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조현범 배임·횡령 등 혐의로 재판…도덕성 논란

타이어사업 부문 외 신성장 동력 모색에 '발목' 잡히나

[사진출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홈페이지]

한국타이어그룹이 지난해 그룹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바꾸고 '혁신'을 경영원칙과 미션으로 내세웠지만 조현범 대표와 조현식 부회장이 잇따른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그룹의 실적 개선과 경영권 승계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조양래 회장이 84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장남 조현식(50)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차남인 조현범(48)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대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한창일 현 시점에서, 두 형제는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으면서 지난해 조 대표는 구속되고 조 부회장은 불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대가로 뒷돈을 받아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와 조 부회장, 협력사 대표의 지난달 8일 첫 공판에서 조 부회장이 누나 조희원씨에게 허위로 급여를 지급해 회사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 검찰은 조 대표의 공소사실에 대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원재료 공급 납품업체 대표 이 씨로 부터 매달 500만원씩 총 6억1500만원을 차명계좌로 수령했다”고 밝히고, 이어 “한국타이어 계열사 신양관광개발로부터 매달 200만원에서 300만씩 모두 2억6300만원을 차명계좌를 통해 금품을 수수하고 이를 은닉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지난 5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돈을 받은 혐의는 인정한다”면서도 “부정 청탁은 없었다"며 이후 법적 다툼을 계속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재판에서 이들은 혐의를 인정하면서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양래 회장이 2018년 초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위원회를 통해 경영일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등 경영전반에 관여해 왔지만, 이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사내이사에서 완전히 물러나면서 오너 3세 '형제 경영’ 경영체제로 승계구도가 마무리되는 듯 했다.

조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형제가 각각 비타이어와 타이어부문을 나눠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조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조 대표는 주력 계열사(옛 한국타이어)를 맡으며 '투톱' 체제를 갖췄다.

지분관계를 살펴보면 조양래 회장이 23.59%, 조 부회장 19.32%,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19.31%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차녀 조희원 10.82%를 포함한 친인척 등의 지분을 합치면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73.92%를 쥐고 있다.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가 30.20%를 가진 최대주주이고, 조 회장이 5.67%, 조현식 0.65%, 조현범 2.07%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해 사명 변경과 함께 타이어사업만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종합 부품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타이어부문 외에 유통사업을 강화해 비타이어부문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비타이어부문의 매출을 2016년 말 1조원 수준에서 2020년 2조원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타이어사업 부문에서 한국타이어는 이미 2013년 매출 7조원을 넘겼지만, 이후 5년 연속으로 매출은 7조원을 밑돈 6조원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타이어사업의 성장세 둔화로 인해 다른 영역에서 외형을 키울 필요성이 대두되고 이를 성장 동력으로 이끄려는 시도를 모색했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도덕성 논란이 그룹 도약의 발판을 딛기도 전에 발목을 잡고 말았다.

한국타이어그룹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2017년 7월 시행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듬해 7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한국타이어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회계 장부 등 일감 몰아주기 정황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명백한 조세포탈 혐의를 두고 국세청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 검찰 조사로 이어져 조 대표의 수상한 자금 흐름 내역이 포착됐고, 금품 수수와 횡령 등이 추가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 최고 경영자인 이들 형제의 혐의로 검찰은 지난해 11월 21일 조 대표에 대해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고, 조 부회장도 업무상 횡령혐의로 기소되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대표가 구속된 상황에서 이후 조 부회장까지 처벌을 받게 된다면 그룹의 실적과 경영권 공백은 불가피해지게 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새로운 사업 추진 및 공격적 인수합병을 중단했고, 최근에는 성장전략실(M&A 담당부서)을 전략혁신실에 편입하는 등 신사업 관련 부서를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경영실적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그룹의 핵심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6년 영업이익 1조1032억원을 기록했지만 2017년 7934억원, 2018년 7027억원으로 추락했다. 당기순이익도 각 8791억원, 6065억원, 5304억원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4267억원, 분기순이익 3993억원으로, 업계에서는 5000억원대의 영업이익과 4000억원대의 당기순익을 전망하고 있다.

그룹의 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 수립과 신성장 동력 계획이 오너리스크로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영권 승계마저 당분간 속도가 저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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