면 초기화면의 구성만 바꾸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국세청은 홈택스와 관련해서도 그 흔한 연구용역 한번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국세청 출신 한 세무사는 “현재와 같은 신고시스템의 개선을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서비스 대상그룹이 확정되고 그 그룹에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가 결정된 후에, 그것을 훈령 또는 고시로 반드시 명문화해야 할 것”이라고 고언했다.


한효정 기자  snap11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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